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개선 도모 시각 속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움직임에도 귀추 주목…현대제철 “오너 일가와 무관한 인사”
현대차그룹은 지난 21일 서강현 현대자동차 부사장을 현대제철 사장으로 선임했다. 서강현 사장은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현대제철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서강현 사장은 2019~2020년 현대제철 최고재무채임자(CFO)를 맡은 바 있다. 그 시기 현대제철 매출액은 2018년 20조 7803억 원에서 2019년 20조 5125억 원, 2020년 18조 233억 원으로 조금씩 내려갔다. 영업이익도 2018년 1조 260억 원에서 2019년 3312억 원, 2020년 730억 원으로 축소됐으며 부채비율은 2018년 95.6%, 2019년 99.4%, 2020년 108.7%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런 이유로 서강현 사장이 과연 현대제철의 체질 개선만을 위해 신임사장에 기용됐겠느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 외에 다른 역할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현대제철은 지난 11월 기준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이 11.81%로 비교적 많은 회사다.
1938년생으로 올해 85세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의 아들이자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에게 지분 증여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 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은 정의선 회장에게 되도록 빨리 지분을 넘겨줘야 한다. 현재 지분을 통한 정의선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라 현대제철의 지분을 넘겨받으면 큰 힘이 된다.
다만 엄청난 금액의 증여세가 걸린다. 현대제철의 주가가 낮게 형성되면 그만큼 증여세를 낮출 수 있다. 공교롭게도 현대제철의 주가는 지난 3년간 대체적으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서강현 사장은 오너 일가에 우호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좋은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지난 3월 개최된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 상정된 서강현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CGCG는 “기획재경본부장(CFO)·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강현 후보가 현대차가 2022년 9월 8일 자기주식 221만 6983주를 KT의 자기주식과 동일한 금액만큼 교환해 상호주를 보유하게 됐다”며 “이러한 거래를 통해 현대차는 약 1.04%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현대차의 자산으로 지배주주(정의선 회장 등 오너 일가)나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지배권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으로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서강현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를 권고했다.
더욱이 최근 현대제철의 주가는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의 강관사업부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난 10월 18일 설립한 현대스틸파이프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대스틸파이프는 현대제철의 100% 자회사가 된다. 사실상 물적분할과 유사한 방식으로 강관사업을 분리한 것인데 물적분할은 시장에 악재로 받아들인다. 분할 독립한 회사가 상장하는, 이른바 '이중상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 회장은 “강관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대제철의 이처럼 적잖은 규모의 강관사업부문을 쪼개는 것은 기존 주주들에게 불만일 수 있다”며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제철 지분을 정의선 회장이 승계 받는 시나리오가 가능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경영진의 주가 부양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스틸파이프의 이익은 현대제철의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되며 현대스틸파이프의 상장 계획은 없고 강관사업은 독립경영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결정난 것”이라며 “서강현 사장이 현대제철로 온 것은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제철 지분 승계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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