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자선경기 개최…합동 은퇴식 열려
16일 오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체육관에서는 2023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자선경기가 열렸다. 2회를 맞은 선수협 자선경기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선수들의 합동 은퇴식이 열렸다.
어쩌면 '선수 염기훈'의 마지막을 볼 수 있는 날일 공산이 컸다. 염기훈은 2023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 플레잉 코치로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중에는 신분에 변화도 겪었다. 소속팀 수원 삼성의 부진이 지속되며 기존 감독이 경질됐고 플레잉 코치 염기훈이 감독 대행이 되며 사령탑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선수'로 되돌아간 염기훈이었다. '팀 염기훈'의 주장으로 강가애, 정성룡, 홍정운, 윤석영, 조동건, 권은솜, 여민지, 황재원, 김상은, 배승진, 서진주, 김혜리 등과 팀을 이뤘다.
자선경기가 열린 아주대 체육관은 염기훈의 마지막을 보려는 팬들의 숫자가 상당했다. 소속팀 수원의 연고지인 아주대에서 열린 덕분에 수원팬으로 보이는 이들이 관중석 상당 부분을 채웠다. 체육관 난간에는 10벌이 넘는 염기훈의 유니폼이 내걸리기도 했다. 관중석에서 가장 큰 환호가 나오는 장면은 염기훈이 볼을 잡는 상황이었다.
'팀 염기훈'의 첫 경기에서 골이 들어가자 선수들은 벤치에서 대기하던 염기훈을 불러냈다. 염기훈은 자신을 상징하던 '지휘 세러모니'를 펼쳤다.
팀 염기훈은 팀 이근호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팀 이근호가 연속골로 앞선 상황, 염기훈은 추격골을 성공시켰다. 이에 동료들은 헹가레로 그의 은퇴를 축하해줬다.
1-3에서 3-3까지 추격전을 펼친 팀 염기훈은 결국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염기훈은 "선수들에게 고맙다"면서 "너무 오랜만에 골을 넣어서 쑥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팀 이근호, 팀 지소연, 팀 염기훈, 팀 이청용 등 4팀간 맞대결에서 우승팀이 팀 염기훈으로 결정된 이후, 은퇴식이 이어졌다.
모든 선수가 주목받는 은퇴를 할 수 없는 현실, 선수협은 선수들의 합동 은퇴식을 기획했다. 특히 염기훈의 은퇴 행사에 많은 눈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근호와 함께 염기훈은 장기간 선수협 회장과 부회장을 맡아왔다. 앞서 소속팀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치른 이근호와 달리, 염기훈은 사정이 달랐다. 수원이 하위권을 지속적으로 맴돌며 이렇다할 은퇴 행사를 치르지 못한 탓이다.
은퇴식에서는 선수 지인들의 은퇴 축하 영상이 상영됐다. 염기훈의 자녀들과 아내의 축하 인사가 담겼다.
은퇴식 이후 그는 "선수로서 마지막이라는게 실감이 안난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이려 노력했는데 생각처럼 안됐던 부분도 많았다. 부족한데도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수원팬들 많이 오셨지만 다른 팬들도 계셔서 어느 때보다 좋은 자리인 것 같다. 가족들은 이제 편안히 축구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팬들의 사연 소개 시간에는 특별한 내용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수원 삼성 팬이라는 한 남성은 여자친구와 함께 응원하며 결혼까지 약속하게 됐다는 사연을 전하며 염기훈에게 주례를 부탁하기도 했다.
염기훈은 2006년 K리그에 데뷔, 경찰청이 리그에 합류하지 않았던 2012년을 제외하면 줄곧 K리그에서만 활약했다. 전북, 울산, 수원 등을 거치며 통산 445경기 70골 110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수원에서 2010년부터 10년 이상 한 팀에서만 활약하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수원=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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