한동훈·원희룡·박민식 등 잦은 출연, 사전선거운동 논란도…“정책 사업 홍보 창구로 활용해야”
#법무부 국민기자단 논란
10월 26일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법무부 국민기자단 소속의 한 유튜브 채널이 민주당 의원들을 조롱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추켜세우는 내용으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이 채널에는 ‘법무부가 적발했다니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한동훈 장관님 물어뜯으려는 (권)칠승이’ ‘조선제일검 한동훈 장관님에게 제대로 당한 민주당 김영배 김의겸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을 조롱하는 제목을 내건 콘텐츠들이 올라와 있었다.
민주당에 따르면 채널 운영자는 2019년과 2020년 국민기자단으로 활동했고, 다시 2023년 3월 17일 국민기자단에 위촉됐다. 운영자는 5월 유튜브 커뮤니티 공지 글에 “내년에는 선거가 있기에, 현 정부에 힘이 되는 쪽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국민의 세금과 인력으로 운영되는 법무부 국민기자단의 홍보활동이라기에는 정치 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일방적으로 한 장관을 찬양하고 민주당 의원들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법무부 국민기자단 유튜브인지 한 장관 사생팬 유튜브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자 운영자는 채널명을 ‘OOO(법무부 국민기자단)’에서 ‘OOO’으로 바꿨다. 채널 운영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 23일 올라온 ‘언성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강함이 느껴지는 외유내강 이원석 총장님의 센스까지 완벽했던 국정감사 장면’을 끝으로 새로 업로드된 영상이 없다. 그러나 ‘@K-Justice’라는 채널 ID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법무부 국민기자단 활동을 했다는 흔적이다.
법무부는 “기자단은 법무부 공식 블로그에 기사 및 콘텐츠 제작 등 활동만을 하며, 법무부가 국민기자단 개인의 SNS 활동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며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는 기사에 대해서만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할 뿐이며 그 외 개인 SNS 활동에 대해서는 일체 예산·인력 지원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공식 홍보 채널도 장관 활동 주력
민주당은 법무부 공식 홍보 유튜브 채널인 ‘법무부TV'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대책위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한동훈 장관의 모습을 편집해서 정책 홍보보다 사실상 장관 개인을 홍보하고 있다”며 “한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거듭 제기되는 만큼, 법무부 예산과 인력을 통해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비판은 타당한 것일까. 일요신문은 10월 31일 유튜브 채널 ‘법무부TV’를 분석해봤다. 법무부TV에 들어가면 곧바로 한 장관의 얼굴이 나온다. 최상단에 ‘[100만 VIEW] 법무부 장관이 말하는 경제 이야기(경제성장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가 메인 영상으로 올라있다.
이는 지난 7월 15일 한 장관이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경제계 최대 하계 포럼 중 하나인 제주포럼에 현직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1950년대 농지개혁이 한국의 번영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며,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 소멸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상은 조회수 100만을 넘길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은 ‘[법TV] 법무부 소식 가장 먼저 알려드립니다’ 코너의 게시물이다. 법무부TV의 주력 콘텐츠다. 이 코너는 장관이 직접 법무부 활동을 알린다. 해외 출장 등 장관 활동도 소개한다.
모든 콘텐츠가 장관 개인을 홍보하는 내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1월 11일 올라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통화 공개. 누구에게 부탁을?’ 영상에서는 한 장관이 체조선수 양학선 씨를 법무부 홍보대사로 섭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9월 25일 올라온 ‘혁신적 외국인 정책 변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는 법무부가 주도한 외국인 정책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이러한 영상들은 한 장관 본인과 법무부 활동을 동시에 홍보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추미애·박범계 등 민주당 소속 전임 법무부 장관들도 법TV를 적극 활용했다. 내용은 한 장관의 것과 비슷하다. 2020년 2월 12일 올라온 ‘검찰개혁 시작은 시작일 뿐입니다. 추미애 전 장관 의정관 즉문즉답 현장 공개’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1년 12월 1일 올라온 ‘외교부가 아닌, 통일부도 아닌, 법무부가 말하는 통일의 모습은’ 영상에는 박범계 전 장관이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통일을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법TV에 장관이 출연하는 영상 개수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추미애 전 장관 재임 기간(2020년 1월 2일~2021년 1월 27일)에는 영상이 20개 올라왔다. 박범계 전 장관 때(2021년 1월 28일~2022년 5월 9일)의 영상은 38개였다. 한동훈 장관의 경우 2022년 5월 17일 장관 취임 이래 39개의 영상이 올라왔다(10월 31일 기준).
#국토부와 보훈부 영상 둘 중 하나엔 장관님 얼굴이…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있는 다른 부처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원희룡 장관이 있는 국토교통부(국토부)와 박민식 장관이 있는 국가보훈부(보훈부)가 대표적이다. 원 장관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고양시갑 등 여러 지역구에서 출마설이 나오고 있고, 박 장관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토부 유튜브 채널은 ‘원희룡 특강’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원 장관이 인터넷 강의를 하듯 국토부 현안을 설명한다. 앞서 원 장관은 2018년 11월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 ‘원희룡TV’를 운영했다. 21대 대선 당시 해당 채널에서 ‘대장동 의혹’을 정리해 ‘대장동 1타 강사’라고 불렸던 경험이 있다.
국토부가 원 장관의 이러한 경험을 살려 원희룡 특강 콘텐츠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7월 17일 첫 영상이 올라온 이후 25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원 장관 취임 이전에는 국토부가 장관의 이름을 딴 코너를 편성한 적이 없다.
가장 화제를 모은 영상은 7월 12일 올라온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아니다. 두물머리 교통난 해소 최적 노선 어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종점안 노선 변경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졌는데, 이에 대해 원 장관이 직접 ‘양평고속도로 1타 강사’를 자처하며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원 장관은 지난 10월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평 고속도로 의혹이 제기되자 앞서 영상의 모습과 달리 “장관은 전문 지식이나 시뮬레이션을 직접 담당하는 게 아니라 신뢰성을 감독하는 자리”라며 “분석을 수행한 사람이 증인으로 채택돼 있으니 거기에 물어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전문지식도 없이 ‘1타 강사’는 왜 하셨냐”는 질타를 받았다.
보훈부도 ‘보훈서가’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 코너에는 박민식 장관이 ‘윤동주 평전’의 저자 송우혜 작가나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와 대담하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전체 8개 중 4개의 영상에서 박 장관이 출연한다.
장관 활동에 초점을 맞춘 쇼트 콘텐츠도 눈에 띈다. 쇼트 콘텐츠는 30초에서 1분 사이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법무부·국토부·보훈부 모두 쇼트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가장 많은 쇼트 콘텐츠를 올린 부처는 국토부다. 2022년 5월 13일 원 장관 취임 이후 국토부는 400개의 쇼트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 중 203개에 원 장관의 얼굴이 섬네일(미리보기)로 나와 있다. 절반 이상의 영상이 원 장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원 장관이 등장하지 않지만 다른 31개의 쇼트 콘텐츠는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에 대한 반박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한 장관 취임 이후 쇼츠 콘텐츠 19개를 올렸는데, 이 중 10개가 한 장관의 얼굴이 섬네일로 나와 있다. 보훈부는 6월 5일 승격 이후 226개의 쇼트 콘텐츠를 올렸고, 이 중 36개가 박 장관의 행보를 담았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있는 부처가 모두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총선 출마자로 거론되는 추경호 부총리와 박진 장관이 있는 기획재정부(기재부)와 외교부의 경우 장관이 출연하는 영상은 드물다. 두 부처 모두 장관에게 초점을 맞춘 코너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홍보할 때 부처가 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장관 개인의 활동을 중심으로 홍보하는 것은 (장관 개인의) 정치 활동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부처에서 장관 개인의 정치적인 활동을 홍보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속 책임은 대통령실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하 평론가는 “원희룡 장관이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했을 때나 한동훈 장관이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을 했을 때 (대통령실에서) 말린 사람은 없었다”며 “이런 것과 연관돼서 (장관들의 부처 유튜브 활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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