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반윤 내세운 ‘빅텐트’ 여부에 촉각…파급력 회의론 적잖아,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도
#창당 확률, 50%부터 99%까지
“신당 창당 가능성? 99%라 본다. 혼자라도 만들겠다는 입장이니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의 말이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신당과 관련된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11월 1일 이 전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위원장님한테 ‘저는 그럼 날짜를 긋고 준비해야 할 걸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얘기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신당 창당을 놓고 대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래 없다고 봤지만, 지금은 (창당 가능성이) 70~80% 정도 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이미 선을 넘었다는 의견이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 남아 있기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 됐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신당 창당 가능성은) 50%는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채 교수는 “일단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 자체도 새로운 게 없는 것 같다.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막을 만한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 전 대표에게 공천을 주자는 목소리도 나오긴 한다. 이 전 대표가 공천을 신청할 경우 가장 유력한 노원구병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노원구청장 출신 김성환 민주당 의원의 아성이 공고한 지역이다. 어차피 험지인 곳에 공천을 줘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막자는 논리다. 채 교수는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이 전 대표를) 대우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탈당하지 못하게 하고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며 “(당선이 가능한 지역의) 공천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이런 언급이 별로 없다. 사면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창당 가능성은) 50%로 본다. 사실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극단 대결로 가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신당으로 간다고 보지 않는 이유는 (이 전 대표가) 모순되는 메시지들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1월 5일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 라이브 방송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국민의힘은 100석도 위험하다고 확신한다”며 “신당 창당은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다. 12월 말까지 당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 결정에 못을 박지는 않은 모습이다.
같은 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는 “실질적으로 이미 사람들을 만나면서 움직이고, 실무적인 준비를 하는 건 한동안 해왔다”며 “비명계를 다 포함해 진보정당 계열 인사들과도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김수민 평론가는 “보수의 절멸을 막으려면 국민의힘을 대체하는 (보수) 신당을 만들어야 하지만, 비명계와 손을 잡으면 보수라는 정체성은 퇴색된다. 서로 모순되는 것”이라며 “(모순된 발언들을 보면) 본인도 정리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장성철 소장 생각은 달랐다. 장 소장은 “최근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좀 다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들과 정치 세력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며 “보수라는 개념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와 철학을 가진 정당을 만들고 싶은 것 같다”고 했다.
#‘이준석 신당’ 형태는?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정당 선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2024년 1월 22일 전까지 창당이 가능하도록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은 10월 30일부터 ‘책임 조합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독자는 월 990원을 낸다. 이들은 신당이 창당될 경우 국민의힘의 책임당원과 유사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채널 구독자 수는 약 11만 명이다.
채진원 교수는 이러한 기반을 토대로 만들어진 신당이 ‘빅텐트’ 형태가 될 것으로 점쳤다. 채 교수는 “반윤, 반명 세력을 결집해서 양당 구도를 타파하자는 쪽으로 명분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며 “범위는 잘 모르겠지만, 양당 심판론으로 가야 (이 전 대표도)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소장도 “(신당은) 지역주의 정당은 아닐 것이고, 이념 정당도 아닐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지극히 정상적인 정당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론가들은 이준석 신당이 비례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장 소장은 “(신당 후보들이) 지역에서는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합리적인 사람들이 국회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 정당투표를 통해서 의미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 소장은 “각 당이 위성 정당을 안 만든다면 원내 교섭단체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며 “그래서 선거법이 어떻게 바뀌느냐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쉽게 몇 개 의석을 얻을 수 있다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비명계하고도 같이 할 건지 안 할 건지, 유승민과 이준석 두 사람이 동시에 탈당한 다음 같이 당을 만들 건지 한쪽만 나올 건지 이것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비례대표로 13석밖에 못 얻었고, 지역구에서 호남 위주로 25석을 가져갔다. 그래서 40석 가까이 얻을 수 있었다”며 “이준석 신당은 비명계 가담이 없다면 지역구에서 의석을 낼 수 있는 곳이 거의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준석은 초조할까
김수민 평론가는 이 전 대표가 막다른 골목에 있다고 봤다. 김 평론가는 ‘영어 면박 사건’이 이 전 대표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초조해진 마음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봤다. 11월 4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 전 대표 토크 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수민 평론가는 “(이 전 대표 본인도) 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단적으로 최근 젠더 담론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2030) 여성들의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같이 살아야 할 세대이기 때문”이라며 “노년층에서도 인기가 나빠졌고, 40대 쪽은 원래 호감도가 높지 않았다. 삼면이 바다로 포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성철 소장은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장 소장은 “이준석은 잔소리가 필요 없는 정치인”이라며 “(보좌관들은 정치인에게 발언에 관해) 계속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에게는 그런 것들이 필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때와 장소에 맞게 계산된 발언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장 소장에 따르면 인 위원장에 대한 영어 면박도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인 셈이다.
이어 장 소장은 “10년 동안 정치권에서 험하게 단련이 돼서 그런지 정치의 생리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본인이 어떠한 정치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확고한 것 같다”며 “양심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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