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중도 아닌 보수’ 선택, ‘퇴임 후 교수’ 무난하단 평도…헌재 재판관은 ‘검찰 출신’ 가능성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던 보수 성향의 조희대 전 대법관은 퇴임 후에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적을 옮겨, 상대적으로 인사 검증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인사 발표 이후 “대법관 임기가 끝난 후 고액을 버는 변호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학계로 가 후학을 길렀다”며 인사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점쳤다.
한편 조만간 임기가 끝난 헌재 소장 자리 몫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인사도 함께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출신 법조인이 헌법재판관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희대 낙점의 득과 실
대통령실과 국정원 등에서는 대법원장 후보자를 놓고 3주일 넘게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11월 초부터는 ‘막바지 단계다. 곧 인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리고 11월 8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조희대 전 대법관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낙점했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13기인 조희대 전 대법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원장 등을 거친 인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다만, 재판에 성향을 반영하기보다는 법리적인 검토를 우선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조희대 지명자는 27년 동안 전국 각지 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하다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대법관으로 봉직했다”며 “법관으로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데 평생을 헌신했고 대법관으로서도 원칙론자로 정평이 날 정도로 법과 원칙이 바로 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그는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가장 많은 소수의견을 낸 덕분이었다. 대표적으로 2022년 8월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삼성이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 측에 준 말 3필을 '뇌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수의견을 안철상·이동원 대법관과 함께 내기도 했다.
이런 지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거론된다. 믿고 사법부를 맡길 수 있지만, 거꾸로 보수 성향이라는 점이 민주당의 공세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임 후 성균관대 석좌교수를 간 점은 고액 수임료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로펌 요청에 따른 의견서 등 추가적인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다만 임기가 제한적이어서 민주당이 환영할 여지도 있다. 1957년생으로 2027년 6월에 법관으로서 정년이 도달한다. 3년 반 정도밖에 임기가 남지 않게 되는데 이럴 경우 차기 정권에서 출범 직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가능성이 생긴다.
#김형두 헌법재판관과 비교해보니…
유력 후보군으로 언급됐던 김형두 헌법재판관(사법연수원 19기)과 비교하면 더 쉽게 판단 이유를 알 수 있다. 김형두 재판관은 중도 성향, 혹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곤 한다. 전북 정읍 출신인 김 후보자는 전주 동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등 요직에서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심 뇌물수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점 등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곤 한다. 법원 내 보수 엘리트 조직인 민사판례연구회(민판) 소속이었던 점 등 때문에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앞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고 낙마한 상황에서, 호남 출신의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형두 재판관이 ‘최선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미스터 소수의견’ 조희대 전 대법관을 낙점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두 후보자 모두 훌륭한 분들이기 때문에 법원 내에서 반대하는 이들이 적겠지만 결국 지금은 법원 내 반응이 아니라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지 여부 아니겠냐”며 “그동안 보였던 재판 결과나 성향을 고려할 때 윤석열 대통령은 조희대 전 대법관을 선택한 것은 보수 성향을 더 중시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11월 첫째 주부터 나올 것이라던 인사가 늦어진 배경도 이 같은 이념 부분들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2023년 안에 대법원장 취임을 고려한다면 무조건 나왔어야 했던 인사이기도 하다. 2023년 정기국회는 12월 9일까지 예정돼 있다. 임명 후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11월 둘째 주 안에는 인사가 나왔어야 한다.
#'한 자리 공석' 헌법재판관은 언제?
대법원장 자리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 자리가 공석인 헌재 재판관 인사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유남석 헌재 소장은 11월 10일로 임기가 끝이 난다. 이종석 재판관이 차기 소장으로 임명됐지만,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라서 공석인 한 자리 인사가 불가피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출신 몫의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확히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고검장 출신의 법조인이 차기 헌재 재판관으로 거론이 되고 있고 실제로 인사 검증도 꽤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 임명될 인사가 2024년에 헌재 소장 임기가 끝나는 이종석 차기 헌재 소장 후보자의 후임이 되는 ‘차차기 헌재 소장이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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