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경주마의 평균적인 체중은 480㎏ 안팎이다. 380㎏대의 왜소한 경주마도 있지만 덩치가 큰 경주마는 530㎏을 넘나든다. 드물게는 600㎏이 넘는 경주마도 있다. 이처럼 경주마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경주를 출전할 때마다 체중도 큰 폭으로 변화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0㎏ 이하의 변화는 경주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경주마 개개의 특징에 따라서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면 경주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적인 경우 10㎏ 이하의 범위에서 체중이 늘거나 감소하는 경우엔 무시해도 좋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을경마에서 실제로 어떤 말이 잘 뛰었을까. 체중이 증가한 말일까 아니면 감소한 말일까.
지난해 9월 17일부터 10월 말까지 벌어진 서울경마장 161개 경주를 분석한 결과, 체중이 늘어난 말이 입상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 기간에 우승한 161두의 경주마 가운데 체중이 늘어난 경우는 96두, 감소한 경우는 58두였다. 나머지 7두는 체중변화가 없었다. 우승마의 평균적인 체중 증감은 +2.4㎏였다. 우승마 중에서 살이 가장 많이 찐 마필은 ‘홀리몰리’(+21㎏)였고, 살이 가장 많이 빠진 마필은 ‘북대풍’(-13㎏)이었다. 이 두 마필이 체중에서 심한 변화를 보이고도 우승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홀리몰리의 경우는 그 전에 여러 차례 경주를 치르면서 체중이 많이 빠져있었는데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식욕이 되살아나 예전의 체중을 되찾은 경우였고, 북대풍은 직전에 많이 쪘던 체중이 도로 빠진 경우였다. 한마디로 두 마필 모두 정상체중을 회복한 케이스로 분석됐다.
준우승마로까지 확대할 경우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기간에 2착 이내로 입상한 322두 가운데 체중이 늘어난 경우는 191두, 감소한 경우는 113두, 변화가 없는 경우가 18두였다. 체중이 가장 크게 변화한 마필은 ‘당대전승’(+30㎏)과 ‘명수재’(-34㎏)였다. 당대전승은 당시가 데뷔초였고 한참 성장기에 있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는 면이 있었지만, 명수재의 경우는 뜻밖이었다.
485㎏의 마체중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던 이 마필은 직전경주에선 487㎏의 체중을 보이면서 출주마 13두 가운데 열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부진을 보였다. 경주결과 명수재는 오른 앞다리 질병(우중수부 굴건 건초염) 판정을 받아 출주정지 3개월을 당했고 3개월 후 출전한 해당경주에서 무려 34㎏이나 감소한 453㎏의 마체중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상당한 이변이었다.
3개월 만에 출전해 체중마저 비정상적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정상적인 접근법으로는 도저히 입상 가능한 마필로 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명수재는 이후에도 거의 비슷한 체중대에서 활약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한동안 정체기에 있던 명수재가 올 들어서 조금씩 체중이 불면서 경주력도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약한 편성에서 3착만 여러 번 했던 명수재는 강한 상대들이 출전한 지난 8월말 1700미터 중거리 경주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으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때의 마체중은 475㎏이었다.
결론적으로 경주마의 마체중은 단순히 증감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개별경주마의 지난 행적, 훈련내용 등과 같이 살필 때 보다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아래 기사 참고). 가을철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평소의 분석 잣대로 임하면서 체중 증가엔 좀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체중 감소에 대해선 좀더 경계하는 자세가 올바른 분석법이 아닐까 싶다.
김시용 프리랜서
체중 는 데뷔마 입상 가능성 ‘뚝’
경마에는 수많은 정보와 변수가 있다. 마체중도 그중 하나다. 보통 경주 당일 한 시간 전쯤에 공개되는데 이것만 잘 분석해도 입상 가능마들을 추려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체중 변동은 그 자체만 살피는 것은 의미가 없고 훈련량과 훈련강도를 연관시킬 때 훨씬 유용하다.
우선 직전경주와 비교할 때 체중 변화가 없는 경우다. 조교를 직전보다 더 열심히 했는데도 체중변화가 없다면 훈련을 잘 소화해냈다는 반증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
경주마는 실전경주를 치르고 나면 보통 체중이 10㎏안팎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4주간의 출주간격을 지키고 있는데, 처음 2주간은 회복기고 나중 2주간이 제대로 하는 훈련이다. 훈련 강도를 올리거나 훈련량을 늘리는 경우는 당연히 어느 정도 체중감소가 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체중 변화가 없다면 이건 훈련을 잘 견뎌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다음으로 체중이 늘어난 경우는 어떨까. 직전 경주에 비해 조교 강도가 현저히 떨어졌다면 경주력도 직전경주보다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훈련을 소홀히 한 나머지 체중이 늘어난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말이 인기마이고 직전보다 경주거리까지 늘어났다면 ‘위험한 인기마’로 분류하는 것이 좋다. 다만 직전의 조교가 너무 강했던 경우 적절한 강도로 내렸다든지 혹은 직전에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빠진 말일 경우엔 정상 체중을 회복한 것으로 봐주는 것이 좋다. 이 경우마저 체중증가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은 하수의 접근법이다.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마필은 조교강도를 올리고 훈련량을 늘렸는데도 체중이 증가한 경우다. 이 경우는 능력만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면 베팅찬스다. 잘 먹이면서 훈련을 잘 시켰고 말도 잘 소화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경주능력보다 한 단계 정도 상향평가해야 할 대상이다.
체중이 빠지는 경우는 어떨까. 훈련량이 현저히 줄었다면 경주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말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데뷔전을 갖는 신마다. 주행검사를 받고 몇 개월이 지난 말들은 큰 의미가 없고 짧은 기간 안에 출전하는 말들은 체중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필자의 경우는 보통 보름 안에 출전하는 마필만 열심히 살펴본다. 체중이 늘었다면 입상할 가능성이 낮다. 주행검사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합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데뷔전에서 욕심을 부리는 마방이라면 주행검사 이후에도 경주력 향상을 위해 충실한 훈련을 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주행검사 때보다는 체중이 줄어드는 게 정상적인 변화다. 통계상으로 봐도 신마 데뷔전은 체중 감소마가 입상하는 경우가 몇 배로 높다.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