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외주제작 홍보영상 남성혐오 논란 진화 ‘진땀’…“억지” 주장 여성단체엔 칼부림 위협글까지
한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게임제작사 넥슨이 최근 ‘남혐(남성혐오) 손가락’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넥슨이 서비스 중인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한 캐릭터 홍보영상에서 ‘남성혐오 손 모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된 것이다. 넥슨 측은 홍보영상을 만든 외주사 측에 대한 강경대응에 나섰고, 여성단체들은 넥슨이 혐오 몰이를 조장한다며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넥슨 사옥 앞에서 열린 여성단체들의 긴급 기자회견을 앞두고 칼부림 위협글이 올라와 경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6년에도 남성혐오 논란
11월 23일 게재된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에 ‘남성혐오 손 모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시작됐다. 해당 홍보영상이 외주 업체가 만든 것으로 드러나자 넥슨으로 향했던 비난의 화살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로 돌아갔다.
논란이 된 손 모양은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 등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집어 드는 형태다. 사회적으로는 ‘작은 차이’ 등을 말할 때 통용돼 왔던 제스처이지만, 남녀 갈등 심화로 일각에서는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GS25, 무신사, 경찰청 등도 비슷한 이미지를 홍보물에 사용했다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영상 제작자가 실수가 아닌 고의로 남성혐오 메시지를 넣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제를 제기한 네티즌들은 영상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 소속 한 애니메이터의 과거 소셜미디어(SNS) 내역을 찾아내 “페미니즘에 경도된 게시글을 SNS에 지속해서 올렸다”며 “회사 간의 계약으로 이뤄진 작업물에 개인의 혐오 및 반사회적 사상을 숨겨 넣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네티즌들이 찾아낸 바에 따르면 해당 스태프는 2022년 개인 SNS에 “남자 눈에 거슬리는 말 좀 했다고 SNS 계정 막혀서 몸 사리고 다닌 적은 있어도 페미를 그만둔 적은 없다”며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게임업계 사상검증을 멈춰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특정 손동작만으로 남성혐오 표현을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X(옛 트위터) 한 이용자는 “게임사가 일부 유저들의 억지 주장에 굴복하면 안 된다”라며 집게손가락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한편 넥슨이 남성혐오 논란에 부딪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넥슨은 2016년 7월 18일 자사 게임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 역을 맡은 김자연 성우가 개인 SNS에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발언을 올리며 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적 있다. 넥슨은 해당 발언 이후 클로저스 홈페이지 내에 성우 교체를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다음 날인 19일 ‘티나’ 캐릭터의 성우 교체를 발표했다.
#발등에 불? 사과 릴레이 이어져
넥슨 측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있는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11월 26일 사과문을 통해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뿌리는 같은 날 오후 4시쯤 1차 사과문을 통해 “해당 스태프가 작업했던 컷은 리스트업해 각 게임사에 전달했고 후속 조치를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남성혐오 논란에 대해서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저희로 인해서 게임사에서 최선을 다해 만든 콘텐츠가 오해받는 것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김창섭 국내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도 같은 날 밤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문제가 된 회사 포함) 외주사들에는 사실관계 조사 이후 결과에 따라서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처를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혐오가 우리 게임에, 나아가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는 문화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 뿌리의 장선영 대표는 27일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안일한 태도로 또 한 번 실망을 드렸습니다”라고 시작한 2차 사과문에서 사건의 발단이 됐던 애니메이터의 퇴사 소식을 함께 전했다. 자사 매출 약 93%를 넥슨 관련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스튜디오 뿌리가 넥슨의 강경 대응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스튜디오 뿌리 측은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2차 사과문을 삭제한 상태다.
이번 사건 이후 스튜디오 뿌리와 협업했던 게임 제작진들은 자진 검토에 나서고 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에픽 세븐 등 스튜디오 뿌리와 계약 혹은 작업한 게임 제작진들은 각사 공지 또는 담당자 SNS 등을 통해 사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젠더 갈등 심화
넥슨과 스튜디오 뿌리의 사과 릴레이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됐다. 일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이 논란이 된 일련의 과정에 대해 ‘페미니스트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반발이 일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9개 단체는 11월 28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성남 넥슨 본사 앞에서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여성 단체는 사전에 “게임업계 및 게임문화 안에서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여성혐오몰이가 아직까지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며 “‘페미니스트 마녀사냥’, ‘여성 배제’에 반대하며 이 같은 사태를 키운 넥슨코리아의 무지성적인 방침을 엄중 규탄한다”고 기자회견을 예고한 바 있다.
여성단체의 이러한 주장은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1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임 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열과 억지 남혐 마녀사냥이 도를 넘고 있다”며 “넥슨은 부당한 남혐 몰이에 사과하는 대신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조장을 단호히 제지했어야 한다”고 적었다.
극화된 젠더갈등은 흉기 난동 예고로 번졌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11월 28일 새벽 2시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여성단체의 ‘게임 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 몰이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 예고 글이 4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글 작성자는 “내일 넥슨 페미X들 모이면 흉기 난동 부릴 것” “다 죽여버릴 거다” “XXX들 신고는 내일 사망 신고 먼저 해라” “빠르게 급소만 노려줄게” 등의 협박성 메시지를 남겼다. 게시물에는 흉기 사진, 신원 불명의 남성 사진 등이 함께 게재됐다.
경찰은 해당 글 게시자를 아이디와 IP주소 등을 토대로 추적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넥슨 본사 앞에 인력을 배치했다. 넥슨 측 역시 혹시 모를 안전사고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기자회견 동안 직원들의 이동 자제를 당부하고 일부 출입구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넥슨 관계자는 “인사 조치는 자사와 무관한 것으로, 작업자가 소속된 스튜디오 측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위해 내부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
‘독도’ 노래한 엔믹스에 일본서 역대급 반발…일본서 반대 청원 4만건 돌파
온라인 기사 ( 2024.11.18 09:45 )
-
동덕여대 공학 전환 사태에 동문들 “훼손 용납 안 돼” vs “근간 흔든다”
온라인 기사 ( 2024.11.17 16:06 )
-
한국 조선은 미국 해군 ‘구원병’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기사 ( 2024.11.19 16: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