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불송치 예정, 이선균 ‘음성’ 거듭…제보 믿고 수사 개시했지만 직접 증거 확보 실패
상황은 10월 19일 경기신문의 단독 보도로 시작됐다. 경찰이 톱스타 L의 마약 투약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었다. 인천경찰청이 서울 강남 유흥업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톱스타 L의 마약 관련 혐의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루 뒤인 10월 20일 이선균 측은 인천지방검찰청에 유흥업소 실장 A 씨(여·29)와 이름을 알 수 없는 B 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10월 23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선균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이제야 이선균은 내사자를 의미하는 ‘입건 전 조사자’에서 정식 수사 대상인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이후 두 사건을 모두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서 수사 중인데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경찰은 A 씨에게서 2022년 10월 27일을 포함해 5차례 이선균이 마약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CCTV, 문자 내역, 택시 이용 기록 등을 통해 4건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A 씨 진술과 간접적인 정황에 따른 추정일 뿐 직접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선균이 간이시약 검사, 모발 1차 정밀 감정에 이어 2차 정밀 감정까지 모두 ‘음성’을 받은 것.
경찰 조사에서 이선균은 A 씨가 속이고 약을 줬는데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모든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이선균 측은 “마약 투약 자체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A 씨에게 속아 약을 먹었는데 그게 마약인 줄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속아서 먹은 약이 애초 마약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로 바꾼 것이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선균은 마약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선균 마약 사건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지적에 경찰은 ‘이선균 마약 투약 혐의와 공갈 사건은 별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2월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수사본부 우종수 본부장은 “이선균 씨에 대해선 마약 투약 혐의 외에 이 씨가 공갈 혐의로 고소한 유흥업소 실장 A 씨 관련 수사가 두 갈래로 진행 중”이라며 “공갈 사건에 대한 실체가 어느 정도 나와야 마약 투약 혐의 관련자와 참고인의 주관적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갈 사건이 윤곽을 드러내면 이선균을 마약 투약 혐의로 3차 소환할 예정이다.
그런데 경찰은 아직 이선균 측이 유흥업소 실장 A 씨와 함께 고소한 B 씨의 신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이선균 측은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A 씨와 B 씨가 짜고 협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 데 반해, A 씨는 “나와 이선균 사이를 의심한 인물로부터 SNS를 통해 협박당했는데 협박한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지드래곤(GD, 본명 권지용·35)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은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13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는 “다음 주 중 권지용 씨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드래곤의 출국금지 기간이 만료된 11월 25일 경찰이 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불송치가 임박해 보였다.
12월 1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이 “(수사 초기) 권지용 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관한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있어 이를 토대로 전반적으로 수사했는데 범죄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제보가 있는데 수사를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수사에 착수해 혐의가 없으면 없다고 밝히는 것도 경찰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A 씨의 진술에만 의존한 부실한 수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감정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고 부실 수사로 평가하는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내사 단계에서의 큰 화제성에 반해 너무 초라한 수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유흥업소발 마약 수사’에서 인천경찰청의 수사 및 내사 선상에 오른 인물은 모두 10명. 이 가운데 7명이 입건돼 피의자가 됐고 3명은 여전히 입건 전 조사자 신분이다. 입건된 7명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이들은 3명으로, 유흥업소 실장 A 씨와 마약 공급 혐의를 받는 현직 의사, 작곡가 정 아무개 씨 등이다. 이외에 이선균과 지드래곤 등 4명은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내사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이뤄지면서 각종 ‘마약 투약 연예인 리스트’가 난무했으며, 내사 대상인 유명인들이 누구인지도 화제를 양산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름이 거론된 이들 가운데 검찰로 송치된 이는 작곡가 정 씨뿐이다. 이선균과 지드래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나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여전히 입건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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