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정해진 일정을 넘기면서까지 진행됐다. 마침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이라는 문구가 최종 합의문에 담겼다.
이번에도 석탄 이외에 석유나 천연가스 등은 명시되지 못했으나, 화석연료(Fossil Fuels)라는 포괄적 단어가 처음으로 합의문에 포함됐다. 격론 끝에 상당한 국가들이 원했던 상대적으로 강한 표현인 단계적 감축(Phase Out)은 아니지만, 전환(Transition)이라는 문구도 명시됐다.
여러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할 때 높은 수준의 합의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후위기를 멈추기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매년 COP28의 성과를 평가하는 블룸버그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이번 COP28을 10점 만점 중 3.8점으로 혹평했다.
2023년은 기온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 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변화는 각국의 지도자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 또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이기에, 현실적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작금의 현실이 더욱 절망스럽기도 하다. 각국의 정책 결정자로부터도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어디에서 그러한 변화를 찾을 수 있을까.
지난 칼럼(미국·유럽 뛰어가는데…ESG 경영 ‘제자리 걸음’)에서 소개했던 프랑스의 ‘Say On Climate’ 입법안도 재계의 반발 등으로 결국 상원 의회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계나 기업에게만 변화나 질책의 목소리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환경적 책임과 별개로, 이미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자체가 기업의 존속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다. 비록 COP28의 성과는 저조했지만 EU와 미국 등은 보조금 지원이든 온실가스 배출 등 외부효과에 대한 비용 부과든 저탄소 경제로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제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정유사, 항공사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이른바 기후 소송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최근 BBC 보도에서 인용한 컬럼비아대학교 부설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500여 개의 기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엑손모빌, 쉘, 비피, 쉐브론 등을 상대로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은폐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미나 EU 지역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 역시 이러한 제도적 변화나 법률적 문제 제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잘못된 예측이길 바라지만 현 정부에게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나 과감한 제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UN 등 국제기구가 주도하는 글로벌 합의 역시 COP28에서 확인됐듯이 획기적인 변화를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산업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이미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바야흐로 기후경제의 시대다. 기대와 과장을 보태면, 기후전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여타 글로벌 경쟁과 달리, 기후경제, 기후전쟁은 지구와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현세대를 위해 기꺼이 반겨야 할 경쟁이다. 미온적인 정부나 뒤처진 제도를 탓하기엔 기업들이 당면한 기후경쟁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모두를 위해 중요한 이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뒤처지지 않고 앞서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