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슈퍼 통합 1년 성과, 영업이익 9년 만에 최대…“해외 브랜드 소싱‧적극적 마케팅 필요”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마트 서울 잠실점, 서울역점을 ‘제타플렉스(Zettaplex)’로 전환해 운영하면서 이들 매장의 매출도 전환 전 동기 대비 각각 15%, 75%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향후 매장 리뉴얼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실적 개선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해서 다양한 경험이나 체험을 제공하는 매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경쟁업체처럼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전략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9일 3분기 매출액이 3조 73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고 영업이익은 1420억 원으로 5.3%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쇼핑에는 백화점, 마트, 슈퍼, 롯데온(이커머스) 등이 속해 있다. 백화점은 3분기 매출이 75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고, 영업이익은 31.8% 줄어든 740억 원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줄어든 1조 5170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57.3% 증가한 71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슈퍼 역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든 3470억 원, 영업이익은 146.6% 성장한 140억 원을 올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와 슈퍼가 지난해 11월부터 통합 운영을 시작하면서 상품 소싱 업무가 통합됐고, 이로 인해 상품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본격적으로 영업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강성현 대표를 마트‧슈퍼 공동 대표로 선임하고 업무 통합 작업을 본격화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마트와 슈퍼의 상품 소싱 업무 통합으로 마진율 및 운영 관리 비용 개선이 이뤄졌을 것이고 고정비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안정기에 접어들면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은 또 최근 몇 년간 점포수를 줄이고 희망퇴직도 두 차례 진행해 물적‧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계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2.4%에서 2022년 48.6%로 높아졌다.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27.8%에서 14.5%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프라인 마트 개수를 줄인 이후 롯데마트는 매장 리뉴얼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1년 12월 처음 롯데마트 잠실점을 미래형 매장 ‘제타플렉스 잠실점’으로 전환했다. 제타플렉스는 ‘여기에 없으면 어디에도 없다’는 콘셉으로 일반 매장과 비교해 30% 이상 많은 품목수, 계절감을 담아낸 신선매장, 메가 와인숍 ‘보틀벙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군별 전문 매장으로 구성했다. 이후 지난 9월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제타플렉스 매장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다만 리뉴얼 전략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선도 존재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30대 남성 박 아무개 씨는 “매장이 예쁘게 리모델링되고 체험거리를 제공한다고 하면 호기심에 가볼 것 같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싸고 편리한 쇼핑을 추구하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을 주로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제타플렉스 잠실점의 경우 제타플렉스로 전환하면서 오픈 전 동기 대비 15%가량 매출이 상승하는 등 지속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앞으로 롯데마트 은평점 매장 90%가량을 식료품으로 편성한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 콘셉트로 리뉴얼해 연내 오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 개선을 계속 이어가려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실화를 위해 광고비나 마케팅을 줄이면 신규 고객 유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매출 상승이나 지속적인 영업이익 개선을 노린다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위해 광고‧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보틀벙커’처럼 경험이나 체험을 제공하는 특화 매장을 더 다양화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의 박성의 소장은 “온라인 소비가 주지 못하는 경험을 오프라인을 통해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볼거리를 제공하고 사람을 모을 만한 곳으로 리뉴얼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보틀벙커 같은 체험형 매장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롯데가 가진 유통강자의 이미지를 활용해 적극적인 해외 브랜드 소싱도 필요해 보인다”며 “경쟁사인 이마트는 해외 브랜드 소싱에 적극적인 반면 롯데마트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온라인에서 소비가 이어지게 하는 옴니채널 전략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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