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이 균주 기원 허위 진술” 메디톡스, ITC에 소장 수정 요청…양사 “소송 관련 드릴 말씀 없어”
ITC에 따르면 지난 10월 17일 메디톡스는 휴젤의 균주 기원 문제를 소장에 추가할 수 있게 수정해달라고 ITC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에서 해당 내용을 다룰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균주 기원을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ITC 소송 과정에서 휴젤 균주를 입수해 조사해보니 자연에서 발견할 수 없는 균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휴젤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 등 자연에서 균주를 발견해왔다고 밝혀왔다.
지난해부터 양사는 휴젤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는지를 두고 ITC에서 겨루고 있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현지에서 상품 수입 및 판매와 관련된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는 규정이다. 메디톡스는 휴젤의 행위가 미국 연방상표법인 랜햄법(Lanham Act)에 따른 불공정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IT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소장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져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휴젤의 균주 허위 진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균주는 모두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실험실에서 유래한 것이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자연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허위로 진술하면서 미국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사는 ITC 소송에서 메디톡스의 균주 관련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메디톡스는 ITC에 “핵심 쟁점을 좁히기 위해 영업비밀 1호를 다루는 것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비밀 2~19호를 소송에서 다루지 말자는 메디톡스의 추가 요청도 받아들여졌다. 영업비밀 1~19호는 메디톡스의 균주 출처와 관련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소송의 핵심인 균주 관련 핵심 영업비밀을 소송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시장과 업계에서는 여러 추측이 나왔다. 우선 두 회사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양사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다르다면 메디톡스 균주를 훔치지 않았다는 휴젤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균주와 관련된 핵심 영업비밀을 소송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메디톡스가 휴젤의 균주 기원에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한 변호사는 “심리적 압박을 가해 합의 등 재판상 조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일 것 같다”라고 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균주 기원에 대한 허위 진술은) FDA 허가 등에도 문제를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균주 기원을 (휴젤이) 다르게 이야기했을까 싶다”며 “메디톡스의 악감정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 공정 문제로 소송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ITC 판단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ITC 측은 “조사가 시작된 후 불만 사항이나 조사 통지는 정당한 사유가 입증되고, 공익을 침해하지 않는 데 필요한 조건에 따라 (ITC) 위원회가 허가하면 (청구항이) 수정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고소인이 기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얻은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하고 있다.
휴젤은 IT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메디톡스의 요청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휴젤 측은 메디톡스가 뒤늦게 소송의 본질과 관련 없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휴젤은 진작 메디톡스가 휴젤의 DNA 염기서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기에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올해 9월 중순 이후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ITC 소송에서 휴젤이 패소하면 수입 혹은 판매금지 등의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지난 2020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ITC 소송에서도 ITC는 21개월간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균주는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휴젤은 자사 보톡스 제품 ‘보툴렉스’(미국 제품명 레티보)에 대한 FDA 허가를 기다리는 상태다.
메디톡스 입장에선 승소하면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늦출 수 있다. 또 합의 시 로열티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앞서의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에의 소송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로열티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대웅제약과의 ITC 최종 판결이 나온 이후, 메디톡스는 나보타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에볼루스, 메디톡스 파트너사 엘러간(현 애브비)과 3자 합의를 맺었다. 합의를 통해 에볼루스는 나보타의 미국 판매를 허용받은 대신에 나보타의 판매, 유통 등에 대한 로열티를 메디톡스와 애브비에 지급하기로 했다.
대웅제약도 메디톡스와 휴젤의 ITC 소송 향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 관계자는 “소송 진행 중인 사안이라 아무런 말씀을 드릴 수 없다”라고 했다. 휴젤 관계자도 “ITC 소송과 관련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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