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사업 탄탄하지만 맥주사업 오비맥주에 밀려…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 기대 이하
하이트진로는 최근 몇 년간 고성장을 이뤘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하이트진로 매출액은 △2019년 2조 351억 원 △2020년 2조 2563억 원 △2021년 2조 2029억 원 △2022년 2조 4976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준 영업이익은 △2019년 882억 원 △2020년 1985억 원 △2021년 1741억 원 △2022년 1906억 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통업계를 덮친 상황에도 끄떡없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좋지 않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 245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2315억 원) 대비 1% 소폭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6억 원으로 전년 동기(1205억 원) 대비 58% 감소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가 원가 부담을 감내하며 마케팅을 확대해 당분간 실적 기대감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올해 3분기 매출액 추정치(컨센선스)는 6674억 원으로 전년 동기(6574억 원) 대비 2% 증가한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70억 원) 대비 51% 감소한 278억 원이다.
재무건전성 약화에 대한 경각심도 늦출 수 없다. 하이트진로 올해 상반기 차입금(금융기관에 빌리는 돈)은 8859억 원이다. 이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만 6284억 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59.76%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유동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유동비율 100% 미만은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신제품을 출시하며 수익성 개선, 주류업계 내 영향력 확대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맥주 ‘켈리’ 출시가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는 켈리 출시 당시 오비맥주의 ‘카스’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시장 1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소매점 매출 기준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맥주는 오비맥주의 ‘카스’(1조 5773억 원)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국내 맥주 가정시장 판매량 누적 점유율 1위는 오비맥주(53.4%)다. 국세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맥주는 지난해 전체 주류시장에서 41.6%를 차지했으며, 같은 기간 국내 출고가액은 4조 1486억 원으로 전년(3조 6261억 원)보다 14%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 맥주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켈리의 신제품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매시장에서 켈리의 점유율은 8.1%로 같은 해 7월 점유율 10%보다 하락했다. 출시 초반 켈리에 마케팅 총력을 기울였지만 점유율이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와인 신제품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100여 개 브랜드에서 1000여 종의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4월과 5월 이탈리아 유명 와이너리의 와인을 연이어 출시했고, 지난달에는 샴페인도 내놓았다. 맥주에 이어 와인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 와인 매출은 증가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지난해 와인 부문 매출은 442억 원으로 전년(374억 원) 대비 18.2% 늘었다. 다만 국내 와인 인기는 주춤해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와인 수입액 성장률은 2020년 27%에서 2021년 70%로 뛰었지만 지난해는 3.8%에 그쳤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2020년 5만 4217톤에서 2021년 7만 6575톤으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지난해 7만 1020톤으로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와인보다 위스키 인기가 좋은데 유흥시장이 부활해 와인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 있고, 유럽시장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와인 관심이 폭발적이지도 않다”며 “앞으론 위스키 시장을 욕심내는 유통업계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위스키 사업에 관심이 많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9월 디아지오코리아에서 분사한 윈저글로벌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위스키 브랜드 ‘윈저’는 골든블루, 임페리얼과 함께 3대 로컬 위스키로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윈저글로벌 인수를 위해 올해 초부터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윈저글로벌을 손에 넣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위스키 사업과 관련해 당분간 정해진 계획은 없고 맥주와 소주에 더 집중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에 효자사업이 없는 건 아니다. 소주사업은 탄탄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참이슬은 국내 소주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긴장을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쟁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의 ‘새로’가 제로슈거 소주로 시장에 안착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새로 점유율이 늘면서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2분기 소주시장 점유율은 21%로 사업 시작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해외 수출 확대가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15~64세 생산가능인구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 연령대가 보통 주류를 많이 찾는데 (생산가능인구 수가) 줄고 있어 국내에서 주류 점유율을 높여 성장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주류 수출 국가를 더 모색하는 등 해외 수출 확대에 더 힘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가 주류 문화에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을 도입해 달라진 소비 문화에 맞춰 마케팅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술을 자주 접하는 2030 소비자들은 가격을 따지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 ‘개인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한다”며 “빨리 마시고 취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기에 소주나 맥주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현재 소비자들이 무엇에 빠져 있는지, 어떤 취향이 유행인지 등을 파악해 마케팅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당분간 새로운 사업 시도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아직 맥주시장에선 2위니까 1위를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진행할 것이며 소주 사업은 안정적이기에 이대로 집중해서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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