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섬 도도하게 살아보기’ 패키지 상품으로 여심 낚아
2021년에 처음 선보인 ‘도도하게 살아보기’ 상품은 관광객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5점을 기록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초반에는 옹진군의 연평도, 백령도, 자월도, 신시모도 등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했는데 여행객은 물론 주민의 만족도도 높아 2023년에는 소이작도를 비롯해 장봉도, 덕적도, 소야도, 대청도 등으로 여행 대상지를 확대했다.
이 상품은 섬 여행은 보통 비싸고 불편하다는 인식도 ‘도도하게’ 깨버린다. 인천광역시와 옹진군, 인천관광공사 등의 노력으로 여행경비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옹진섬 도도하게 살아보기’를 통해 예약하면 모든 관광 상품을 40% 할인받을 수 있고, 공식 홈페이지인 ‘고고드림’에서 예약하면 된다.
#소이작도가 ‘올인클루시브’?
소이작도 섬 여행은 과연 어떤 맛일까. 미지의 장소에 대한 설렘이 밀려온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전 8시 30분 출발한 배는 자월도-승봉도-소이작도-대이작도를 경유해 오전 10시에 소이작도에 도착한다.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배라 가는 동안 직접 바닷바람을 쐴 수는 없었지만 해면을 미끄러지는 배의 승선감은 좋다. 멀미가 없다.
1시간 20여분 배안에서 물끄러미 바다 경치만 바라보다가 드디어 소이작도에 발을 내리니 바다향이 더 강하게 훅 덮쳐온다. 섬 특유의 갯 비린내가 순식간에 얼굴을 감싼다. 먼 바다 작은 섬에 닿았다는 약간의 고립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항구에는 펜션에서 나온 작은 승합차가 마중 나와 있다. 이번 여행을 통째로 책임져 줄 펜션이다.
소이작도에는 버스도 편의점도 식당도 없다. 모든 것을 펜션에서 준비해준다. 펜션만 선택하면 체험과 식사 등 모든 일정이 저절로 해결되는 셈이다. ‘올인클루시브’인 소이작도 투어는 1인 17만 원이다. 여기에는 섬까지의 왕복 배 삯을 비롯해 펜션숙박과 3끼의 식사, 배낚시 체험과 마을 투어가 모두 포함된다.
#바다낚시 체험, ‘손맛’의 설렘
펜션에선 앞바다인 벌안해변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재미삼아 펜션 앞바다에서 조개를 몇 개 줍다보니 바다낚시에 대한 호기심은 더 커진다. 해산물 반찬 가득한 점심을 먹고 물때를 맞춰 드디어 바다낚시에 나선다. 바다낚시가 처음인 사람도 선장의 자세한 설명만 따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시도해볼 수 있다. 거창한 낚싯대는 아니다. 낚싯대라고 할 것도 없다.
그저 낚싯줄에 추와 낚시 바늘이 매달린 다소 원시적인 낚시체험이다. 초심자라면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는 작업이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곁에서 여행객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도와주는 선원이 있어 문제없다.
2시간여의 바다낚시 체험은 생각보다 더 생생한 체험이다. 배낚시 체험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에겐 작은 고깃배를 타고 나가 낚싯줄을 바다 밑으로 떨구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 된다. 막상 물지는 않고 ‘툭 툭’ 찌를 건드리고만 가는 물고기들과의 밀당이 마냥 재미있다.
선장은 오늘의 바다낚시에 잡은 횟감으로 저녁을 차릴 작정이라며 더 분발하라고 체험객들을 재촉한다. 낚시가 ‘꽝’이라면 저녁도 ‘꽝’이라며 지레 겁을 준다. 선장의 등살에 좀 노력해 보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물고기 마음에 드려나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초심자의 눈에는 그저 복불복이다.
겨우 추와 찌만 달려 있는 원시적인 낚싯줄로도 낚을 사람은 낚는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처음 낚시를 해본다는 한 젊은 여성 체험객의 찌를 물색없는 물고기들이 재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석덥석 쉴 새 없이 물어댄다. 다른 쪽에서도 연신 돔이며 열기 등을 낚으며 ‘손맛’을 논한다.
소이작도는 갯바위에 둘러싸인 지형으로 천혜의 어장을 이루고 있다. 대어는 아니라도 바다낚시 체험으로 누구나 소소하게 ‘손맛’ 보기 좋단다. 그런데 같은 바다, 같은 미끼인데 어디는 입질이 쉴 틈 없고 어디는 감감무소식이다. 내 미끼는 먹기만 하고 찌는 다른 곳에서 문다. 빠져나간 미끼를 갈아 끼우는데만 속절없는 시간이 흘러간다. 누구에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요, 또 다른 이에겐 ‘불로소득’이다.
평소 선행의 결과인지 찌를 살랑살랑 흔드는 물고기 ‘플러팅’이 능한 건지 연신 고기를 길어 올리는 ‘도시어부’에 살짝 질투가 나려고도 하지만 아무것도 물지 않으면 또 어떠랴, 애먼 해초만 자꾸 낚싯줄에 걸리면 좀 어떠랴. 강태공이 바다에 낚싯줄을 드리우는 건 꼭 고기를 낚기 위해서만은 아닐 터다.
게다가 선장은 알게 모르게 그물까지 쳐 논 참이다. 이도저도 안되면 그물을 걷어 올려 잡히는 물고기들로 한 상 거하게 차려내줄 작정이다. 물론 초심자가 많았던 이날의 수확은 그물이 낚은 물고기가 필요 없을 만큼 남달랐다. ‘초심자의 행운’이 단단히 한 몫을 해내며 크고 작고 못생기고 어여쁜 물고기들로 수조를 가득 채웠다.
#꽃으로 피어난 해물밥상
일행이 거친 바닷바람 맞으며 한 놈 두 놈, 눈 마주치며 애틋하게 건져 올린 생선들은 여지없이 푸짐한 저녁상으로 돌아왔다. 자연산 광어와 돌돔, 우럭과 놀래미 등의 다채로운 횟감이 펜션 안주인의 센스로 밥상위에 야채와 함께 꽃처럼 펼쳐진다.
바깥주인인 선장이 투박한 손맛으로 두툼하게 회를 뜨면 안주인이 갖은 반찬과 함께 최종 데코레이션으로 마무리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해물잔칫상이다. 선장이 그물로 잡은 홍어는 다음날 아침 찜으로 나왔고 자잘한 생선들은 튀김과 구이로 재탄생했다. 펜션 안주인의 요리 솜씨는 섬 안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마을 사람들끼리 모임을 할 때 이곳에서 밥을 먹을 정도다. 이번 소이작도 여행의 총감독인 한울펜션 얘기다. 재료가 좋으니 손은 거들 뿐이다.
꽃처럼 차려진 밥상의 회는 배터지게 먹고도 남는다. 남은 활어를 매운탕에 살짝 적셔 생선 샤브샤브를 해먹는 호사까지 누린다. 술도 술술 들어간다. 섬의 차고 맑은 공기와 입안에서 착착 감기는 활어회가 소주와 어우러지니 혀는 한참이나 신선놀음에 취한다. 애달퍼서가 아니라 맛의 황홀경에 애간장이 다 녹는다.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인가를 잠시 잊을 정도다.
이 맛을 보기 위해 오늘 하루 내내 달려왔다. 서울에서 인천항 여객터미널까지, 여객터미널에서 소이작도까지, 소이작도에서 다시 바다 한가운데 낚싯배까지, 회 한 접시 제대로 먹기 위해 험난하다면 험난한 여정을 달려왔다. 오랜만에 하루의 보람이 크다.
#떠나기 전 아쉬움은 마을투어로
차마 숙취도 없는 섬의 아침은 개운하다. 공기 반, 술 반 들이켰던 주법 덕분이다. 물론 좋은 안주도 한 몫 제대로 했다. 식도락 재미를 알아버린 걸까. 들어올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떠나려고 하니 왠지 아쉬운 아침이다. 아쉬운 마음에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다. 주민의 안내를 들으며 산책 삼아 하는 마을투어도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다.
소이작도의 역사와 요즘의 생활상을 이야기해주는 주민과 산책에 나선다. 소이작도는 아담하다. 이미 지난 밤 별빛 벗 삼아 한 바퀴 휘이 돌아봤던 터다. 이번엔 주민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소이작도 면적은 1.36㎢, 해안선길이가 10km라 한다. 옛날에는 해적들이 은거한 섬이라 하여 ‘이적도’라고 불리다가 이작도가 되었고, 두 개의 이작도 중에 작은 섬이라 하여 소이작도가 됐다 한다. 바로 옆으로 대이작도가 있다.
소이작도의 인구는 80여 명 남짓밖에 안되지만 관광객은 연 8000여 명이나 들어온다고 한다. 섬에 살지만 섬으로 들어오는 여행객을 벗 삼아 살아가는 주민들은 펜션과 체험낚시배 등을 운영하며 생계를 잇는다. 바다를 끼고 양지에 들어선 작은 마을의 골목길은 서로간의 사정을 잘 안다는 듯, 좁게 갈래 갈래로 이어져 있다. 위 아래로 왔다갔다 경사를 내며 골골이 정겹다. 담벼락의 소소한 벽화와 텃밭을 일구는 시골집의 운치가 더해진다.
문득 햇살에 옹알옹알 반짝이는 초록담이 눈에 띈다. “하!” 모두의 입에서 감탄이 새어나온다, 담이 모두 초록의 소주병으로 둘러져 있다. 집 주인도 이곳에서 맑은 공기 안주삼아 족히 몇 천병의 소주를 달게 마셨나보다.
소이작도엔 해안을 따라 둘레길도 있다. 걷기 좋게 꾸며진 데크길을 따라 슬렁슬렁 걷다보면 길 끄트머리에서 손가락 바위도 만난다. 검지손가락 하나 위로 쳐들고 있는 모양인데 마치 부처님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는 모양새다. 이곳에서 하나의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니 마음 속 소원 하나 빌어볼 일이다. 소이작도를 떠나는 배는 하루에 한 번 오후 2시 45분에 출발한다.
이송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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