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유 씨는 다시 LA 총영사관에 한국 입국을 위해 비자(F-4) 발급을 신청했지만 또 거부당했다. 절차상 하자를 지적한 대법원 판단을 받아들인 LA 총영사관이 별도의 심사과정을 거친 뒤 “유 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 2020년 다시 유 씨는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선 승소했다. LA 총영사관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에 갔지만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유 씨가 최종 승소했다.
이로써 유 씨는 F-4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4 비자를 발급받으면 재외동포체류자격이 부여돼 단순 노무 업종을 제외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 사실상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모두 갖게 된다.
유 씨는 만 38세가 되는 해인 2015년 F-4 비자를 신청했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5조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남성에게는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41세가 되는 해 1월 1일부터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이는 2017년 개정된 내용으로 그 이전에는 38세가 되는 해 1월 1일부터 가능했고 유 씨 역시 38세가 되는 해인 2015년에 바로 F-4 비자를 신청했다.
유 씨는 1997년 가수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병역 기피 논란에 휘말려 연예계를 떠났다. 벌써 20년이 넘는 공백이 존재하는 셈인데 유 씨가 한창 활동할 당시 친하게 교류하던 이들 가운데에는 여전히 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많다. 동갑내기 친한 연예인들끼리 용띠클럽을 만들기도 했는데 여기 속한 김종국, 차태현, 장혁, 홍경민, 홍경인 등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재석, 김용만, 박명수, 박경림 등 당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함께 활동했던 예능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무턱대로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실제로 몇몇 연예인이 과거 “유승준이 보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유 씨는 2004년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당시에는 김종국이 유일하게 직접 참가해 의리를 지켰지만 이로 인해 상당한 비난 여론에 휘말린 바 있다.
유 씨 입장에서 한국 연예계 컴백이 연착륙하려면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김종국, 차태현, 장혁, 홍경민, 홍경인 등은 2017년 KBS 2TV에서 방영된 ‘용띠클럽-철부지 브로망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했었다. 연예인들의 친분 모임이 아예 예능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 씨가 컴백할 즈음 만약 ‘용띠클럽’ 같은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대중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원래 친분이 있던 연예인들이 사적으로 유 씨를 만나는 장면만 포착돼 보도될지라도 여론의 뭇매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터라 방송 동반 출연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게다가 아무리 화제가 집중될지라도 유 씨의 방송 출연을 결정할 방송사나 프로그램 제작진이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아직 절차상으로도 모든 관문을 통과한 것은 아니다. 비자를 발급받을지라도 여전히 유 씨가 입국금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11조는 ‘법무부 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호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며 4호는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1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관계 기관의 장은 소관 업무와 관련하여 출입국관리법 11조의 입국금지 또는 입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금지 또는 입국거부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입국금지 또는 입국거부를 요청한 기관의 장은 그 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지체 없이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금지 또는 입국거부의 해제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씨는 병무청의 요청으로 법무부 장관이 입국금지를 한 상태다.
현재 상황에서 병무청이 유 씨의 입국금지 사유가 소멸됐다고 판단해 법무부 장관에게 해제를 요청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외교부는 “정부 차원의 조치에 대해 필요한 협의를 해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 차원의 협의 과정에서 법무부가 입국금지를 해제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