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명 지지자 환호성, 50대 이상 중년 여성 많아 눈길…당내 비토 세력·비호감 극복 과제
토크 콘서트 시작 후에도 지지자들이 계속 입장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을 자리로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지지자는 기자에게 “임영웅 콘서트가 함께 열려서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주차할 자리를 찾느라고 늦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날 만석인 1400석을 넘긴 1600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예의 없어 좋고, 예의 없어 싫다
이 전 대표는 상기된 얼굴로 연단에 올라 “이게 되네요”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당 대표를 할 때는 행사 준비하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그때는 할당이었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새 장이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대구에 제가 몇 번 들락거리니 대구가 많이 바뀌는 것 같다”며 “조금 자극을 줬더니 고관대작들이 대구를 드나들고 대구를 이야기한다”며 운을 땠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의 환심을 사고 아부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의 산업화까지 되돌아가야 한다”며 “(이는) 대구가 끝없는 쇠퇴를 경험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11월 17일 대구를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을 저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은 “대구 시민들이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으셨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며 “전쟁의 폐허 이후 산업화를 진정으로 처음 시작하셨고, 굉장한 여름 더위를 늘 이기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존경한다. 여기 오게 돼서 참 좋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고립주의를 택한 미국에 대한 외교적인 대응 변화 촉구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투명한 진상조사 요구 △쇠퇴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제조업 문제 △대구 교육 개혁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 연설은 34분 넘게 이어졌다. 다른 3명의 연설 시간(26분)을 합친 것보다 길었다. 긴 연설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 말에 집중했다. 졸거나 자리를 뜨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날 만난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를 ‘준석이’ ‘준스톤’ 등의 애칭으로 불렀다. ‘웨딩마치를 보고 싶다’는 등 이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말도 했다. 행사가 끝난 다음에는 이 전 대표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사인회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아이돌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50대 이상 중년 여성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 지지기반으로 알려진 20~30대 남성들보다 많아 보였다. 서울에서 왔다고 밝힌 60대 여성은 “나이 든 사람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전 대표는)그런 것에 대해 거침없이 말한다. (이 전 대표에게) ‘싸가지 없다’고 하는데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싸가지 없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온 다른 60대 여성은 “(이 전 대표는) 하버드대학을 나왔다. 모든 사안들에 대해 답을 내놓는다. 정책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알고 있다”며 “똑똑하면서 거침없고 날카롭게 말하는 모습이 좋았다. 아들들도 (이러한 이 전 대표의 모습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중년 여성들이 많다. 수백 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도 있다”고 전했다.
대구에서 온 지지자들도 많았다. 대구 시민이라고 밝힌 양기동 씨(55)는 “지금 집권 세력은 국가의 이익만 내세운다. 그러나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 개인의 중요성과 합리성을 주장하는 새로운 보수의 리더인 이 전 대표를 선배 세대로서 응원해 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어 양 씨는 “대구에도 이 전 대표의 리더십을 좋아하는 여론이 있다. 새로운 피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장윤서 씨(24)는 “이 전 대표가 만든 연락망에 가입했고, 연락망을 통해 토크 콘서트 개최 소식을 알게 됐다”며 “이 전 대표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대안이 있어 지지한다”고 밝혔다. 장 씨는 “다른 정치인들은 대구의 과거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이 전 대표는 대구의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 이 전 대표의 말이 더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지지자들은 기성 정치에 저항하는 모습, 달변가의 면모, 기존 정치인과 다른 행보 등을 지지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는 이 전 대표에게 딜레마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표의 비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보수를 지지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 전 대표의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언행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이 전 대표의 말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다. 정치는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데 분열만 만든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다른 50대 남성은 “보수 정당을 줄곧 지지해 왔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가 다른 정치인들에게 말할 때 더 예의를 갖췄으면 한다”고 했다. 이 남성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구에서도) 세대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20대나 30대 젊은이들은 이 전 대표에 좀 더 호의적이고 나 같은 중년 세대는 이 전 대표의 언행 때문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제2의 노풍’ 노리나
이 전 대표 토크 콘서트가 성황리에 치러진 날 곧바로 여권 인사들의 견제구가 날아들었다. 이 전 대표와 앙숙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1월 26일 오후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 “(이준석 신당은) 실패 확률이 높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면 오히려 여당이 더 유리해질 것”이라며 “저희 당 의원들에게도 너무 겁내서 오히려 몸값을 올려주지 말라고 권고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 전 의원을 비판하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11월 26일 충남 태안군 지역 당원 행사에서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 전 대표는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페이스북에 “나이 사십 먹어서 당 대표를 지냈던 정치인한테 ‘준석’이라고 당 행사에 가서 지칭하는 것 자체가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야를 떠나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인 위원장은 사과했다.
이 전 대표가 토크 콘서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한 대목이 눈길을 모았다. 이 전 대표는 “대구에서 성공하려면 비만 고양이처럼 살라고 해야 합니까”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라는 말을 듣던 과거를 지금도 가르쳐야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16대 대선 민주당 후보 국민경선 출마선언문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가훈이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라고 밝히며 “이러한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연설을 인용한 이유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판단들이 당시에는 비상식의 범주에 있었던 것들”이라며 “그 시점에는 다들 이상하다 판단했지만, 나중에 국민들의 좋은 평가를 받은 것처럼 (본인도) 그런 (판단과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2002년 대선 경선 때 진보의 성지 광주에서 득표 1위를 기록하며 ‘노풍’을 일으켰던 노 전 대통령처럼 이 전 대표 본인도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로 읽기도 한다. 둘은 유사한 점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낙선했다. 이 전 대표도 노원에서 세 번 연속 고배를 마셨다. 모두 당내 비주류로 정치 활동을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기회주의적인 가치에 대해 경계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것에 대해 심정을 같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노 전 대통령도 광주에서 노풍을 일으켰다”며 “그것처럼 이 전 대표도 이준석 바람을 대구에서부터 일으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에 대해서는 “어쨌든 이 전 대표는 (반대 여론을 뒤집고) 당 대표에 당선된 전적이 있다”며 “물론 반대 여론도 있겠지만 이준석 바람을 일으키고 판이 커지면 역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구=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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