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재벌 3세 사칭 등 서로 다른 진술…전씨 돌연 “남현희 말이 모두 맞다” 그래도 의혹 여전
#그래서 전 씨는 남성인가 여성인가?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전청조 씨의 성별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1996년생인 여성이다. 그렇지만 성전환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체적인 성별을 두고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전청조 씨는 채널A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여자”라며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고, 남자가 되기 위해 현재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답했다. 임신은 불가능한 상태다.
2023년 7월 가슴 절제 수술을 했다고 밝힌 전 씨는 수술을 남현희 씨가 권했다고도 밝혔다. 전 씨는 “(남 씨가) 저한테 줄곧 ‘네가 가슴 때문에 남들한테 여자란 걸 들키겠어’라고 말했다”며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저 또한 큰 결심을 해서 수술을 하러 갔다”고 주장했다.
남현희 씨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10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남 씨는 “처음 펜싱을 배우러 올 때 스물여덟 살 여자라고 소개를 본인이 직접 했다”면서 “여자 친구로 그냥 정말 가족 같은 친구로 지내다가 어느 날 제 옆에 누워서 이제 본인이 남자라는 거를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전 씨가 성관계를 시도했는데 당시 분명한 남성이었고 이후 성전환 수술을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남현히 씨는 전 씨의 중요 부위를 실제로 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남 씨는 “막 보려고 하면 그 사람한테 상처를 주는 것 같았다”며 “남녀 사이의 행위가 많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전 씨의 발언과 대립되는 주장이다. 김현정 앵커가 전 씨가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사용하는 기구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묻자 남현희 씨는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면서도 “전 씨 신체 중에 중요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는 봤기 때문에 뭔가를 차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전 씨는 자신이 가짜 임신 테스트기를 사줘 남 씨를 속였다는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채널A 인터뷰에서 전 씨는 “임신 테스트기는 모두 경호원 분들이 사서 전달을 해줬고 저는 그 임신 테스트기를 받아서 전달했다. 두 줄이 나왔다”며 “(산부인과를) 경호원 분이랑 해서 다 같이 간 적 있었다. 유산 증상이 보여서 병원에 내원을 했더니 병원에서 노산기도 있고 아무래도 유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본인이 남현희 씨를 임신시킬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산부인과까지 간 것일까. 이에 전 씨는 “그게 왜 중요한가요?”라며 “저는 남현희 씨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누구 애든 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현희 씨가 전 씨가 원래 여성인데 성전환했음을 알고 있었기에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모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짜 임신 테스트기에 속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남 씨는 전 씨가 고환 이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남현희 씨는 “평소 자신을 P 호텔 혼외자라고 주장한 전 씨가 P 호텔에서 태어날 때부터 좀 정상적이지 않아 노출이 안 된 아들이 본인에게 그거(고환)를 이식을 시켜줬다고 했다”면서 “불가능한 거라 느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대기업이니까”라며 전 씨 주장을 사실로 믿게 된 근거를 설명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산부인과에 가서 진단을 받는 것이다. 전 씨는 산부인과에서 ‘유산된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남현희 씨는 여성조선 인터뷰에서 “산부인과에 가서 진단을 받으려고 했는데 (전 씨가) 계속 막아서 못 갔다”고 주장했다.
#남현희는 사기행각을 미리 알았을까?
논란은 여성조선에서 10월 23일 ‘펜싱 남현희·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 만남·열애·결혼 풀 스토리 최초 공개’라는 제목의 단독 인터뷰와 화보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남현희 씨는 전청조 씨를 15세 연하 재벌 3세로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남 씨는 다시 25일 밤 여성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전청조 씨에게 완전히 속았다”고 밝혔다. 남 씨는 25일 오전 전 씨가 업무 미팅으로 부른 사람들이 시그니엘을 방문해 남현희 씨 이름을 믿고 전 씨에게 투자했다는 얘기를 듣고, 전 씨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투자금을 편취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청조 씨는 남현희 씨가 이미 2023년 2월에 자신의 정체를 알았다고 주장했다. 채널A 인터뷰에서 “제 휴대폰을 봤기 때문에 다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며 “기간으로 보면 2월”이라고 밝혔다. 계기는 전 씨가 재벌 3세 사칭을 위해 기자 역할 대행을 고용한 사실을 남현희 씨가 알아챈 것으로, 그때 모든 걸 털어놨다고 한다. MBN 인터뷰에선 “앞으로 남현희 씨에게 터질 의혹이 많을 거”라는 얘기도 했다.
이에 남현희 씨는 10월 3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전청조 씨에 대한 사기와 사기미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주거침입, 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한 자신이 보관하던 전 씨의 또 다른 휴대폰과 노트북을 경찰에 제출했다. ‘자신도 전 씨에게 속은 피해자’라는 남현희 씨는 거짓말탐지기 사용을 요청하고 전 씨와 대질 조사를 받게 해달라는 입장까지 전했다.
#전청조로부터 남현희로 흘러들어간 현금과 고가 선물
전청조 씨가 재벌 3세가 아니라는 부분, 다시 말해 그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단 사실을 남현희 씨가 언제 알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남 씨가 상당한 경제적 혜택을 누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전 씨는 남 씨에게 3억 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 등 고가의 명품을 선물했다. 유튜버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3년 6월 3일 최초 등록된 차량으로 중고차가 아닌 신차를 벤틀리 정식 매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구입비는 3억 8000만 원, 취득세와 각종 등록에 필요한 세금을 더하면 4억 원이 넘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전 씨로부터 남현희 씨가 받은 기타 명품까지 합치면 최소 10억 원을 제공받은 셈”이라고 밝혔다.
반면 남현희 씨는 전 씨의 선물 공세가 부담스러워 시그니엘의 명의를 자기 앞으로 해주겠단 제안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MBN은 자동차등록원부를 확인해보니 벤틀리가 처음부터 남 씨 명의로 구매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전 씨는 MBN 인터뷰에서 “남현희 씨가 벤틀리를 타고 싶다고 해서 전액 현금으로 구매했다. 피해자 돈으로 산 게 맞다”고 주장했다.
11월 2일 남현희 씨의 법률대리인은 입장문을 통해 “벤틀리는 전 씨가 남현희 씨 모르게 깜짝 프러포즈 선물로 준 것”이라며 이어 “뒤늦게 전 씨 사기 행각을 알게 되고 차량 등을 즉각 돌려주려 했지만, 상황이 복잡해 방법을 고민하다가 더 큰 오해를 사게 됐다. 벤틀리 차량 등 전 씨 관련 물건은 이날 경찰에 압수해갈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제공한 것은 고가의 선물들뿐만이 아니다. 11월 1일 MBN ‘프레스룸 LIVE’ 인터뷰에서 전 씨는 “막냇동생한테 매달 500만 원씩 드렸고 어머님한테는 300 드릴 때 있고, 500 드릴 때 있었다”며 “남현희 씨의 채무 1억 4000만 원을 대신 변제했다. 계좌 추적해보면 제가 쓴 돈은 얼마 안 된다. 근데 정말 저한테 남은 건 한푼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청조 씨는 ‘매널’이라는 펜싱학원을 운영했다. 이곳은 고위층만을 수강생으로 받는다고 홍보했으며 남현희 씨가 직접 학부모에게 매널의 고급 레슨을 받으라며 등록을 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매널의 학원 수강료는 전 씨가 아닌 남 씨 명의의 통장으로 들어갔다. 또 다시 전 씨의 자금이 남 씨 측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다만 전 씨가 민사 배상 청구 금액을 갚지 못해 은행계좌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남 씨 통장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공범 여부 논란 속 말 바꾼 전청조
이제 세간의 관심은 남현희 씨가 전 씨 사기 행각의 공범인지 여부로 집중돼 가고 있다.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은 남현희 씨와 전청조 씨의 공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에 남 씨는 김 구의원을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김 구의원도 무고 혐의로 남 씨를 맞고소했다.
공범 의혹에 대해 남현희 씨는 법률 대리인이 밝힌 입장문을 통해 “공범이 아니다. 누구보다 철저히 이용당했고 이용당하면서 마지막 타깃이 되기 직전 전 씨의 사기 행각이 들통난 것”이라며 “전 씨 등에게 시끄럽게 맞대응하기보다 조용히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모든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전청조 씨가 기존 발언을 뒤집었다. 전 씨는 11월 1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전화 인터뷰에서 “남현희 씨가 인터뷰한 내용은 모두 다 사실이다. 남 씨 인터뷰에서 부인할 만한 내용이 단 하나도 없다”면서도 “정말 단 0.01%의 거짓도 없이 남현희 씨에게 사기 치려고 다가간 것도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하고 사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번째 수업 때 나와 사업해 보자고 제안했다”며 본인이 먼저 의도적으로 접근했음을 밝히며 “처음에는 여자라고 얘기하고 레슨을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제가 좋아하게 됐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현희라는 사람한테 사랑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전 씨의 발언은 남현희 씨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강조하며 남 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는 데 집중됐다. 그렇지만 갑작스런 입장 변화로 지금껏 엇갈린 불거진 의혹을 모두 덮고 가기엔 부족함이 크다. 또 전 씨의 입장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도 미지수다. 그사이 세간의 관심만 계속 더 커져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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