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5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제주 오픈프라이머리에서 연설하는 김두관 예비후보. 사진제공=김두관 |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김두관의 장점은 공중으로 흩어져버렸고 지금 그는 손학규 후보에게마저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갑자기 미끄러졌을까. 정치권에서는 ‘초반 캠프 전력의 분산, 대 친노 전략 미숙, 본인의 카리스마 부족’ 등을 지적하고 있다. 김 후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받아넘겼지만 경선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경선 중반을 접어들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김두관 후보에게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서면과 전화로 2주간에 걸쳐 이뤄졌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두관 후보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에 넘쳤다. 하지만 그는 “지지해준 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도 그럴 것이 1차전 제주에서 예상 밖의 참패(3위)를 당한 뒤 경선 불복 등의 진통을 겪었다. 그리고 자신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울산에서도 2위에 그쳤고, 최대의 선거인단으로 기대를 걸었던 전북에서마저 최하위를 기록해 사실상 경선 승리가 힘들어졌다. 이렇다보니 김두관 후보의 전력이 과대포장된 것 아니냐는 뼈아픈 평가도 나온다. 기대감에 못 미쳐서일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에 넘쳤지만 이렇게까지 몰리게 된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쉬움도 짙게 배 있었다.
―오늘(8월 30일) 충북 순회경선이 끝났는데 현재 심정은.
▲충북에서 한 10퍼센트 정도 나왔는데, 여기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그냥 담담하다. 충북까지는 워밍업이고 사실 전북부터 본 게임인데 현지에서 ‘팽팽하다’는 분석이 올라오고 있다. 전북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게 되면 인천 경남에서 반전이 가능하다. 어제도 새벽부터 전주에 갔었고 김관영 대변인과 무소속 유성엽 의원이 적극 돕고 있고, 옛날에 인연이 있는 전직 시장도 좀 돕고 해서 기대를 한다. 전북의 전략적 선택이 상당히 중요하다. 문재인 대세론에 동의하면 그렇게 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전북 경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1만 6350표(37.53%)를 얻어 1위를 했고 김두관 후보는 5454표(12.52%)로 4위에 그쳤다.) (박스기사 참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각 후보들이 첫 번째 제주 경선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김 후보 측도 조직을 총동원했고 참모들에게 물어보니 ‘최대 2만표, 아니면 1만 2000표는 될 것’이라고 예상하더라. 개표를 해보니 2944표였다. 이렇게 예상이 크게 어긋난 이유는.
▲조직에서 좀 부풀린 측면이 있었던 것 같고…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3.5배 차이로 이겼지만 민심은 거꾸로 간 것 같다. 어쨌든 우리 역량 부족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 같다.
―경선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말하는 것인가.
▲완전국민경선이 국민들의 참여를 많이 유도하기 위한, 그런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는데 일단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인증번호를 받은 사람도 한 40%가량은 투표를 안 하기도 해서 참 난감했다.
―신청을 받아놓고 투표로 연결이 안 되니까 당혹스러웠겠다.
▲더 알아봐야 하는데 전화가 아예 안 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하더라. 기술적인 역량이 좀 떨어지는 업체 같다.
―그렇지 않아도 모바일투표 관리 선정업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는데.(최근 손학규 김두관 후보 측은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관련 시스템을 운영, 관리하는 P 업체 대표가 문재인 후보 특보의 친동생인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P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인 이달 초 이 업체 대표의 형인 황 아무개 씨는 문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인 ‘담쟁이 캠프’에 특보로 합류했다.) (관련기사 10면)
▲큰 금액인데도 당이라서 그런지 수의계약을 했다고 하고, 그거야 지엽적인 문제로서 선대위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김두관답지 못했는지, 전략적 오류였는지 투표율이 기대에 상당히 못 미쳤다.
―경선 방식과 관련해서 지도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모바일투표로 95% 투표 해놓은 상황에서 몇몇 대의원들을 위해 유세를 하는 것이 우습다는 것이다.
▲충북에서 이해찬 대표가 연설하는데 야유가 좀 나오는 것 같더라.
―경선 끝나고 그 부분도 분명히 말이 나올 것 같다. 일각에서는 지도부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룰에 대해 후보가 직접 얘기하는 건 좀 잘아 보여서(웃음). 룰 문제는 우리 선대위에서 잘 알아서 대응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네 후보가 합의해서 검증단을 만들어 종합적으로 점검을 하는 모양이다(검증단은 제주지역 모바일투표의 모든 기록이 담겨 있는 ‘원본파일’을 열어볼 것으로 알려진다. 당 선관위와 각 후보측은 ‘원본파일’을 열어 보면 모든 선거인단의 투표기록과 결과, 전화 통화시도 기록과 시간 등 사실상 제주경선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잘 되겠지. 전북부터 반전을 좀 해서 고향인 경남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
―경선 전 이장 출신 스토리에 개혁행정가로서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출발했다고 보는데 좀처럼 뜨지 않은 이유가 뭔가. 홍보가 미흡했나, 전략적 판단 착오인가.
▲국민들이 나의 스토리에 관심이 많고, 내가 하는 일마다 개혁을 해서 성과를 내고 성공한 부분도 있는데 그런 것을 잘 못 알린 것 같다. 김두관 브랜드를 잘 못 알린 홍보부족에 1차적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친노와의 관계 설정이 어정쩡하게 된 것도 문제였다. ‘내가 진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사람이다’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하는데 경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으로 오도가 되면서… 친노의 응집력이 센데 전부 문재인 후보 쪽으로 가 버렸다. 그동안 친노지지 분포가 6 대 4 정도 돼 있는데 지금은 아마 9 대 1쯤 되어있을 것이다. 친노의 강한 기반을 배경으로 문 후보가 초반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예선전에서는 유리하겠지만 본선에 가면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런데 경선 초반, 투표 방식에 대한 갈등이 있은 뒤 ‘노무현 이름 사용하는 세력과 완전하게 결별한다’는 선언을 했다. 친노의 패권주의를 지적한 말 같은데 대 친노 전략이 좀 오락가락한 것 아닌가.
▲친노세력의 패권주의 양태와 결별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싸움에서 패배하면서도 도전하는 의로움 같은 노무현 정신은 내가 계승하고 있다.
▲ KIA와 삼성의 야구경기를 관람하는 모습. 사진제공=김두관 |
▲ 태풍 볼라벤 피해현장을 방문해 일손을 돕고 있다. 사진제공=김두관 |
▲ 젊은층과 소통 강화를 위해 청년힐링토크에 참석했다. 사진제공=김두관 |
▲문재인 후보를 존경하지만, 친노 프레임이 너무 커서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또 문 후보는 참여정부를 ‘성공한 정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과 박근혜의 대결은 자칫하면 과거지향적 세력 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는데, 이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 좋지 않다고 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대로 경선이 싱겁게 끝난다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전북에서부터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에 문재인 대세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200만 정도 모바일 신청해서 100만 정도 득표하면 대세론이라는 말이 맞다. 하지만 아직 투표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두고 봐야 한다. ‘누가 본선 경쟁력이 강한가’ ‘누가 가장 개혁적인가’ 이런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점검을 하면 경선 판도도 바뀔 것이다. 내가 지사직 때려 치우고 나올 때는 우리 민주당 후보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들을 솔직하게 다 까놓고 못한 면도 있다. 그런 소극적인 전략이 ‘김두관답지 못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최근 조국 서울대 교수가 “민주진보진영 인사들은 ‘민주당대선 후보와 안철수 원장이 단일화 하면 12월 대선에서 이긴다’고 전제하고 단일화를 말하고 있지만 나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무혁신, 문재인의 무감동이 대선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인데 어떤가.
▲까놓고 말하면 김두관이 대선 후보 안 되면 정권창출하기 어렵다(웃음).
―김 후보 주장이 일리는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반전이 가능하겠느냐.
▲조중동에서 김두관 한번 다뤄주지도 않는다. 처음에 몇 번 간 보더니만 요즘은 싹 빠져버렸더라.(웃음) 그런 것에 연연해 하지 않고 뚜벅뚜벅 가겠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
―또 아픈 질문 하나 하겠다. 선거 초반 분위기를 잘 잡았다면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로 갔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지금은 손학규 후보한테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어떤가.
▲괜찮다. 그럴 수 있다. 선거 국면이 정말 높고 낮고 파고가 많은 법이다. 무수히 탈이 많고 말이 많으면서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뭐, 선거를 여러 번 해봤지만 캠프라는 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시끄럽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지지율 낮으면 원래 위축되는데 나는 그런 거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갈 것이다. 하지만 내 모습에서 단호함이 잘 안 보인다고 하더라. 내가 성품이 좀 부드러워서 그런지…. 나는 뭐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이런 상황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어본 정치인이라 개의치 않는데 우리 캠프 사람들은 아무래도 좀 초조하고 그런 모양이다.
―지금부터는 모 아니면 도다. 경선 판도를 거꾸로 돌릴 만한 대 역전 카드는 있는가.
▲일단 호남 당원동지들에게 지지를 부탁드린다. 민주당 후보 가운데 누가 가장 정통성이 있고 전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인지, 누가 가장 개혁적인지 판단을 해 달라. 집권하면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꿔보겠다. 반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손학규 후보가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다. 향후 연대 가능성이 계속 언급되고 있는데 명확히 해 달라.
▲나는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 김관영 대변인이 연합정치 원론을 말한 것이다. 한 번도 내부에서 논의 해본 적도 없다. 초반인데 그런 말은 있을 수 없다.
―문재인 고문이 대선후보가 되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적극 도와줄 것인가.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조건 없이 도와 줄 것이다. 내가 돼도 문 후보가 모든 것을 다해서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내게 다음 대선은 없다’는 말을 하며 불퇴전의 각오를 다졌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지사직까지 버리고 이번 대선에 임한 나의 결의를 다지는 표현이라고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한 대선 예비후보들. 사진제공=손학규 |
‘문재인 대세론’ 작아지는가
문재인 후보가 전북 지역 지방순회 경선에서 제주-울산-강원-충북에 이어 5연승을 이어갔다. 전북은 민주당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지역인 데다가 선거인단이 9만 5707명에 달해 앞선 네 지역 선거인단의 총합보다도 많아 선거결과에 큰 관심이 쏠렸다. 각 주자들도 전북승리에 사활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최대 격전지였다. 하지만 문 후보가 ‘예상대로’ 1위를 유지했다. 그런데 마냥 즐거워할 입장이 아니다. 문 후보는 누적집계에서 과반득표 유지에 실패, 결선투표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게 됐다. 그는 누적 득표율 52.29%로 과반을 웃돌다가 전북에서 45.62%로 내려앉았다. 문 후보로서는 결선 없이 대선 후보로 직행하겠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기면서 경선 구도를 다시 짜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더구나 문 후보의 득표율 하락 추세가 경선 흥행과도 관련이 있어 주목된다. 선거인단이 10만 명이 참여해서 화제를 모은 전북 경선 투표율은 45.51%에 불과했다. 모바일 투표 공정성 논란을 빚은 제주 경선(55.3%)보다 저조해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불공정 경선 관리에 대한 의구심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경선 방식에 대한 불신과 흥행 실패가 1위인 문 후보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선 기간 내내 이해찬 대표가 문 후보를 ‘은밀히’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한 반감과, 밋밋한 흥행에 변화를 원하는 표심이 비문후보들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의 ‘보호’ 아래 1위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문 후보의 경선전략은 점차 공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경선에 흥행대박이 몰아친다면 그것은 곧 문재인 대세론의 소멸을 의미한다. 그 흥행 여부의 키는 비문후보들의 연대에 달려 있다. 민주당 경선은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