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아들’에서 ‘얼굴 천재’ 대세 배우로…“제 잘생김은 조명·카메라 팀 열일 덕”
“아직도 연기는 너무 어렵죠. 그래도 이전에 비해 변한 게 있다면 상대방을 보려는 태도인 것 같아요. 시즌1에서는 제 할 일을 하느라 바빴다면 이번엔 제 할 일도 열심히 하면서 상대를 생각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3년 동안 여러 작품을 하면서 그만큼 책임감이 더 생기고, 무게감도 더 느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그린홈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에서 송강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차현수를 맡았다.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은둔형 외톨이였으나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린홈의 유일한 희망이 됐던 이 인물은 시즌2에서 끝내 특수 감염자가 되고 만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즌1에서 현수를 연기했던 게 몸으로 기억됐던 것 같아요(웃음). 시즌2가 확정되자마자 시즌1을 한 번 더 정주행했는데 현수의 마음이 다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시즌2에서는 현수의 그런 마음가짐을 토대로 더 성숙해진 포인트를 찾아가려 했죠. 시즌1에선 감정이 느껴지는 대로 다 표현했다면 시즌2에선 감정을 느껴도 한 번 더 희생하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어요. 현수가 그렇게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죠.”
송강은 시즌2에서의 현수의 키워드를 ‘성숙’으로 정의했다. 상황에 휩쓸리는 면모가 눈에 띄던 시즌1에서의 미숙한 현수가 고난을 거듭 겪으며 안에서부터 단단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감독님께서도 아무래도 시즌1과 다르게 시즌2에서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면 시즌3에서도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시즌2 초반을 보시면 현수의 성숙해진 포인트가 많이 살아 있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첫 번째로 감염센터에 가서 현수가 ‘내가 뭘 하면 되죠?’라고 묻는 신이 있는데 아마 그게 가장 먼저 보여준 현수의 성숙해진 모습이었을 거예요. 그 대사 안에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즌1에서 괴물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 사태를 막고 싶다는 욕망으로 시즌2에서 현수를 그 기지로 보낸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시즌2까지 함께하며 많은 것을 공유했던 이응복 감독과 맺어진 깊은 신뢰는 파격적인 신을 촬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번 ‘스위트홈 시즌2’에서 가장 큰 화제를 낳았던 현수의 노출 신은 감독은 물론이고 다른 배우, 모든 스태프들과 웬만큼 단단한 신뢰를 쌓지 않고서야 감행할 수 없는 신이었다. 촬영 때를 떠올린 송강은 “그 신은 원 샷, 원 테이크로 끝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노출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민감한 연기잖아요. 그래서 촬영 전까지도 감독님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사실 극 중에서 임 박사(오정세 분)가 보는 현수는 그저 인간이 아니라 단순한 연구 대상, 실험체 그 자체거든요. 그렇다 보니 탈의한 상태로 변화의 상태를 보며 체크하는 것이 맞다고 본 거죠. 또 몸에 피를 맞는 장면은 CG 처리가 어려웠기 때문에 원 샷, 원 테이크로 한 번에 가게 됐습니다(웃음).”
각양각색의 괴물이 등장하는 작품의 특성상 사후 CG 처리가 필수였던 현장에서의 촬영은 어땠을까. 특수감염자가 된 뒤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전투에 임하는 작품 속 현수의 모습은 다른 말이 필요 없이 근사하지만, 현장에서는 어색한 기류가 흐를 수밖에 없었다고. 연기 도중에도 ‘내가 하는 게 맞는 건가’ 고민에 빠져있었다는 송강은 완성된 작품 속 현수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의심했던 자신이 잘못됐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날개 신을 촬영할 땐 아직 CG 소스가 미완성 단계였어요. 막연히 크로마키 처리된 막대기를 들고 표현하는 식이었죠(웃음). 감독님께서는 시즌1보다 좀 더 발전된, 커진 날개일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걸 믿고 촬영하는 와중에도 좀 의아한 게 있긴 했어요.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웃음). 그런데 실제로 완성된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 정도로 나온다고?’ CG 신을 찍을 때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지 않느냐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일단 감독님이 그런 게 오지 않게 해주세요(웃음). 현장 자체를 진중하게 만들어주셔서 모두가 다 진지한 분위기로 받아들였죠. 다들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작품이니 현타보단 감사함이 더 크더라고요.”
허허벌판에서 날개가 달린 척 뛰어올라도 대중들이 깊은 이해심을 발휘하는 건 ‘얼굴 천재’ 송강의 비주얼 덕이 아닐까. 그는 얼굴 이야기가 나오면 쑥스럽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고 말하는 것도 3년 새 성장의 결과로 보인다. 그런 그가 꼽은 ‘잘생겨서 아쉬운 점’은 얼굴에 가려져 감정 연기가 잘 보이지 않을 때라고.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어떤 감정 신이 끝날 때 제 얼굴에 가려져서 감정이 잘 안 보일 것 같기도 하다고요. 저도 나와서 보니까 그게 살짝 느껴지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감독님이 이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적인 부분에서 많이 노력하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사실 저는 제가 잘생겼다는 걸 완전히 인정하진 않거든요. 워낙 잘생기신 분들이 더 많으니까요. 저는 그냥 조명 팀과 카메라 팀이 정말 열심히 일해주셔서 그렇게 보이는 거죠(웃음).”
‘스위트홈 시즌2’를 뒤로하고 송강은 곧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잠시 대중을 떠나게 된다. 시즌2와 함께 제작됐던 ‘스위트홈 시즌3’는 계획대로라면 내년 여름쯤 공개되는데,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마냥 아쉽다면서도 “의무는 당연히 해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입대 후에도 작품으로나마 함께할 수 있다는 건 배우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제가 이 생각을 한 지 한 5년 정도가 넘은 것 같은데, 군대는 언젠간 가야 하는 것이니 불안하거나 두려운 마음은 없어요. 다만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그 전까지 어떻게 쉴지에 대한 생각을 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휴식에 대해서도 까먹은 것 같거든요(웃음). 시즌3가 내년 여름쯤 공개될 텐데 그땐 제가 군대에 있게 될 거란 게 좀 아쉽죠. 그래도 시즌3에선 모두가 다시 모이고, 현수의 이타심과 공감 같은 감정들이 더 많이 표현될 거예요. 시청자 분들이 그런 걸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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