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고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실사판인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가 마침내 공개됐다. 총 10부작으로 제작된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으로, 막대한 상금이 걸린 드라마 속 게임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8만 1000여 명이 지원했으며, 여기서 최종 선발된 456명이 게임 참가자로 선정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공개 직후에도 87개국에서 1위에 올랐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긴장감이 떨어지는 데다 원작과 괴리감이 큰 탓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촬영 도중 부상을 입거나 건강 이상에 시달렸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참가자들도 나왔다. 더욱이 쇼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과연 ‘더 챌린지’는 이런 논란을 잠재우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상금을 가지고 집에 돌아갈 거다. 무조건 그렇게 할 거다.” 한 참가자는 게임에 참가하기 전 이렇게 결의를 다졌다. 비단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모델이나 배우, 인플루언서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인 456명의 참가자들 모두 저마다 절박한 심정으로 게임에 참가했다. 누군가는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 누군가는 자식을 위해서 기꺼이 도전했으며, 또 누군가는 투병 생활을 끝낸 후 새출발을 위해 참가했다. 이들 모두의 목표는 하나, 바로 상금이었다.
하지만 이런 취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본주의와 상업주의를 풍자하고 비판했던 원작과 달리 ‘더 챌린지’는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오징어 게임’의 전체적인 취지는 탐욕, 계급 전쟁, 노동 계급의 착취에 대한 풍자였다. 그런데 넷플릭스 같은 대기업은 달러 표시 $$만 보고 있다”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이렇게 비난과 악플이 많다는 건 바꿔 말하면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의미일 터. 실제 제작 발표부터 참가자 선발 과정, 그리고 티저 공개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간 ‘더 챌린지’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몰랐다. 무엇보다 원작의 게임을 얼마나 그대로 재현해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스튜디오 램버트’는 가능한 한 원작에 충실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원작의 세트장을 그대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에게는 번호가 적힌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도록 했고, 숙소 내 2층 침대도 동일하게 배치해 놓았다. 게임 진행자들은 드라마 속에서처럼 분홍색 의상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첫 번째 게임인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등장하는 영희 인형 역시 원작과 동일하게 제작됐다. 높이 4.2m인 이 거대한 인형을 제작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으며, 인공지능 회사와 협력해서 실제 참가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도록 설계됐다. 탈락한다고 해서 물론 총에 맞아서 죽는 건 아니었다. 탈락이 결정되면 참가자들이 목에 걸고 있던 마이크 겸용 목걸이에서 검정색 잉크가 터지도록 했다. 잉크가 터지면 탈락자들은 사전에 미리 연습한 대로 죽는 시늉을 하면서 바닥에 쓰러져야 했다.
또한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이미 모든 게임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기존 게임의 규칙을 살짝 바꾸거나, 원작과 다른 몇 가지 게임을 추가하는 식으로 형평성을 도모했다. 원작에 등장하는 줄다리기가 빠지는 대신 서양인들에게 친숙한 보드 게임인 ‘배틀쉽 게임’이 추가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달고나 뽑기’ 게임의 경우에는 이미 모두가 우산 모양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까닭에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게 뻔했다. 이에 제작진은 게임 규칙을 바꿔서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즉, 모든 참가자를 네 그룹으로 나눈 후 각 그룹의 대표자들 네 명이 모여서 각각 어떤 모양을 선택할지 토론한 후 합의에 이르도록 했다. 단, 제한 시간은 2분이었으며, 만일 그 안에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대표 네 명은 탈락하게 되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게임 디자이너인 벤 노먼은 “많은 참가자들이 다음 경기 내용을 알고 있기에 치밀하게 게임을 분석하고 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공평한 게임을 위해 조금 변형을 가하고 몇 가지 게임을 추가로 넣었다. 때문에 참가자들 그 누구도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결코 몰랐다”고 설명했다.
촬영이 진행된 장소는 영국으로, 베드포드 인근의 전 왕립공군(RAF) 기지인 ‘카딩턴 스튜디오’와 런던 동부 바킹에 위치한 ‘와프 스튜디오’ 두 곳에서 나눠 진행됐다. 단, 과거 비행기 격납고였던 유럽에서 가장 큰 실내 공간인 ‘카딩턴 스튜디오’에서는 456명이 전원 참가하는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만 촬영됐고, 나머지 촬영은 전부 ‘와프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카딩턴 스튜디오’는 ‘블랙 위도우'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해리포터 시리즈 프리퀄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등 수많은 블록버스터 히트작들이 촬영된 곳이기도 했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스튜디오 밖으로 한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 하필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에 촬영이 이뤄졌던 까닭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속출했다. 복수의 해외 매체들이 당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많은 참가자들이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촬영 환경 탓에 끔찍한 상황과 트라우마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화장실 휴식을 박탈당했고, 음식이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아 일부 사람들이 배고픈 상태로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특히 무려 259명이 무더기로 탈락한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 촬영 당시에는 영하 3℃의 추위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쓰러지면서 의료진이 투입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졌다. ‘더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해당 에피소드 촬영은 매서운 추위 속에 격납고 안에서 9시간 동안 진행됐다. 게임 시작 전 참가자들에게 주어졌던 핫팩도 반입이 금지됐다. 무엇보다 게임 규칙상 웅크리거나 스쿼트 자세를 취하는 등 불편한 자세로 한참을 서있어야 했기 때문에 더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한 참가자는 “전쟁통 같았다”면서 “탈락한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허리디스크와 무릎 힘줄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리가 너무 저렸다. 게임에서 탈락한 후 화장실에 가던 중 발과 다리에 감각이 없어서 계단을 올라가다가 넘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어떤 사람은 촬영 후 폐렴과 중이염으로 고생했다고 말했는가 하면, ‘롤링스톤’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기침을 한 사람은 “게임 참가 후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고 호소했다. 또 한 참가자는 ‘롤링스톤’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 가운데 가장 잔인하고 비열한 경험이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인간 경주마였다. 그들은 우리를 추위 속에 경마에 나간 말들처럼 대했다”고 맹비난했다.
이렇게 불만이 터져나온 이유는 추운 날씨 탓만은 아니었다. 휴식 없이 진행된 긴 촬영 시간도 문제였다. 실제 촬영은 당초 제작진이 약속했던 2시간을 훌쩍 넘겨 9시간 넘게 이어졌다. TV 쇼 특성상 중간중간 드론 촬영을 하고, 촬영한 영상을 검토하고, 누가 탈락했는지를 결정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제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때를 떠올리면서 한 참가자는 “그때마다 너무 추워서 몸을 떨었다. 마치 산꼭대기에서 떨고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존이라는 한 참가자는 “제작진이 사전에 그렇게 추울 것이라고 말했다면 아마 게임에 참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일부 사람들은 저체온증을 호소했고, 장시간 같은 자세로 버티면서 신경에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 참가자는 ‘버라이어티’와 가진 인터뷰에서 “6시간 동안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이게 게임인가. 이건 게임이 아니다. 재미 따위는 없었다. 사람들은 운동복과 양말 두 켤레만 신고 영하의 온도에서 서있어야 했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최소 열 명이 쓰러진 채 경련을 일으켰고, 그때마다 의료진이 투입돼 응급조치를 취해야 했다. 한 참가자는 “그때마다 제작진들이 카메라 앵글을 신경 쓴 탓에 의료진이 참가자들에게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라고 주장했다.
한 참가자는 바로 옆에 있던 소녀가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머리를 쿵 부딪친 채 앞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자 스피커를 통해서 아직 게임이 중단되지 않았으니 자리를 지키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 후에도 사람들은 파리처럼 쓰러졌다. 정말 비인간적이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열한 번째로 의료진이 들어온 후에야 제작진은 휴식 시간을 주었다. 다만 자리에서 발은 떼지 않은 채 무릎을 구부리거나 팔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한 참가자는 ‘더선’에 “우리는 장시간 고문을 당했다. 우리는 그저 가축이었을 뿐이다. 누구도 동물들을 그렇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스튜디오 램버트’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두 명의 참가자도 있다. 참가자들을 대변하는 영국 로펌 ‘익스프레스 솔리시터스’는 성명을 통해 “참가자들은 극도로 추운 날씨 속에서 몇 시간 동안 고통스러울 정도로 불편한 자세로 있었던 까닭에 저체온증과 신경 손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가 증거를 수집한 뒤 필요하다면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피해를 본 다른 참가자들이 동참할지 여부도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비난과 원성에 대한 제작사 측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총괄 프로듀서였던 존 헤이는 “우리는 출연진의 건강과 쇼의 품질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서 “촬영장이 추웠던 건 사실이지만 사전에 참가자들은 이에 대한 경고를 이미 받았다.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또한 “우리는 참가자들의 복지를 위해 안전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은 사람은 극소수였으며, 탈락한 사람들이 익명으로 제보한 내용 가운데 일부는 정확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촬영장에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늘 상주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헤이는 “출연자들을 선발하기 전에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고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을 만큼 정신적으로 건강한지에 대한 평가를 거쳤다”면서 “쇼에 출연하고 난 후에도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과 관심 속에 지난 11월 22일 1~5회까지 공개된 ‘더 챌린지’는 29일에는 6~9회 분량이 추가 공개됐고, 12월 6일에는 우승자를 가리는 최종회가 마저 공개될 예정이다.
승자 이미 정해져 있었다? 조작설 퍼지는 까닭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게임이 조작되어 있었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출신인 일부 참가자들이 게임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도록 미리 짜인 듯 보였다는 것이다. 아니면 특정 참가자의 서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게임 규칙이 수정되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다시 말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참가자들이 사전에 정해져 있었고, 이를 의심할 만한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바이스뉴스’에 “나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진짜 게임이 아니었다. 그저 TV 쇼였다. 우리는 쇼에 출연한 ‘엑스트라’에 불과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뭘까. 먼저 이들은 참가자들의 대다수가 목에 가짜 마이크를 걸고 있었지만 일부는 실제 작동하는 마이크를 걸고 있었다고 의심했다. 제작진과 어떤 식으로든 소통을 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탈락한 사람이 다음 게임에 진출했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다.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 게임 당시 분명히 몸을 움직였는데도 잉크가 터지지 않아서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런 의심을 받은 참가자는 아들과 함께 참가한 어머니였다. 302번이었던 이 여성에 대해 한 참가자는 “분명히 5초를 남겨두고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제작진은 그가 계속해서 쇼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간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으로써 그렇게 결승선을 가까스로 통과한 어머니가 아들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쇼를 본 시청자들도 비슷한 의문을 제기했다. 어머니와 아들이 나란히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시청자는 “분명히 어머니는 몸을 움직였다. 100% 탈락이 맞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조작된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어머니가 분명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고 말했는가 하면, 다른 시청자 역시 “아마도 제작진은 어머니와 아들이 구슬 게임에서 서로를 상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한 듯하다. 나는 첫 번째 게임에서 어머니가 움직이는 것을 똑똑히 보았지만, 그들은 곧 있을 드라마를 위해 그냥 두었다”고 확신했다.
그런가 하면 두 명의 참가자는 촬영을 위해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이미 돌아오는 티켓도 예약이 되어 있었다는 점을 의심했다. 그는 “때문에 우리들은 ‘오징어 게임’이 아니라 ‘조작된 게임'이라고 불렀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