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모스크바 방문 당시의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왼쪽)와 고위 관리 무사 아부 마르주크. 사진=EPA/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10/1699581146735331.jpg)
그런가 하면 독일 신문인 ‘벨트 암 존탁’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하마스의 투자 사무소가 가자지구 밖에서 거느리고 있는 금융 제국의 규모는 약 7억 5000만 달러(약 9800억 원)에 달한다. 사정이 이러니 하마스가 IS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집단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의 보고에 따르면, IS의 경우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고위 관리들 가운데 가장 부유한 인물들은 무사 아부 마르주크(72), 칼레드 마샬(67), 이스마일 하니예(61) 등 3인방이다. 독일 ‘빌트’는 이들의 순자산 규모가 각각 30억 달러(약 4조 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셋 가운데서도 가장 막대한 부를 자랑하는 것은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이자 1인자인 하니예다. 사실 하니예의 자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곳은 없다. 가령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은 32억 달러(약 4조 원)라고 추정한 반면, 온라인 매체인 ‘i24뉴스’는 이보다 많은 50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로 추정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하니예는 가자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안가 지역의 땅을 400만 달러(약 52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가자지구 이외의 해외 곳곳에도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열세 명의 자녀들 명의로 등록되어 있다. 특히 하니예는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튀르키예 여권을 취득한 후 튀르키예 부동산에도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왔다. 덕분에 2019년부터 카타르와 튀르키예의 고급 호텔을 돌아다니면서 호화 생활을 했으며, 한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잠행을 이어갔다.
그의 호사스런 생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간간이 알려져 왔다. 인스타그램에는 그가 아들들과 함께 개인 전용기를 타고 다니면서 테헤란, 이스탄불, 모스크바, 카이로 등을 여행하거나, 우호국의 지도자들을 만나거나, 호텔방에서 여유를 부리는 사진이 종종 올라왔다.
![전용기로 여행하는 하마스 지도자들. 맨 오른쪽이 하니예. 사진=인스타그램](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10/1699581244957148.jpg)
하마스의 전 최고지도자인 마샬은 하니예와 마찬가지로 현재 카타르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하마스의 부동산과 금융 거래를 담당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벌어진 ‘아랍의 봄’ 봉기를 피해 다마스쿠스를 탈출할 당시 하마스 지부에서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챙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이 추측하고 있는 그의 순자산은 40억 달러(약 5조 원)다. 반면 ‘i24뉴스’는 이집트와 카타르 은행의 계좌에 보관된 현금과 아라비아해 지역에 투자한 부동산까지 포함하면 50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의 또 다른 고위 간부인 마르주크는 현재 하마스의 2인자로 여겨지고 있으며, 일종의 외무장관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1995년 테러단체를 지원한 혐의로 체포돼 미국에서 추방됐으며 그 후 요르단, 시리아를 거쳐 2012년 카이로로 이주했다. ‘빌트’는 현재 그의 자산을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로,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보다 많은 30억 달러(약 4조 원)로 보고 있다.
사실 이들 세 명의 자산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i24뉴스’는 이 밖에도 수백 명의 하마스 고위 간부들이 돈방석에 앉아있다고 추측했다. 가령 하마스의 최고 실권자인 야히아 신와르는 100만~300만 달러(약 13억~49억 원)의 자산을, 그리고 하마스군 사령관인 모하메드 데이프의 경우에는 500만 달러(약 65억 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고급 호텔에서 여유를 부리는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의 아들들. 사진=인스타그램](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10/1699581437347447.jpg)
둘째, 국제 원조 역시 결과적으로는 하마스의 주머니를 불렸다. 오래전부터 팔레스타인 국외 거주민들과 개인 후원자들은 하마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왔으며, 서방의 일부 이슬람 단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타르와 이란 역시 하마스의 주요 지원국에 속한다. 카타르 정부는 지금까지 가자지구에 수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했으며, 이란은 하마스에 자금, 무기, 군사 훈련 등을 지원해왔다. CFR의 조사에 따르면 이란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기타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다른 단체들에 매년 지원하고 있는 금액은 1억 달러(약 1300억 원)에 달한다. 튀르키예 역시 대외적으로는 하마스의 정치 활동만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비밀리에 테러 활동에도 자금을 대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하마스의 지도자들은 다양한 투자 활동을 통해 부를 쌓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두바이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런 투자 포트폴리오 규모는 최소 5억 달러(약 6500억 원)에 달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운용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이는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최근 CNN은 미 법무부가 하마스의 암호화폐 거래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3년 전 하마스와 관련된 몇몇 계좌를 압수한 데 따른 조치로, 미 재무부는 지난 10월 18일 ‘하마스 공작원 및 금융 조력자’라고 불리는 인물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수단, 튀르키예, 카타르, 서안지구 및 기타 지역에 기반을 둔 여덟 명의 개인을 포함해 ‘바이 캐시’라고 불리는 암호 화폐 회사도 포함돼 있었다.
![탁구광으로 알려진 하마스의 전 최고지도자 칼레드 마샬. 사진=인스타그램](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10/1699581492457257.jpg)
실제 2021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확산되는 전염병의 약 4분의 1이 수질 오염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아이들 사망 원인의 12%가 수질 오염으로 인한 감염이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대사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 사람들은 기본적인 욕구를 박탈당한 채 살고 있는 반면 하마스는 구호 자금을 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MSN은 하마스의 부가 감옥에 수감된 테러범들이나 그 가족들을 돕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령 최고 3년형을 받고 복역하는 수감자들에게는 월 400달러(약 50만 원)를, 30년 이상 복역하는 경우에는 월 3400달러(약 440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극빈층이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처사일 수밖에 없다.
이에 MSN은 하마스의 고위 간부들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가자지구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가난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 극명한 대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책임감, 그리고 우선순위의 변화에 대한 긴급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위의 주장의 진위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명확한 출처 없이 이스라엘 혹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주장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이 주장을 입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자료는 현재로서는 없다. 따라서 누가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고,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한 주장인지 밝혀내는 것 또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 듯 싶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