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은 ‘셀카 전성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 스냅챗에 이르기까지 각종 소셜미디어(SNS)마다 수백만 장의 셀카 사진이 쉼 없이 올라온다. 이런 셀카 사진들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찍는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다르기 마련이다. 가령 얼굴을 중심으로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물은 구석에 놓고 배경을 강조한 셀카도 있으며, 화장실 거울 앞에서 전신을 찍는 경우도 있다.
셀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독일 밤베르크대학의 정서 및 인지과학 대학원의 심리학자들은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어떻게 셀카를 이용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논문을 통해 그들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삶의 목표, 사랑, 그리고 헌신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셀카를 찍는다”고 주장했다. 셀카를 찍어서 공유하는 이유는 그저 허세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심리적 이유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연구는 132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각각에게 연구진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선별한 1001장의 셀카 사진들 가운데 무작위로 선택한 15장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연예인과 일반인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의 셀카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피험자들에게 셀카 사진을 보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느낌, 즉 첫인상을 묘사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이렇게 답한 첫인상을 ‘기분’, ‘자세’, ‘물건’, ‘술’ 등 26개 범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연구팀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는 셀카 유형은 ‘미적 추구형’이었다. 유행이나 패션에 민감한 셀카 사진으로, 스타일이나 미적인 면을 뽐내는 경우다. 이런 셀카 사진 속 인물들은 보기에 아름답고 근사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멋진 헤어스타일을 뽐내면서 포즈를 취하거나, 입을 삐죽 내밀고 사진을 찍거나, 또는 거울 앞에서 구도를 잡고 찍는 것과 같은 예술적인 사진기술을 사용하는 사진이 해당된다.
다음으로 가장 인기있는 유형은 ‘상상력 자극형’이었다. 이는 셀카를 어디에서 찍었는지, 또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추측하도록 만드는 사진이다. 이런 사진들은 종종 파티에 있다거나, 여행을 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건물이나 여타 사물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것이 특징이다.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유형은 ‘성격형’이었다. 셀카를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성격이 어떨지 추측하도록 유도하는 사진이다. 이를테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혹은 지적인 스타일인지, 아니면 낙천적인지와 같은 특성들이다.
위의 세 가지 유형보다는 선호도가 낮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발견되는 셀카 유형으로는 ‘분위기형’이 있다. 이런 사진들은 사진을 찍는 순간의 기분이나 현장의 분위기에 중점을 두고 찍은 것으로, 사진을 통해 그때 그 순간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둔다.
마지막으로 ‘마음 이론’, 즉 ‘동기형’ 셀카는 사진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셀카 찍는 사람의 동기나 정체성을 추측하도록 만든다. 발달심리학 이론인 ‘마음 이론’이란, 마음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마음이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는 이론이다. 밤베르크대학의 토비아스 슈나이더는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마음 이론이라는 범주가 셀카에서 얼마나 자주 표현되는지에 적잖이 놀랐다. 왜냐하면 마음 이론은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매우 정교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셀카가 의사소통 면에서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셀카가 타인과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진들은 이 다섯 가지 유형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표현되거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이와 관련, 밤베르크대학의 수석 연구 저자인 크리스티안 카본은 “다른 집단과 문화에서 그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셀카를 사용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앞으로 더 광범위하고, 더 다양하며, 다문화적인 샘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사람들이 셀카를 많이 찍는 이유가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을 의미 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꼭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순간의 의미를 더 깊게 포착하기 위해 셀카를 즐겨 찍는 사람들도 많다는 의미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출신으로 현재는 독일 튀빙겐대학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재커리 니즈는 “간혹 셀카 찍는 관행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사실 셀카 사진은 과거의 경험에 다시 연결되고, 자기 서사를 쌓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시각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는 경험을 물리적으로 기록해두고 싶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리사 리비 역시 “셀카 사진은 자신이 포함된 순간의 의미를 더 인상깊게 기록할 수 있다. 그게 꼭 허영심 때문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의 일환으로 학자들은 211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여섯 개의 실험을 수행했다. 이 가운데 하나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친한 친구와 해변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는 시나리오를 읽고, 그 경험의 중요성과 의미를 평가했다. 그 결과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이 그 이벤트의 의미를 높게 평가할수록 셀카를 찍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을 조사했다. 이때 결과도 비슷했다. 만약 사진에 자신이 등장한 경우가 많은 경우, 특히 셀카인 경우 사람들은 그 사진을 찍었던 그때 그 순간의 의미를 더 크게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나폴레옹과 아이컨택! 역사 속 인물들이 셀카를 찍는다면
오늘날 우리는 예수와 함께 최후의 만찬 식탁에 둘러앉거나 나폴레옹과 전투에 나서는 게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이런 역사적 인물들을 1인칭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역사 속 인물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셀카를 찍는다고 상상한 이 이미지들은 프리랜서 영화 편집자인 던컨 톰센이 인공지능 그림 소프트웨어인 ‘미드저니’를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다.
예수, 나폴레옹, 클레오파트라,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진짜 셀카를 찍었다고 속을 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에 놀랍다. 미드저니는 먼 옛날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까지 부활시켰다. 동굴 속에서 떼를 지어 셀카를 찍는 인류 조상의 모습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이에 톰센은 “결과물들은 정말 대단했다. 내 작업을 본 모든 사람들은 그 사진들이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는지 믿을 수 없어 했다”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건 아니다. 자세히 보면 인공지능이 만든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가령 최후의 만찬 셀카에서 예수님과 사도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다소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띈다. 가령 일부 사도들의 눈은 이상해 보이며, 손가락이 네 개뿐인 경우도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셀카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몇몇 사람들이 손가락은 너무 많거나 아니면 반대로 너무 적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함께 웃고 있는 한 남자의 입을 자세히 보면 치아가 비정상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소 어색하다.
그럼에도 톰센은 자신의 이런 기술이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데 사용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기술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세계 역사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타임머신 없이 시간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