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업 참여 제한, 느린 의사결정 속도 등…“근본 대책 마련해야”
윤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 전산망의 마비는 특정 정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2004년 전자정부의 도입 이래 역대 정부에서 누적된 문제의 결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가 이제 힘을 합쳐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마비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첫 번째 문제는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이다. 2013년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을 통해 정부는 중견·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자산 규모가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공 서비스 참여를 제한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법의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고, 중소업체가 구축한 공공전산망은 이따금 마비 사태를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 때 일어난 시스템 마비와 올해 3월의 법원 전산망 마비 그리고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도 모두 중소업체가 개발한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기업의 배제는 영세한 업체들에 사업을 나눠주는 쪼개기 발주의 남발로 이어졌고, 쪼개기 발주는 상이한 시스템과 기기의 통합관리를 어렵게 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시스템상 일부가 고장이 나더라도 전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가용성 설계 관리 프로세스’나 해킹 장애 대비 등이 부족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윤 원내대표는 “복잡한 시스템에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문제가 일어나면 문제를 국지화하고 신속히 교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러한 컨틴전시 플랜에서 취약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외에도, IT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공 기관의 느린 의사결정 속도,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려운 공무원 임금구조 등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전산망은 국가 기간 전산망의 하나로서 다시는 이런 장시간에 걸친 전반적 마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마비 사태를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로 중대하게 바라보고 이번에 지적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국가 기간 전산망의 경우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공공 전산망의 마비가 몇 차례 일어나면서, 현재는 국가 안보와 신기술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고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국가 안보가 문제가 될 때 우리는 오직 기술력만 따질 뿐 대기업, 중소기업을 따져서는 안 된다. 행정전산망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것이므로 이제는 여야 공히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물론 중견·중소기업의 육성 또한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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