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실적 저조한 지점 대상 외주 계약 체결…KT “구조조정 없다” 밝혔지만 일감 축소 불안감
#기존 업무 위탁, 구조조정 신호탄?
KT는 2015년 유선통신기기 설비와 애프터서비스(AS)를 담당하기 위한 법인 ‘KT서비스북부’와 ‘KT서비스남부’를 출범시켰다. 이전까지 KT의 AS 등 업무는 협력사인 ITS가 맡았다. 그러나 황장규 전 KT 회장이 ‘싱글 KT’ 정책을 추구하면서 ITS를 인수한 후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담당하는 KT서비스북부와 그 외에 지역을 담당하는 KT서비스남부로 재편했다.
KT서비스북부·남부는 출범 후부터 현재까지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KT서비스북부·남부는 과거 열악한 처우에 무리한 실적 압박을 받는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처우는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무 강도나 실적 압박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KT민주동지회, KT새노조 등은 지난 5월 “KT서비스북부 서부본부 구로지사에서 직원들 명의로 수백 회선의 인터넷, TV 허수 개통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책임을 져야 할 지사장과 KT는 오히려 영업실적 문제를 들먹이며 ‘보직해임, 원거리 발령’ 등을 거리낌 없이 말하면서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T서비스북부·남부의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나온다. 희망연대본부는 지난 11월 10일 KT서비스북부·남부가 영업실적이 저조한 지점을 대상으로 외주 협력업체와 업무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T서비스북부·남부의 기존 업무를 협력업체에 이관하면 기존 직원들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 KT서비스북부·남부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희망연대본부는 “한마디로 재외주화를 추진하면서 사실상 구조조정을 통해 지급 단가를 낮춰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자회사 업무를 협력업체로 이관하면서 그 일을 하고 있던 노동자들의 자연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는 KT서비스북부·남부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연대본부가 주장한 업무 이관에 대해서는 일종의 ‘파일럿’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KT서비스북부 관계자는 “KT서비스 지점의 주 업무는 통신사 개통과 AS지만 영업에 대한 실적이 부족하다 보니 영업에 전문적인 기관이 개통과 AS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차원으로 (일부 지점에서) 시범 운영을 하는 것”이라며 “해당 지점에서 근무했던 기존 인력은 본인이 원하는 지역으로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희망연대본부는 지난 11월 13일 KT서비스북부·남부의 최근 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기자회견에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KT의 요청으로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대신 KT 사측과 희망연대본부 간 간담회가 진행됐다. KT 관계자는 “직원들의 우려와 달리 KT서비스북부·남부의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구조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영섭 대표는 ‘구조조정 전문가’
KT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KT서비스북부·남부의 구조조정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KT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KT는 올해 과다 지출로 인해 실적이 부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밝힘에 따라 과다한 영업비용 지출이라는 KT의 고질적인 약점이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2023년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2024년에 획기적인 영업비용 감축이 이루어졌을 텐데 이동전화 매출액 감소 전환 속에 영업이익 감소 지속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KT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19조 671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9조 6886억 원으로 3.26%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 5387억 원에서 1조 3841억 원으로 10.05% 감소했다. KT서비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KT서비스북부는 지난해 1~3분기 3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1~3분기에는 16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KT서비스남부도 61억 원의 순이익에서 2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뿐만 아니라 KT는 최근 이동통신 가입자 수에서 LG유플러스에 밀려 2위로 추락해 자존심을 구겼다.
김영섭 KT 대표가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소위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점도 직원들의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몇천 명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라는 단서가 붙었다는 점에서 내년 이후에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희망연대본부 KT서비스지부 관계자는 KT와의 간담회 후 일요신문에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문서상으로 합의가 된 것은 아니지만 구두 약속을 했다”며 “임금, 복지 등 노동 환경이나 노조 탄압 문제 등을 계속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을 신뢰한다기보다는 원청인 KT나 KT서비스의 임원과 대화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처음이었다”며 “임원진이 나와서 이야기를 했으니 대놓고 모른 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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