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명칭이 바뀌면서 팀들의 대폭적인 변화가 큰 시즌이 됐다. 기존 ‘데이터스트림즈’ ‘구전녹용’이 빠지면서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팀이 사라졌으며 ‘통영 디피랑’ ‘부천 판타지아’도 빠졌다. 대신 4개의 신생팀이 들어왔다. 신생팀은 ‘용인 퓨리움’ ‘의성마늘’ ‘칠곡황금물류’ ‘yes문경’이다. 여기에 기존 ‘KH에너지’ ‘의정부행복특별시’ ‘스타영천’ ‘경기 고양시’ 등 8개 팀이 경합을 펼쳤다.
#백지 반의 반 차이로 4강 결정
지난 8월 11일 개막한 레전그리그는 14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통합 14라운드를 끝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 팀이 가려졌다.
앞서 끝난 13라운드에서 yes문경이 1위를 확정지은 가운데 남은 티켓 3장의 주인은 최종일에서야 가려졌다. 최종 라운드는 어느 팀이 살아남을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서 극적인 승부가 이어졌다. 특히 스타영천-칠곡황금물류, 의성마늘-의정부행복특별시는 맞대결로 포스트시즌 행을 다퉜다.
14라운드를 마친 결과 6승 7패의 칠곡황금물류·의정부행복특별시가 7승 6패의 스타영천과 의성마늘을 각각 2-1로 꺾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들 네 팀의 최종 전적은 7승 7패로 같았지만 개인 승수에서 의정부가 1승 많았다.
또한 칠곡황금물류는 스타영천과 팀 전적, 개인승수, 승자승, 동률 팀 간의 개인승수까지 동률을 이뤘으나 그 다음 판별 기준인 주장 승수에서 1승 차이로 웃었다(칠곡 1지명 이상훈 9단이 9승, 영천 서봉수 9단은 8승). 이들의 당락을 가른 차이는 백지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
이로써 yes문경을 비롯해 KH에너지, 의정부행복특별시, 칠곡황금물류가 차례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요다·나카네, ‘1승 카드’ 활약 기대
총 14라운드, 56경기, 168대국의 정규시즌을 마친 2023 레전드리그는 29일부터 3위 의정부행복특별시와 4위 칠곡황금물류가 벌이는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 들어간다.
치열한 경쟁 끝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4팀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해서 흥미롭다.
우선 4위 칠곡황금물류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수 드래프트를 마쳤을 때만 하더라도 칠곡을 우승후보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타 팀들의 평균 연령이 60대인 데 반해, 칠곡은 상대적 젊은 피(?) 이상훈 9단과 윤현석 9단이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
물론 두 사람은 나름 제 몫을 해냈지만(윤현석 10승 4패, 이상훈 9승 5패) 둘의 승리가 엇박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3지명 김기헌 7단이 2승 10패로 부진했던 것이 포스트시즌을 겨우 통과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김 7단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선 3지명 선수로는 나쁘지 않은 6승 7패를 기록했고, 역대 포스트시즌에선 7승 9패를 거두고 있어 오히려 정규리그보다 포스트시즌을 기대해볼 만한 팀이 칠곡이다.
정규리그 내내 하위권에 처져 있다가 마지막 13~14라운드에서 힘을 내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행을 이룬 의정부행복특별시는 2019년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 더 뜻깊다. 의정부는 장단점이 가장 뚜렷한 팀이다. 장점은 다승랭킹 1위(13승 1패) 유창혁 9단을 보유했다는 점. 단점은 보증수표 유창혁을 뒷받침해줄 만한 서포터가 마땅치 않다는 것. 5승 9패의 김동엽 9단이나 5승 8패의 조대현 9단, 2승 10패의 차민수 6단의 부진 탈출이 절실하다.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KH에너지는 자타공인 우승 영순위로 꼽혔던 팀이다. 그런 만큼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표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 중심엔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이 있다.
올해 용병으로 국내 무대에 처음 선을 보인 요다는 과거 이창호 9단의 라이벌로 세계대회를 주름잡았던 강호다.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아 레전드리그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5승이 모두 순위경쟁에서 요긴한 순간에 나왔다. 포스트시즌에선 KH에너지의 확실한 ‘1승 카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yes문경은 선수들 간 이상적인 조화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는 평을 듣는다. 1지명 김찬우 7단(9승 5패)과 2지명 김일환 9단(10승 4패)의 활약은 4위 칠곡과 같았지만, 칠곡엔 없는 것이 문경엔 있었다. 바로 용병 나카네 나오유키 9단이다. 나카네는 자국 일정 때문에 일곱 번밖에 등판하지 못했지만 5승(2패)을 따내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나카네 9단은 친한파 기사다. 그의 아내는 일본에서 프로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정 4단(44)이다. 처제는 김효정 3단. 김 3단의 소개로 레전드리그에 참가했다. 이번 출전에 대비해 “110kg의 체중을 80kg로 줄여 30kg이나 감량했다”고 밝힐 정도로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찬우 7단, 김일환 9단, 나카네 9단의 조합이면 포스트시즌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양상국 감독의 계산이다.
최대 두 경기로 결판 짓는 준플레이오프는 상위팀 어드밴티지를 두어 4위팀은 2승을 거둬야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이어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으로 여덟 번째 시즌의 챔피언 팀을 가린다.
(주)인포벨이 타이틀 후원을 맡고 있는 2023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의 상금은 우승 3000만 원, 준우승 1500만 원이다.
■ 2023 레전드리그 최종 순위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