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사유로 ‘부정 보도’들어 ,경기도의회 지적도 부당?
경기도일자리재단은 10월 중순경 2022년부터 2023년 10월까지의 광고 집행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받는다. 청구에는 공개 양식을 '언론진흥재단 광고 집행 내역'과 마찬가지로 매체 구분, 매체명, 광고명, 광고료, 광고 시작일, 종료일로 구분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공개 결정’ 답변을 한다. 하지만 재단은 청구인이 요청한 매체별로 얼마를 집행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아닌 지방지, 중앙지, 라디오, 기타 따위로 구분한 전체 예산 내역을 공개했다. 재단의 답변엔 매체 구분, 매체명, 광고명, 광고료, 광고 시작일, 종료일이 공개되지 않았다. 청구 내용과 전혀 다른 정보를 임의로 제출한 것이다.
해당 답변을 내놓은 재단 혁신전략팀에 청구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고도 고의로 이런 답변을 내놓은 건지 물었지만 전화를 받은 부서원은 자신이 담당이 아니라 모르겠다며 담당 팀장에게 전달하겠다고만 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연락해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보공개제도는 정부 또는 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의 청구에 따라 공개하는 제도다. 정보공개 결정은 공개, 부분 공개, 비공개 결정으로 나뉜다.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비공개 항목을 규정하고 있다. 만약 비공개 정보에 해당된다면 비공개 또는 부분 공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정보공개 요청을 받은 행정기관은 비공개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일자리재단은 공개 결정을 내려놓고 전혀 엉뚱한 자료를 보냈다. 이는 정보공개법과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다.
사건은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로 넘어갔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서 경기도일자리재단은 답변서를 통해 “청구인의 요청과 같이 매체, 광고별의 세부 사항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공개 결정을 내려놓고 고의로 요청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인데, 정보공개 제도의 절차를 지킬 의사가 없었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답변서에서 광고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청구인이 부정적인 여론을 위한 기사를 4회 작성해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부정 보도’라고 주장한 기사는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 기사 △오염된 부지를 매입한 기사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대표이사 기사 △전임 재단 대표이사와 경기도 부지사를 비교한 기사다.
먼저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에 대한 기사는 전임 채이배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가 자신의 9개월 임기 내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았던 ‘양질의 일자리 정보 1만개 확보’에 대한 분석 기사다.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은 ‘양질의 일자리 1만 개 확보’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꽤 많은 채용정보가 경남, 부산 지역의 최저임금 일자리, 실버택배, 주 6일 근무의 방문 학습지 교사 등의 정보로 채워져 있었다. 양질의 일자리라기보다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들이다.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 내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의 협력사 채용 정보도 있었지만 ‘1만개의 양질의 일자리 정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일자리 정보들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을 담당하는 재단 담당자도 그런 부실한 정보들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개선 예정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최근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은 ‘대기업 협력관’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이름이 바뀐 대기업 협력관에는 대기업도, 경기도가 아닌 지역에 있는 일자리들이 여전히 많았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부정 보도’로 꼽은 두 번째 기사는 오염된 동두천 부지를 재단이 매입한 일을 지적한 기사다. 이 부지는 오염 정화에만 10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재단은 부지가 오염됐다는 걸 알고도 63억 원에 샀다.
이 일은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국민의힘 이성호 의원은 “재단이 토양 오염 사실을 인지하고도 매입을 진행했다. 배임죄 소지가 있다. 재단은 법률자문을 받았다며 면피하려 하지만 법률자문을 검토한 결과 자문 어디에도 계약을 진행해도 된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불리한 계약 내용을 수정하라는 자문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재단은 계약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라고 꾸짖었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위원들이 도민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여러 차례 지적해 온 이 오염 부지 매입 건을 경기도일자리재단은 ‘부정보도’로 매도했다.
세 번째 기사는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채이배 전 대표에 대한 기사다. 채 대표는 총선 출마를 위해 취임 9개월 만에 재단을 떠났다. 경기도의회 이병길 의원은 채 대표의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공공기관장이 무책임하게 임기를 채우지 않으면 결국 경영이 불안해지고 경기도 공공기관의 혼란은 결국 도민의 피해가 된다”고 우려했었다. 하지만 이병길 의원의 지적을 담은 이 기사 역시 ‘부정 보도’로 경기도일자리재단은 규정했다.
네 번째 기사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재단을 떠난 채이배 대표와 자신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안정적 도정을 위해 경기도를 떠난 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를 비교한 기사다. 기사에는 김용진 부지사가 도지사직을 내려놓으며 김동연 지사에게 보낸 충언까지 담겨 있다. 하지만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이 기사까지 ‘부정 보도’라고 낙인찍었다.
한편 재단과 관련한 기사를 모두 ‘부정 기사’로 매도한 행정심판 답변서에는 11월 6일 날짜가 찍혀있었다. 피청구인은 (재)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다. 현재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는 윤덕룡 대표지만 11월 10일에 취임한 윤 대표는 이 답변서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에 행정심판 답변서 결재권자가 누군지 묻자 재단 경영기획실장은 “(윤덕룡)대표이사 취임 전이며 제가 최종 검토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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