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재배법 등 평생 갈고 닦은 농사 지식 전수…노동의 가치 강조하며 젊은이들에게까지 큰 울림
농업을 말하고 있는 양 선생은 산속 깊은 허펑현에 살고 있는 양진청이다. 그는 올해 81세다. 양진청은 최근 자신의 부인과 함께 영상 제작 방법을 습득하고 있다. 그동안 손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젠 직접 영상을 찍기 위해서라고 한다. 양진청은 자신이 방송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이가 많지만 마음만은 늙지 않았다. 농업의 발전에 한몫하고 싶었다. 유명인들이 인터넷이나 방송 등을 통해 허펑현을 소개하는 것을 봤다. 그 후 방문객들이 늘었다. 새로운 매체의 강력한 전파력을 느꼈다. 그 이후부터 허펑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양 선생은 평생 자신이 갈고 닦은 농업 지식을 방송으로 전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컴퓨터를 다뤄본 적도 없는 그에게 인터넷 방송은 너무나도 높은 산이었다. 양진청은 기초부터 공부를 했다. 가족들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과 격려를 보냈다.
2023년 1월 19일 ‘양 선생의 농업을 말한다’가 첫 방송을 했다. 녹화가 아니라 라이브였다. 휴대전화, 거치대, 칠판과 분필이 전부였다. 양진청은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방송 시작 버튼조차 어디 있는지 몰라서 쩔쩔맸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었다.
방송 초반 양진청을 힘들게 했던 것은 저조한 시청률이었다. 그는 “내가 아무리 멋지게 얘기하고, 수업 내용이 좋으면 무엇 하나.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내 방송을 보고 누군가는 이득을 보겠지라는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했다. 시청자는 꾸준히 늘었고, 이제는 동시 접속자가 수만 명에 달한다.
양진청의 방송은 다른 인터넷 생방송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다. 그럼에도 댓글 창은 가장 활발한 곳이다. 질문과 칭찬 세례가 쏟아진다. 한 시청자는 “생방송에서 큰 소리도 없고, 자극적인 영상도 없다. 그저 양 선생이 담담하게 기술과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그게 큰 울림을 줄 때가 많다”고 했다.
양진청 수업의 특징은 그날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말로 시작한다. 예를 들어, 과수 재배 강의에선 ‘물이 없으면 나무가 자라지 않고, 꽃이 없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로, 차밭 관리 땐 ‘3분 심고, 7분 관리’ 등으로 수업을 시작하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빤할 수도 있지만 간결한 이 말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평을 보낸다. 양 선생의 이 말을 모은 어록도 큰 유행이다.
양진청 방송의 또 다른 특징은 예비 농업인들의 참여가 높다. 후베이 민족대학 원예대학 학부생 황이비는 “실습에서 문제가 생기면 생방송으로 양 선생에게 물어본다”고 했다. 그는 양 선생의 방송을 손꼽아 기다린다면서 “양 선생 같은 베테랑 농민이 최고의 스승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농촌을 다룬 인터넷 방송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농촌의 생활, 음식 등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농사 예능’이었던 셈이다. 양 선생의 ‘농업 방송’이 색다르게 다가온 이유다. 한 농업 전문가는 “양 선생의 ‘새로운 농사(방송)’는 농업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수많은 젊은 농사꾼을 끌어들였다”고 했다.
양진청의 시청자 중에는 젊은 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에게 양진청의 가치관이 큰 교훈이 될 것이란 호평도 나온다. 양진청은 방송에서 ‘노력한 만큼 수확이 있을 것이다. 노력은 속이지 않는다’를 강조해왔다. 또 ‘노동은 아름답다’고도 했다. 이런 말들에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양진청이 농업에 뛰어든 것은 1973년부터다. 군에서 갓 제대한 양진청은 허펑현으로 들어와 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틈틈이 농업학교를 다니며 기술을 연마했고, 허펑현 농업국에 취업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을 모두 노트에 기록했다. 1998년 은퇴할 때까지 그가 쓴 노트는 수백 권에 달했다.
현장에선 떠났지만 양진청은 오히려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농촌을 방문해 자신의 기술을 전수했으며 감귤, 한약재, 참외 등의 재배 과정을 담은 서적을 집필했다. 이 중 ‘과수 재배’라는 책은 현재 농촌 공식 보급 교재다. 2017년 전국에 퍼졌던 감귤 병해충 사태 땐 양진청의 방제 대책이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양진청은 강의도 많이 다녔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선 이미 스타 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2019년엔 ‘농업농촌국 퇴직자 강사단’을 직접 꾸려 농촌 지역을 누볐다. 그는 “농업은 ‘노력하면 얻는 것이 있다’는 소박한 도리를 깨닫는 데 최고의 수단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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