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은 참으로 아름답다. 찬 기운이 눈 시리게 하는 파란색도 좋지만, 석양을 품은 구름이 빚어내는 풍성한 색채의 하늘은 장관이다. 이런 하늘을 보면서 18세기 낭만주의 화가들은 자연 속에 깃든 신의 숨결을 찾으려 했다.
도심의 인공 불빛과 자연이 힘 모아 보여주는 밤하늘 역시 아름답다. 검정에 가까운 짙은 푸른색 밤하늘을 배경 삼아 도심 불빛을 머금은 구름은 반투명 실크 천처럼 신비롭게 보인다.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이런 밤하늘에서 환상적인 화면을 떠올렸다.
자연은 이처럼 제때에 꼭 맞는 방법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가들은 이런 자연의 순리에서 조화를 찾아내 인류 예술의 본질로 삼았다. ‘하모니’가 그것이다.
서양미술의 핵심 키워드로 통하는 하모니는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기본 법칙으로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마치 공기처럼. 너무나 익숙해서 느끼지 못할 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신용카드, 책, 명함이나 컴퓨터 모니터 같은 것들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가로 세로 길이가 하모니의 기본이 되는 비율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자연에서 찾아낸 황금비율(1:1.618)이다.
보기에 거스름이 없어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이 비율은 놀랍게도 음악에서도 통한다. 서양음악의 기본이 되는 8음계에서 인간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음은 ‘솔’이다. 다섯 번째 소리다. 8대5로 나뉘는 음은 황금비율과 가장 근접한 소리다. 그리스인들은 이 비율을 적용해 예술을 창조했고, 서양 고대의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하모니는 상반되는 요소의 어울림에서 더 극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크기의 대소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양의 조합, 반대되는 색채의 결합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강한 여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현대미술이 추구해온 아름다움의 방향이다.
김순주의 회화가 지향하는 아름다움의 얼굴이 그렇다. 상반되는 요소를 버무려서 마음에 오래 남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추상적 구성을 바탕으로 자연물을 사실적으로 접합한 화면이다.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회화다.
마블링 기법을 이용한 우연성과 철저하게 계획된 구성, 작품의 주제로 삼는 밤의 사색적 고요함과 낮의 활기찬 에너지의 동거가 그렇다. 모순의 하모니인 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들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순의 조화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상반되는 요소의 조화에서 극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김순주 회화의 매력이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