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이용해 사욕 채우는 사람들 너무 많아"
[일요신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대구를 방문해 홍준표 시장을 만났다. 최근 인 위원장은 친윤계와 중진 등을 향해 험지출마 등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비윤계 인사들을 만나 접점을 늘리고 있어 이번 '보수의 텃밭'인 대구 행보가 더욱 주목 받았다.
이날 산격청사에서 성사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홍 시장은 인 위원장에게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홍 시장은 "할 얘기는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듣보잡'들이 너무 설친다"면서, "대통령 믿고 초선이나 원외, 듣보잡들이 중진들 군기 잡고 설치는 바람에 이 당에 중진이 어디 있나. 중진의 역할이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8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08/1699449245931664.jpg)
이어 "박사가 노력하셔도 이 전 대표는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이 체제에서 비례대표 정당만 창당해도 10석 가까이 차지할 수 있는데 뭐 하려고 이준석이 지역구 나가겠다고 목매달겠나. 이준석이 신당 만들면 김기현 대표는 먹잇감이 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 활동을 두고는 "당을 혁신하려고 들어왔는데 전권 주겠다 했으면 인 박사가 얘기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면서, "그것을 안 해주나 안 해주나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혁신위에 덮어씌워서 정리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인 위원장이 분위기를 만들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에 홍 시장은 "나는 듣보잡들 때문에 싫다. 걔들은 내년에 다 정리될 거다. 정리된 후에 새로 시작하면 되는 것"이라며, "총선에 일체 관여하지 말라고 일련의 조치를 취했는데 지금 와서 총선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비공개 간담회가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 중진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은 "당의 허리가 없어졌으니 당이 건강할리가 있느냐. 사람도 허리가 부실하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며, "발바닥이 설치니까 허리가 온전한가"라고 말했다.
또 "총선에서 열심히 해서 과반수가 되도록 해보라. 그렇게 못하면 식물정부가 된다. 그 다음부터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정부가 된다"며, "그게 심각한 줄을 모른다. 조금 있어 보면 그런 사람들이 제일 먼저 엑소더스(대탈출)를 시작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보지 않았느냐. 제일 먼저 엑소더스한 게 친박들"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뒤에서 친윤이라면서 부탁해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놈이 참 많을 거다. 그러니 대통령이 이용 당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그걸 이용해 먹는 놈들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나라를 농단 한 것이다. 그 본질도 모르고 엉뚱한 처방을 계속하니까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