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왕건’ ‘대장금’ ‘대조영’ 등 큰 인기…지난 대선 시즌 ‘태종 이방원’은 기대 못미쳐
‘고려 거란 전쟁’은 사극 명가 KBS가 2022년 5월 종영한 ‘태종 이방원’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선보인 34번째 대하드라마다. 2016년 방영된 32번째 KBS 대하드라마 ‘장영실’은 중반부 한때 14.1%까지 시청률이 오르기도 했지만 꾸준히 10%대를 유지하다 10.2%로 종영했다. KBS 사극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보인 ‘장영실’ 종영 뒤에 KBS는 한동안 대하드라마를 편성하지 않았다.
그리고 5년여 만에 방영한 ‘태종 이방원’은 11.7%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요즘 방송 현실에선 분명 높은 시청률이지만 야심차게 부활한 KBS 정통 대하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컸다. 이에 KBS는 ‘KBS 사극’을 대표하는 배우 최수종을 히든카드 삼아 ‘고려 거란 전쟁’을 기획하게 됐다.
‘태종 이방원’은 2021년 12월 11일부터 2022년 5월 1일까지 32부작으로 방영됐다. KBS는 왜 이 시기에 대하드라마를 부활시킨 것일까. 첫 방송이 나간 2021년 12월 11일은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뜨거운 대선 정국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사극은 대선이나 총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유독 더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에 KBS가 대선 정국을 활용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사극 시청률 순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드라마 가운데 무려 10편이 정치의 계절에 방송됐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에는 KBS ‘용의 눈물’이 방영됐는데 무려 49.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0년 4월에 치러진 16대 총선은 역대급 총선으로 꼽힌다. 15대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치러진 총선으로 여당(연립 정부를 구성한 새천년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 132석, 야당인 한나라당이 133석으로 근소한 차이의 ‘여소야대’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당시 대한민국은 뜨거운 정치의 계절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흐름 때문이었을까. 16대 총선 정국에선 무려 3편의 사극이 큰 인기를 얻었다. 63.7%로 역대 사극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MBC ‘허준’, 60.2%로 역대 2위에 오른 KBS ‘태조 왕건’이 16대 총선 당시 방영됐고 44.3%를 기록한 KBS ‘왕과 비’는 총선 정국 내내 방영되다 선거일을 20여 일 앞두고 종영했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KBS ‘제국의 아침’(35.5%), 2004년 17대 총선 정국에는 MBC ‘대장금’(57.8%)이 방영됐다. ‘대장금’은 역대 사극 최고 시청률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진 2007년 17대 대선 정국에서도 사극은 큰 인기를 누렸다. KBS ‘대조영’이 36.8%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MBC ‘태왕사신기’도 35.7%의 시청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MBC ‘이산’(35.5%)도 당시에 방영됐다.
이런 흐름은 2010년 이후에 거의 사라졌다. 2012년 19대 총선 정국에 방영된 MBC ‘해를 품은 달’ 정도가 눈길을 끌었는데 정통 사극보다는 궁중 로맨스로 장르를 분류하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KBS ‘대왕의 꿈’이 방영됐지만 최고 시청률 1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런 흐름은 방송사가 대하드라마 등의 정통 사극 비중을 크게 줄인 이유가 크다. 아무래도 출연진이 많고 회차도 긴 데다 야외 촬영 비중도 높다. 게다가 대규모 전투신도 자주 등장한다. 이런 부분은 모두 제작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정통 사극이 마지막 전성기를 누린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방송사마다 공채 탤런트 제도를 운영해 일부 주연 배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호봉제로 출연료를 지급했다. 소속 탤런트를 바탕으로 섭외도 어렵지 않았다. 출연진이 100명을 훌쩍 넘고 100부를 넘기는 것은 기본, 200부작 대하드라마까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지만 공채 탤런트 제도가 사라지면서 전반적으로 출연료가 크게 올랐다. 요즘에도 사극은 여전히 제작되고 있지만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 주류다.
사실 정통 사극은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딱딱하게 배우던 역사를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통해 접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강점이다. 역사 교양 프로그램도 과거 인기를 얻은 정통 사극 방송 화면 등을 자주 활용할 정도다. 두 번째는 배우들의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정통 사극엔 조단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왕이 주인공일지라도 드라마에는 중신들이 필요하고 다양한 궁중 사람들도 캐스팅해야 한다. 또한 엑스트라 출연진도 많이 필요하다. 톱스타들만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요즘 연예계에서 정통 사극은 조단역 배우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
이번에도 정통 사극의 부활을 위해 나선 곳은 대하사극의 명가 KBS다. 지난 대선 때 ‘태종 이방원’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KBS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고려 거란 전쟁’으로 완벽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태종 이방원’은 역대 사극 시청률 순위 6위에 오른 ‘용의 눈물’(49.6%)과 같은 시기를 다뤘다. KBS 대하드라마를 대표하는 ‘용의 눈물’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만 것. 이번에는 KBS 대하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태조 왕건’을 비롯해 다양한 대하드라마에 출연한 최수종 카드를 뽑아들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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