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조국·송영길 신당 가능성 대두…거대 양당, 비례정당 막으려 ‘병립형’ 회귀할 수도
3지대 진영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결별한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이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민주당 내 소신파로 꼽히던 금태섭 전 의원도 ‘새로운선택’ 창당을 준비 중이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신인규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당을 탈당해 ‘민심동행’ 신당 창당에 나섰다. 이외에도 정의당의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주도하는 ‘세번째권력’도 3지대 진영의 변수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준석 신당’이다. 이 전 대표는 12월말을 데드라인으로 삼고, 신당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이준석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거론되긴 하지만, 정가에선 국민의힘 잔류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야권에서는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 가능성이 부상했다. 조국 전 장관은 11월 6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라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흘 뒤인 11월 9일에는 경남 양산의 평산책방에서 신간 사인회를 열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송영길 전 대표는 11월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차기 총선 출마 여부에 “전국구용 신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나 역시 이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국 전 장관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도 자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3지대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는 지난 21대 총선부터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이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비례대표로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채워주는 방식이다. 21대 총선에서는 ‘연동형 캡’이 씌워져 비례대표 총 47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현행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내년 총선에서는 비례 47석 모두 연동형으로 배분된다.
3지대에서 활동했었던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과거 3지대 정당에는 3가지 조건이 있었다. 당을 이끌 대권주자급 인사, 지역기반, 참신함이다. 총선에 지역구 후보를 내려다보니 비용도 많이 들었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며 정당이 비례대표만 내도 의미 있는 의석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이를 노린 제3지대 정당이 난립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을 창당했을 시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11월 14일 여수MBC 인터뷰에서 “신당에 대한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진다”며 “지지율이 15~20% 사이를 유지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전 대표 역시 비례대표 신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는 “나 개인의 당이 아니라 새로운 47석 비례대표의 개혁적이고 검찰독재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그런 정당, 민주당을 견인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이 11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하겠는가’ 질의에 응답자 16.2%가 이준석 신당을 선택했다. 이어 ‘조국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하겠는가’ 물음에는 13.8%가 ‘조국 신당’을 선택했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차기 총선에서 제3지대 정당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높다. 야권 한 전략통의 말이다. “국민들은 언제나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높고 교체를 원한다.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지대 정당 지지율은 항상 10%를 넘겼다. 하지만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면 생각이 달라진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에게 우리 삶과 직결된 정치를 맡기기엔 걱정이 앞선다. 이에 결국 익숙한 거대 양당에 표를 던지게 된다.”
3지대 정당들이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합종연횡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11월 10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주선으로 금태섭 전 의원과 3자 회동을 가졌다. 또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내 ‘비명계’로 탈당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중진 이상민 의원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과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 부의장은 양당 정치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금요연석회의’를 결성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권 한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현재 민주당보다도 더 강하게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여권 성향 인사들도 함께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송 전 대표 중심으로 신당이 만들어지면 이들을 포함해 국민의힘·정의당 인사들도 참여할 수 있다. 이른바 ‘윤석열 탄핵당’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가에선 이러한 이합집산이 참신함보다는 구태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야권 전략통은 “이준석 전 대표가 이상민 의원과 힘을 합치면 혁신의 모습이 그려지겠느냐”고 반문하며 “새로운 3지대 정당이 아니라 잡탕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지대 정당의 성패는 거대양당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정당 득표율로 의석수를 나누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어려운 ‘다양한 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군소정당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그 취지가 무력화됐다. 그러다 보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봐야 한다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선거제 개정은 여야 합의가 필요한 만큼 이견을 보여 내년 선거를 140여 일 남기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와 들어맞는다는 점도 선거제 개정을 어렵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양당 모두 이준석 신당과 송영길·조국 신당이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9년 선거제 개정 때부터 준연동형을 반대한 만큼, 병립형으로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당초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당론으로 세웠던 민주당에서조차 여당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개정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출범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민주당 이탄희 김두관 이원욱 신정훈 의원 등은 11월 15일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국민 앞에 국민통합과 정치개혁 선언을 통해 위성정당 방지를 약속했다. 당연히 민주당 모든 의원들은 당론 채택으로 이를 연대보증했다”며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이 만들어 낸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당론으로 국민 앞에 재천명하는 것으로 총선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30명 이상의 의원들이 법안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양당이 이미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법 개정을 합의했지만, 앞서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해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위성정당 방지) 법안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위성정당이라는 기준이 애매하다”며 “예를 들어 송영길 전 대표가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면, 이는 위성정당인가. 송 전 대표는 민주당과 무관한 개혁 정당을 주장하지만, 국민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느냐. 국민의힘에서 나와 세울 여권의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총선을 반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이처럼 해석에 따라 혼란을 가중시킬 법안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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