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살해 뒤 극단 선택
인천 중부경찰서는 살인과 자살방조 혐의로 A 씨(25)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2월 7일 밝혔다. A 씨는 12월 6일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 씨는 같은 날 오후 2시 31분쯤 인천시 중구 영종도 갓길에 주차된 차량에서 28세 남성 동승자 C 씨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이들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따로 앉아 있었고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갓길에 세워진 차량에서 연기가 흘러나오는데 차량 안에서 사람이 마약을 하는 것 같다”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A 씨가 세워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출동했다.
경찰이 119구급대 공조 요청을 통해 이들을 병원으로 옮긴 뒤 차적을 조회한 결과 차량 소유주는 A 씨와 C 씨가 아닌 B 씨로 조사됐다. 경찰은 12월 6일 오후 5시 50분쯤 차량 소유주인 B 씨 집에 찾아갔으나 인기척이 없자 강제로 문을 열었고, B 씨는 이미 방에서 숨진 상태였다. 숨진 B 씨 허벅지에서는 멍 자국이 발견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 등이 B 씨 사망과 관련 있다고 판단하고 현장 CC(폐쇄회로)TV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인 끝에 A 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C 씨도 의식을 회복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구체적인 범행 시점과 인물 관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 씨는 발견 당시 약 4일 전 이미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으며, 12월 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 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경부(목)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해당 소견을 토대로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B 씨를 살해한 것이 맞다”며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C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처음 만났다. 살인 범행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물음표로 남은 범행동기
12월 10일 A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한 이상욱 인천지법 영장당직 판사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모습을 드러낸 A 씨는 “차주를 왜 살해했나” “살해한 차주와 무슨 관계인가” “극단적 선택은 계획된 것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피해자 B 씨의 관계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A 씨가 범행동기를 진술하기는 했지만 황당한 주장이어서 추가로 더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욱 의문인 점은 A 씨가 처음 만난 C 씨와 함께 B 씨의 차량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B 씨를 살해한 이후 B 씨의 차량을 최후의 장소로 선택할 수는 있지만 일면식도 없는 동행자와 함께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