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제도·예산 등 감당 가능할까 물음표 찍혀
정부가 지난 11월 ‘민생 규제 혁신방안’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 취업 기준 완화 방안을 발표하자 나온 반응이다.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산업 및 소상공인들을 위해 비전문취업비자(E-9)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업종을 늘리고 인력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골자다.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E-9 비자 소지자는 농축산업, 어업, 제조업,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처럼 한국인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만 일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외식업계와 함께 광업, 임업 등 새로운 업종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 정책에서 해외동포만 취업이 가능했던 음식점을 고용허가제 가능 업종에 포함시켰다.
외식업 분야의 E-9 쿼터는 초기 3000명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1만 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는 외식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을 계속해서 늘려왔다. 올해 초부터 한식, 외국식, 간이음식점에서만 일할 수 있었던 H-2 비자 소지자의 취업 가능 업종을 음식점 전체로 확대했다. 또, 유학 비자(D-2)를 받은 유학생이 주중에 시간제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늘렸다.
내년도 E-9를 소지한 외국 인력 도입 규모는 16만 5000명으로 올해 12만 명보다 37.5% 증가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같은 고용 허가를 한 배경으로 기피 업종의 노동 인력 부족 문제가 거론된다.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는 높고 급여 수준은 낮은 3D업계의 노동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4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452만 5000과 비교해 7만 7000명 줄었다. 이는 10개월 연속 감소 중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440만 명대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다.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그냥 ‘쉬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이 발간한 ‘지표로 보는 KIHASA 사회보장 동향-소득과 주거’에 따르면 ‘15~64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고 있는 인구 비율’은 2017년 12%를 시작으로 해마다 늘어 2020년 16.1%, 2021년과 2022년에는 16.3%를 기록했다. 15~29세 청년층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6%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9.4%로 급증해 계속해서 9%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외국 인력 확충은 불가피하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국내에 들어오는 현상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허정원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박사는 “대한민국에서 외국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단순히 노동 인력만 계속해서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E-9 비자 외국 인력들을 실제로 인터뷰를 해보면 가족동반이 불가능함에도 불법이든 합법이든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현상을 보면 단순히 통계처럼 올해보다 약 30% 외국 인력이 증가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확산되니 예상 수치보다 많아질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많은 숫자가 어떻게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국민들과 상호작용해야 할지에 대한 대책이 현재로선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관리 체계 문제도 있다. 박효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약 16만 명이라는 숫자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지차체나 고용 업체에서 준비가 되어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외국 인력들이 한국에 들어와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인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작업장 이탈, 임금 체불 문제, 부당 노동, 인권, 차별, 폭행 등 다양한 부분에서 관리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내년도부터 전액 삭감하기로 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상구 의정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각 지역 거점에서 외국인들은 사람도 만나면서 정보교류, 부당한 대우 처리, 각종 상담 등을 하기에 의존도가 높다. 연간 3만 명이 방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외국인들은 적응하기 힘들게 되고 갈 곳이 없어지니 자기들끼리 조직을 만들어 사회적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다”며 “정부에서 감당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노동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제반 조치, 노동권, 인권 등이 보장이 되어있지 않다”며 “무작정 인력을 때려 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환경, 권리, 임금 체불 등 근본적인 문제부터 손봐야 된다”고 말했다.
반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우려에 선을 그으며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가 계속 들어왔었기 때문에 교육부터 관리 등 일반적인 체계는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E-9 비자에 업종이 추가됐다 보니 이에 맞는 특화된 직무·안전 교육도 협의 중”이라고 반박했다.
양휴창 인턴기자 didgbck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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