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데뷔한 유 씨는 '나나나' '열정' '가위' '비전' 등 다수의 히트곡을 선보이며 전세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톱 가수였다. 인기가 절정이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때가 되면 남자는 군대에 가야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군복무에 대한 열정을 보여 왔으나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사실이 확정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 비난 여론이 사회 현상이 될 정도로 뜨거워지자 정부는 유 씨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후 유 씨는 만 38세가 된 2015년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옛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더라도 38세가 되면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총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유 씨는 이를 취소해 달라며 첫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에서는 국군 장병의 사기 저하와 병역 기피 풍조 만연 우려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당시 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2002년 법무부의 입국금지결정만을 사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유 씨는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LA 총영사관이 "유 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재차 거부하자 유 씨는 2020년 10월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유 씨의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는 옛 재외동포법 '병역규정'에 따라 유 씨가 만 3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의 21년 전 병역 기피가 현재의 한국 국익을 해칠 만큼의 '테러'에 준하지 않으므로 현행법상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게 2심의 해석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서 앞으로 정부는 유 씨에게 내린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영사관 재량으로 세 번째 발급 거부가 나올 수도 있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비자를 발급할 경우 유 씨는 2002년 법무부의 입국 금지 후 21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