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완주하면 13대 대선 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 간의 3파전, 단일화 절차를 밟는다면 16대에서 노무현 이회창 후보 간의 양자 대결 양상과 비슷해진다. 13대 대선 때는 야당의 김영삼 김대중 후보 간에 단일화만 이뤄진다면 필승이라고 했으나 그들은 3자 대결구도라고 해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 결과 36%를 득표한 노태우 후보가 김영삼(28%), 김대중(27%) 후보에게 승리했다. 16대 대선에선 집권당인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신생정당 국민신당21의 정몽준 후보 간에 단일화가 성사돼 48.91%를 득표한 노무현 후보가 46.59%를 얻은 이회창 후보에게 2%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18대의 3파전은 새누리당의 후보로 이미 선출된 박근혜,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문재인, 신당의 기치를 내걸거나 무소속을 표방할 안철수 교수 간의 대결구도로 가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13대 대선 당시 양김(兩金)이 누렸던 만큼에는 못 미치는 듯하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그들만큼은 아닐 것이다.
안 교수의 인기는 알려진 대로 우리 사회에 팽배한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30~40%를 넘나드는 기성정치 혐오 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면 3파전은 30%대에서 승부하는 박빙의 대결이 될 것이다. 3인 중 누구도 ‘13대의 노태우’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3파전이 가장 확실한 승리의 구도이고, 16대 때 민주당의 단일화 방식을 가장 두려운 구도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3파전도 불안한 승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안철수 간의 후보 단일화에 목을 매는 모습이다. 안 교수가 출마를 않고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단일화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올려보겠다는 눈치다.
문재인으로 단일화하면 ‘노무현의 재판(再版)’이 되지만 안철수로 단일화하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의 ‘박원순의 재판’이 된다. 전자의 경우는 민주당의 조직력이 풀가동되는 효과를 낼 것이나, 안철수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성정당에 대한 대안으로 안철수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가 기성정치와 손잡는 것에 실망감을 갖게 될 것이다. 안철수로 단일화할 경우 민주당은 정당의 정체성에 손상이 불가피하다. 어렵사리 뽑아 놓은 후보를 써보지도 못하고 버리는 정당이 무슨 정당이냐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 허탈감은 당의 결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양파전이 결코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만은 아닌 이유다.
결국 18대 대선은 3자 대결이든 양자 대결이든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선거다. 네거티브를 많이 하는 후보를 떨어뜨리는 것이 18대 대선의 시대정신인 것 하나만 분명하다.
한남대 교수 임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