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첫날 급등 이후 연이틀 하락세…고금리 상황 개인들 추매 제한적, 단기 수급 개선에 그칠 듯
실제 시장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증시는 공매도 금지 첫날인 지난 11월 6일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였지만 이후 연 이틀 급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금지로 수급 개선이 이뤄져도 그 효과는 2주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휴일이던 지난 11월 5일 회의를 열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의 긴축으로 증시가 급락할 때에도 개인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요구가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던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심지어 증시 연구를 전담하는 자본시장연구원도 지난 8월 발간한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는 부정적 영향이 명확하다”면서 “가격효율성이 저하되고 변동성과 극단수익률 발생빈도가 증가하며 거래회전율은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부정적 인식과 달리 시장의 가격발견에 기여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전면 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접근보다는 그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규제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공매도 금지는 지금까지 세 차례 이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다. 모두 전세계적인 위기 상황이었던 만큼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시장의 반응도 부정적이지 않았다. 위기 대응 대책이 나오면서 시장은 반등했고, 공매도 금지도 이에 도움이 됐다.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29일까지 코스피는 3.0% 하락했지만 코스닥은 20% 상승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충격이 겹쳤던 2011년 8월10일부터 11월 9일까지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6%, 12.3%씩 올랐다. 코로나19 충격이 증시를 엄습했던 2020년 3월16일부터 2021년 5월 2일까지는 77.7%, 87.7%씩 급등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큰 폭의 경기침체가 18개월가량이나 지속됐지만 2011년에는 경기 침체라기보다는 금융시장 내부의 위험이 증시를 강타했고 2020년에는 경기침체 기간이 불과 두 달에 그쳤다”면서 “공매도 금지 자체가 펀더멘털 약화 구간에서 지수 방향성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현재 증시 상황은 과거 공매도 금지 때와 달리 ‘위기’라고 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금지가 일부 안전판 역할은 했지만 증시가 상승했던 주된 요인은 위기 대응을 위해 시행된 통화 및 재정정책이었다”면서 “현재는 미국 국채금리 반락과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완화로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는 국면인 만큼 이번 공매도 금지는 증시 안전판 역할보다 단기 수급을 개선시키는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 테마”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공매도 금지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 대해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조치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증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시장개방성이 중요한데 공매도 금지는 이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세계에 투자하는 외국인들 가운데는 국가나 지역별 포트폴리오 전략을 실행할 때 저평가된 종목은 사고, 고평가된 종목은 공매도해서 투자위험을 조절하는 곳들이 많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위험관리가 어려워져 설령 저평가됐더라도 투자원칙상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곤란할 수 있다. 실제 과거 공매도 금지 직후 외국인은 곧바로 순매도를 늘려갔고, 기관은 공매도를 위해 빌렸던 주식을 되갚기 위한 쇼트커버링 차원의 매수세를 보였지만 오래지 않아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이번 공매도 금지기간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개인이 얼마나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일지다. 개인은 과거 공매도 금지 후 순매수를 크게 늘렸다. 개인 비중이 큰 코스닥 상승률이 높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 공매도 금지 때에는 개인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코스피도 급등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개인 매수세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로 주가가 급락한 업종과 종목이 단기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2차전지 관련주들이다.
하지만 과거 공매도가 금지됐던 그 어떤 때보다 금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3년간 개인들이 이미 주식에 투자한 자금도 상당하다. 주식 대비 고금리 상품의 매력은 높아지고 차입 부담은 크게 무거워져 개인들이 추가로 주식에 배분할 자금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고객예탁금은 45조 원을 밑돌며 코스피가 2200, 코스닥이 700선을 하회했던 올해 1월 초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공매도 금지에도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현물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을 사는 매도차익거래를 통해 주식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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