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도·교동도 등 서북 도서지역 사각지대 꼽혀…‘인간 폭탄’ 등 예측 불가능한 방법 동원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세를 불렀다.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운반로켓 ‘천리마 1형’ 발사가 성공한 뒤 기술자, 과학자들과 한데 어우러져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장면이 11월 23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11월 21일 밤 북한이 기습적으로 발사한 ‘정찰위성 주장 발사체’ 발사가 성공으로 판명되고 있는 양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즉각 2018년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 중단을 발표했다. 여기에 북한 당국은 “합의에 더는 얽매이지 않겠다”면서 “합의에 따라 중지됐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각 회복하겠다”고 위협했다. 합의 파기 선언이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복수 군사 전문가는 과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도발이 재연될 수 있으며 북한 도발 방식은 이전보다 훨씬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하마스식 도발’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납치하는 도발 행위로 전쟁 서막을 열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력도발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하마스의 경우엔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완벽히 속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도발 과정에서 레드라인을 파악하는 경험적 능력이 부족해 전면전을 감수해야 했다”면서 “북한은 ‘줄타기 도발’에 굉장히 능하기 때문에 하마스보다 더욱 기상천외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그런 형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직 장성급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인질 확보 후 협상, 지역 점거 후 협상 등 특정 협상을 목표로 한 보다 장기적 관점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하마스식 도발’이라고 불리는 방식이지만, 그보다 좀 더 고차원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하마스처럼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서 “치고 빠지기 식으로 취할 것을 취하되 체제 우월성을 내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도발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복수 전문가들이 꼽고 있는 도발 사각지대는 서북 도서지역이다.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교동도로 이어지는 접경 도서지역이 북한 도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도발이 일어나는 포인트별로 고립되는 지역 범위에 차이가 있어 다양한 각도로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북도서 야전에서 활동했던 전직 군 고위급 인사는 “2010년 포격도발 타깃이 됐던 연평도를 제외하면 크게 도발 가능성이 높은 포인트로 두 곳을 꼽을 수 있다”면서 “대청도 포인트와 교동도 포인트”라고 했다. 그는 “두 포인트는 북한이 도발을 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될 우려가 있는 지역”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먼저 대청도는 과거 대대급 병력이 주둔하다가 최근엔 중대 플러스 알파급으로 주둔 병력 수가 줄었다. 대청도가 점거될 경우 서북쪽에 있는 백령도가 자동적으로 고립돼 1+1 도발 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교동도의 경우엔 강화도에 인접해 있는 섬이다. 기존 바다를 통한 도발이 아니라, 예성강 하구를 통한 도발이 가능한 지점이다. 교동도를 교두보 삼아 도발 범위가 확장된다면 인천국제공항까지 도발 사정권에 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포인트다.”
북한이 이른바 ‘무인기 폭탄’으로 기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1년 1월 김정은은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 정찰기와 타격장비 개발을 2025년까지 마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소형 무인기나 드론에 폭탄을 설치해 도발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전 특수임무를 맡았던 관계자는 “북한이 ‘드론 폭탄’보다 ‘인간 폭탄’ 전략으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이미 기계나 장비 등 개발 경쟁에서 북한이 한국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비교 우위를 점하는 부분에서 집요하게 도발의 틈을 노릴 것”이라면서 “그런 측면으로 봤을 때 소수 정예로 구성된 ‘인간 폭탄’을 통한 테러·도발 가능성에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최근 하마스식 도발을 북한이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그건 앞뒤가 바뀐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마스는 이스라엘 민간인 행사장에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넘어 들어왔다. 이런 도발 형태는 오히려 하마스가 북한 비정규전 행동 양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땅굴을 파거나 게릴라전 등을 준비하는 부분은 북한이 세계적 수준 경험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TV나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정규전 패턴으로만 북한 도발을 분석할 수는 없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비정규전 형태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수령을 위해서 온몸을 바친다는 식 정신으로 무장한 ‘인간 폭탄’ 작전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도발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앞서의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로 북한 무력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이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가장 확실한 도발 억제 방법은 역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군사합의 파기로 우리 군도 기존 완비된 정찰 전력을 가동할 수 있게 됐으며, 서북 도서지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공중비행 훈련 등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 득실을 따지자면 한국이 손해를 보는 상황은 아니”라면서 “힘이 곧 평화라는 대원칙 아래 국방력 증강 및 대비태세 강화에 공력을 쏟는 게 가장 확실한 도발 억제책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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