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권 교수, 연구부정 없었다”…조사 과정서 이석배·김현탁 vs 권영완·김지훈 갈등 드러나
권영완 교수는 국내외 다른 연구진이 LK-99 재현 실험에서 초전도성을 확인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선 "정확한 구조로 (LK-99를) 합성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현 실험을 충분히 했다. 저도 LK-99를 만들 수 있다. 재현한 샘플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지금은 공개할 수 없다"며 공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권 교수는 LK-99 합성 방법을 개발한 사람은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아니라 김지훈 박사라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지난 8월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퇴사했다. 이후 지난 11월 16일 권 교수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 충북방송(씨씨에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권 교수는 자신이 LK-99 논문을 연구진 동의 없이 무단 발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LK-99 논문 참여자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에 대해선 "김 교수는 사실상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LK-99 논문 저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오히려 김 교수가 연구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권 교수는 "김 교수가 연구를 진짜 진행한 사람을 매도하는 이야기를 전 세계 언론에 했다"며 "명예훼손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12월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R&D센터에서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 결과 설명회를 열었다.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김 교수가 지난 7월 9일 권 교수의 연구윤리규정 위반 의혹을 제기하자 조사에 착수했다. 김 교수는 권 교수가 논문 발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저자들 동의 없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 논문을 지난 7월 22일 올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공저자 동의 없이 논문을 투고했다는 김 교수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김 교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나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난 11월 21일 결론 내렸다.
권 교수는 7월 22일 아카이브에 논문을 올리는 과정에서 "김 박사와 상의했다"며 "이 대표 허락도 받았다"고 소명했다. 다만 권 교수는 "이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논문에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저자 자격이 있는 이 대표는 저자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논문 저자로 게재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LK-99 연구진 내부 분열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권 교수를 "지식을 훔친 도둑"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의 논문 제출 기회를 빼앗은 사회적 범죄행위"라는 표현도 썼다.
반면 지난 8월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퇴사한 김 박사는 "이 대표는 LK-99의 전기적 특성을 측정한 일 외에 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대표, 김 교수가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은 본인(김 박사)의 동의를 구한 적이 없음은 물론 올린 사실조차 몰랐다"며 오히려 이 대표와 김 교수가 연구윤리규정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권 교수는 이날 설명회에서 이 대표와 갈라선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권 교수는 "퀀텀에너지연구소에 연구개발 쪽 각자대표를 맡기로 약속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 대표가 약속한 적이 없다고 번복했다. 그래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이 대표와 소통이 적절하게 되지 않았다"며 지난 4월 한국결정성장학회지 논문 투고는 이 대표 독단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논문 저자로 참여할지 말지 묻는 연락을 3월 30일 이 대표가 보냈다. 3월 31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아무런 말이 없으면 동의한 걸로 알겠다며 반강제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논문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답변을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답변을 안 했더니 논문을 그냥 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끝으로 "LK-99 논문으로 인해 세계가 난리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직접 나설 수 없었던 이유는 김 교수가 저를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소해서였다. 일단은 잘못된 프레임의 진실을 밝히고 앞으로 초전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겠다. LK-99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상용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 교수는 "마이스너 효과를 가지고 자꾸 이야기한다"며 "정확하게 말하면 LK-99는 자석 위에 뜨지는 않는다. 그런데 LK-99엔 마이스너 효과가 없는 게 아니고 매우 작다. 장비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그러면서 LK-99와 관련해 이 대표보다 자신과 김 박사의 기여도가 더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교수는 "2018년 김 박사가 LK-99 합성 방법을 개발했다. 이후 데이터 분석은 내가 했다. 어떤 화학구조인지 논문 작성도 내가 다 했다"고 역설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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