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조건을 협상하기 위한 미팅자리에는 대만 투자사 젊은 직원들이 합류했는데 그들은 우리를 만나자마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OO입니다”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이미 K팝, K드라마, K필름을 필두로 한 K컬처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는 친구들이었다. 한국에 대한 호감과 관심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대만 학생들이 영어 다음으로 선호하는 제2외국어가 곧 한국어가 될 거라는 말을 하는 걸로 봐서 그들이 한국어로 인사하는 것이 어쩌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전 우리는 12월 11일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주장이자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 출전 경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이날 손흥민 선수는 1골 2도움을 비롯해 그날 경기의 베스트선수로 선정된 바 있다. 영화 투자미팅에 앞서 대만 투자사 관계자들은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무려 30여 분이 넘도록 칭찬했다.
무사히 미팅을 마치고 대만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는 철판요리 식당에서 셰프는 우리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새로운 음식을 내어줄 때마다 “맛있어요?”라고 한국말로 질문했다. 음식을 서빙하는 직원은 대만관계자들이 이번에 제작하는 영화의 한국 남녀배우들을 열거하자 정말 환호성을 지르다시피 하며 호감을 표시했다.
5년 전 대만을 방문했을 때와는 천양지차만큼 달라진 한국에 대한 호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젊은 세대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무적이었다.
대만 시내에서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를 만나는 건 이젠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만큼 수많은 한국 차가 대만 도로를 질주하고 있고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그만큼 모든 면에서 한국의 위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높아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 관계자들과 회의 및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중 간단한 음료를 사러 들른 대만의 편의점에서 나는 또 한 번 달라진 한국 문화의 확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 편의점 매대에는 한국의 다양한 라면, 컵라면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한국의 각종 과자와 심지어 한국 소주, 막걸리까지도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냉장칸에는 너무나 당연히 한국의 김치, 깍두기를 발견할 수 있으며 회의 중 대만 젊은 친구들이 “예전에는 일본라면을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한국 라면이 최고라면서 자신들은 특히 술 마신 후 해장할 때 한국 라면이 필수”라고 말했던 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국 문화, 한국 음식, 한국 제품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계층이 세계 각국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더 개방적이고 편견이 적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젊은 세대들이 단순한 관심을 넘어 한국 문화나 한국 제품에 대해 충성도를 가진다면 앞으로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될 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제 한국 문화 한국 음식의 확산은 시작일 뿐이지 정점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나 지도자들이 알기를 바란다.
그러나 세계 각국 청년들이 동경하고 좋아하는 이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이고 정작 한국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하고 미래가 없는 사회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이 무슨 안타까운 현실이란 말인가.
대한민국은 이제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산업, 문화, 스포츠,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톱티어 위치에 있는 이 국가의 젊은 세대들은 왜 절망할까. 왜 낙담할까. 왜 희망을 가지지 못할까를 기성세대는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세계 모든 나라의 사람들과 경쟁하고 그 치열한 경쟁에서 지금의 위치를 이뤄낸 것이다. 한국 정치도 한국 지도자들도 자국의 경쟁자들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을 떨쳐내고 스스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정치인들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기원한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