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투자·유통사 ‘하이브IM’ 순손실 980% 증가…‘별이되어라2’ 등 출시하는 내년 성과가 중요
#타사 IP로 체급 키우기, 수익성은 아직
하이브는 2021년 게임부문 독립법인 수퍼브가 모바일 리듬 게임 ‘리듬 하이브’(Rhythm Hive)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리듬 하이브는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이미지를 활용해 수퍼브가 자체 제작한 게임이다. 수퍼브는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모바일 및 닌텐도 스위치용 리듬 게임 ‘피아니스타’를 제작한 회사다. 수퍼브는 2019년 8월 하이브에 인수됐고, 2021년 11월 하이브에 흡수합병됐다.
하이브는 지난해부터 게임부문 강화를 위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4월 ‘하이브아이엠(하이브IM)’을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하이브 게임 사업의 주축이 된 하이브IM은 BTS(방탄소년단)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매치3 모바일 퍼즐 게임 ‘인더섬 with BTS’를 지난해 6월 출시했다.
최근 들어 하이브IM은 국내 게임사 게임 배급을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게임 개발사인 플린트와 마코빌에, 올해는 아쿠아트리에 지분을 투자했다. 각 사와 IP 퍼블리싱 계약도 맺었다. 현재 하이브는 플린트 지분 3.1%, 마코빌 지분 7.93%, 아쿠아트리 지분 14.3%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를 통해 외형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성은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하이브IM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250억 원으로 지난해 1~3분기(243억 원)와 비슷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은 10억 원에서 108억 원으로 980% 증가했다. 하이브가 지분 투자한 플린트와 아쿠아트리에 대해서는 올해 1~3분기 각각 1억 4194만 원과 5216만 원의 지분법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1~3분기 게임 사업이 속한 하이브 솔루션 사업부문은 1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3분기 솔루션 사업부문은 485억 원의 흑자를 냈었다. 솔루션 사업부문은 음악에 기반한 공연·영상 콘텐츠·IP·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사업 부문이다.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음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레이블 사업부문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2158억 원으로 전년 동기(1571억 원) 대비 37% 늘었다. BTS 정국, 세븐틴 등 소속 아티스트 음원과 음반 판매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BTS 완전체가 없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대비 앨범이 2배 가까이 팔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티스트에 의존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이 크다. 게임 사업 등에서의 수익화 시점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이브 "게임 사업 당초 계획대로 순항 중"
소속 아티스트 IP는 하이브 게임 사업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하이브는 BTS를 비롯해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르세라핌·뉴진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하이브IM은 BTS 멤버들을 본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인더섬 with BTS를 출시했다. 지난 7월 인더섬 with BTS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건을 넘었다.
하지만 하이브 게임 사업의 성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동훈 동서대 게임학과 교수는 “아티스트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들은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팬덤이 있기에 이점이 많다”면서 “다만 IP의 정체성이나 팬덤이 원하는 퀄리티를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흥망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전략으로 확보한 IP의 성과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통을 맡은 게임이 성공해야 게임업계에서 인지도를 키우는 동시에 자체 게임 개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이브IM이 퍼블리싱을 맡는 플린트의 판타지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별이되어라2)은 이르면 올해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별이되어라2의 글로벌 베타테스트 과정에서 여러 지적이 나왔다. 하이브IM은 게임 전반에 걸쳐 제기된 문제점들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이브IM이 퍼블리싱을 맡은 또 다른 게임인 마코빌의 ‘배틀리그 히어로즈’는 정식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마코빌은 지난 10월 자사 페이스북에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 4개국에서 게임의 기본 출시 날짜가 2023년 11월 9일에서 무기한 연기됐다. 예정된 일정에 맞춰 라이브 버전을 테스트하던 중, 개발자들은 게임 전체의 재미 요소와 현지화 품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장 출시일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빨리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마코빌 한 관계자는 “(출시 계획 관련해) 아직 외부에 드릴 만한 답변은 없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당분간 게임 사업에 비용 투입을 이어갈 전망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하이브가 다른 게임사 대비 게임 자체 개발 능력에 있어서는 뒤처지기 때문에 퍼블리싱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엔 돈의 승부다.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 좋은 IP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형 게임사와 협업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넷마블은 하이브 2대 주주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친척 관계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하이브는 넷마블 등 게임사와 교류를 통해 조인트 벤처를 세우거나 공동 퍼블리싱을 하며 노하우를 축적해갈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하이브 관계자는 “당사가 당초 계획한 바대로 순항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이브IM은 자체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통해 게임 IP 라인업을 더욱 확장해 나가며 유저 경험의 스펙트럼을 확대 예정”이라며 “주요 개발 인력의 높은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인하우스 신규 게임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개발과 퍼블리싱을 아우르는 종합 게임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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