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및 상장폐지 통한 지분율 확대 의혹 수사…뉴로스 “김 대표 12월 5일 석방, 관련 건 법률 대응 중”
업계에 따르면 11월 16일 대전지방법원은 김승우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했다. 대전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김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김 대표는 횡령 혐의 외에도 배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승승장구하며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던 중소기업 창업주의 몰락이다. 김 대표가 설립한 뉴로스는 대전 유성구에 둥지를 틀고 있다. 터보 블러워(산업용 원심식 송풍기)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주식시장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2000년 창업한 뉴로스는 201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2012년 뉴로스 수장 김 대표는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뉴로스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국가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첨단 항공 기술을 바탕으로 석유가 필요 없고 소음이 낮은 데다 진동도 적은 친환경 송풍기를 개발했다. 당시 업계에선 선진국이 독점하던 환경제어계통(ECS) 국산화를 이룩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2018년 10월 뉴로스는 ‘2018년 제40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급유에어포일 베어링 적용 수소전기차용 공기압축기’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8년 문재인 정부 초반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 필요성을 강조한 정부 기조와 맞물려 뉴로스 수소차 관련 기술이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했다.
뉴로스가 개발한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주가 변동성도 심해졌다. 2016~2017년 5000원을 전후로 등락을 반복했던 뉴로스 주가는 2018년 초 1만 1100원까지 급등했다가 2018년 하반기 3210원까지 폭락했다. 그리고 2019년 상반기 다시 1만 원을 회복했다.
그 가운데 뉴로스는 각종 테마로 분류되며 관심을 받았다. 가장 큰 조명을 받았던 테마는 ‘탄소중립 수소차’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소 경제’를 강조할 때마다 뉴로스는 수소 테마주로 오르내렸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정상화 사업을 추진할 때도 뉴로스는 ‘테마주’로 거론됐다. 문재인 정부 초반 4대강 정책감사가 예고되자 뉴로스는 ‘4대강 정상화 테마주’로 불리며 상승 기류를 타기도 했다. 또한 뉴로스는 드론 관련 정책이 화두로 떠오를 때에도 ‘드론 테마주’로 불렸다. 뉴로스 자회사 케이드론이 드론의 핵심 제어 부품들을 국내 상용화에 성공했던 까닭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뉴로스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 측근이나 정부 관계자와 인맥으로 얽힌 것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각종 정책과 회사 비전이 잘 맞물리면서 주목을 받았다”면서 “뉴로스가 ‘문재인 테마주’라 불렸던 이유는 뉴로스와 문재인 정부 정책이 궁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승승장구하던 뉴로스에 몰락 조짐이 보인 건 2021년부터다. 2021년 3월 감사의견이 거절되며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했다. 2022년 10월 결국 뉴로스는 상장폐지됐다. 한 자릿수 지분으로 회사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던 김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동성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3년 11월 말엔 김 대표 구속 소식이 알려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김 대표는 불특정 다수 기업들을 통해 총합 184억 원 규모 횡령 혐의 중심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 중심에 선 기업들은 뉴로스 사업 영역과 큰 연관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 제보자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김 대표 횡령 혐의와 관련해 온라인 게임 개발사 A 사, 대부업체 B 사,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C 사, 수산물 도소매업체 D, E 사 등이 연관돼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이 기업들과 뉴로스 사이에서 이뤄진 자금 이동은 뉴로스 상장폐지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3월 뉴로스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건 “자금거래에 대한 불투명성, 이사회 개최 및 의사록 작성과 관련한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업계에선 유동성 이슈에 따른 과도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뉴로스 자금거래 불투명성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뉴로스 최대주주인 엔웨이브와 김 대표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상장폐지 전까지 김 대표는 한 자릿수 지분으로 회사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상장폐지로 인한 정리매매 과정에서 엔웨이브가 100원대에 그 지분을 대거 매입해 지분을 34% 수준으로 확대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최대주주는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3.57%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였다. 정리매매 및 상장폐지 절차가 마무리된 뒤인 12월 31일 기준 최대주주는 바뀌었다. 유한회사 엔웨이브가 지분율 34.05%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른 뒤 2023년 12월 6일 기준 동일한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엔웨이브 설립일은 2022년 9월 23일이다. 뉴로스 상장폐지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엔웨이브는 회사 설립 한 달 만에 뉴로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21년 3월 23일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가 되기 전 뉴로스 주가는 2230원이었다. 엔웨이브는 정리매매 절차를 통해 거래정지 전 대비 약 95%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했다. 김 대표가 엔웨이브를 통해 정리매매절차를 이용, 뉴로스 지분을 재취득하려 했던 부분 역시 수사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12월 6일 일요신문은 뉴로스 측에 횡령 의혹 및 고의 상폐 의혹 관련 내용을 질의했다. 뉴로스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서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 “관련 건에 대해 계속해서 법률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뉴로스 측은 “12월 5일 김승우 대표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됐다”면서 “이런 사실 관계들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있지만 그 밖의 조사 중인 건들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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