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쉬밀로와 매일 밤 은밀하게 통화를 하면서 ‘폰섹스’를 했다는 점이다. 견습생이었던 쉬밀로는 이 사실이 발각되자 즉시 교도소에서 해고됐으며, 현재 공공직무 위법행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쉬밀로는 자신이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제2, 제3의 수감자들이 등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쉬밀로가 풀렌과 관계를 지속한 것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5개월 동안이었다. 당시 쉬밀로는 사우스웨일스주 브리전드에 있는 ‘HMP 파크’ 교도소에 부임해 교도관으로서 견습 과정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감자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이 사실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4월 해고되고 말았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쉬밀로는 풀렌을 제외한 몇몇 수감자들을 상대로 한 이런 행동들 때문에 상사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받았다. 쉬밀로의 행동을 둘러싼 우려 섞인 ‘조사 보고’가 무려 20건이나 있었다는 점만 봐도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가령 CCTV를 통해 목격된 바에 따르면, 한 수감자에게 키스를 날리는 손동작을 하는 등 교도관으로서 해선 안될 행동을 하는 식이었다.
보안 책임자인 댄 헤이먼은 법정에서 평소 쉬밀러의 복장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가령 교도소 제복 대신 굳이 몸에 꼭 끼는 바지를 입고 근무를 섰다는 것이다. 이에 헤이먼은 “쉬밀로는 제복 대신 개인적으로 구입한 몸에 딱 맞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런 복장은 교도소에서는 부적절했다”며 “그래서 쉬밀로에게 좀 더 헐렁한 바지를 입거나 너무 딱 맞지 않는 바지를 입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 수감자들이 많은 곳에서 젊은 여성 간수나 혹은 그 누구든 부적절한 옷을 입은 경우에는 우리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쉬밀로는 이 말을 듣지 않았다. 헤이먼은 “쉬밀로는 헐렁한 바지를 싫어했다. 그런 바지를 입었을 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못마땅해 했다”고 전했다. 쉬밀로가 해고된 또 다른 이유로는 보안상의 문제도 있었다고 헤이먼은 말했다. 그는 “쉬밀로는 죄수들과 비밀스런 대화를 나눴다. 비밀스럽게 행동하고, 속삭였으며, 일부러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쉬밀로가 해고된 후 풀렌 역시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다. 코카인과 헤로인을 유통하는 마약조직 소속이었던 풀렌은 2019년 ‘HMP 파크’에 수감됐으며, 2021년 5월 약 320km 떨어진 ‘HMP 맨체스터’로 이송됐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도 계속해서 쉬밀로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쉬밀로와의 은밀한 관계가 들통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둘 사이를 의심한 경찰이 몇 주에 걸쳐 통화 내용을 녹취했고, 무언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결국 쉬밀로는 2021년 7월 체포됐으며, 이와 관련해서 매튜 코베 검사는 “둘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는 풀렌이 ‘HMP 맨체스터’로 옮긴 후 쉬밀로와 나눈 전화 통화 기록을 통해 확실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럼 교도관과 수감자의 이런 은밀한 관계는 대체 어떻게 시작된 걸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둘 사이의 관계는 풀렌이 쉬밀로에게 몰래 쪽지를 건네주면서 시작됐다. 이 쪽지에는 풀렌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에 쉬밀로가 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그렇게 둘은 밤새 10대처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만 쉬밀러는 만일을 대비해 따로 유심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했다.
둘 사이의 통화는 거의 매일 이뤄졌고, 때로는 폰섹스도 했다. 풀렌은 쉬밀로를 가리켜 ‘미시즈(부인)’라고 부르기도 했다. 맨체스터로 이감된 후 가진 전화 통화에서는 쉬밀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쉬밀로의 생일에는 ‘공주님 생일 축하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애정을 표현했다. 한번은 교도소 밖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 달라고 요청하면서 만나서 자신이 교도소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전해달라고 했다.
이에 코베 검사는 “쉬밀로는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감자와의 관계를 거부하거나 끝내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풀렌이 비밀 전화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하는 대신 그에게 전화를 거는 쪽을 선택했다”고 힐난했다. 죄수인 풀렌이 자신에게 몰래 전화번호를 건넸다는 사실도 비밀에 부쳤으며, 이를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분명 중죄에 해당한다고 몰아붙였다.
쉬밀로는 조사 과정에서 수감자와 폰섹스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말을 하는 쪽은 주로 풀렌이었고, 자신은 거의 듣는 입장이었다고 변명했다.
쉬밀로의 변호인 측은 이 밖에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클레어 윌크스 변호사는 쉬밀로가 미모가 뛰어난 23세 여성이라고 말하면서 때문에 풀렌에게 조종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윌크스 변호사는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마약상이었다. 또한 범죄 집단의 일원이었다. 매우 위험한 인물이었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에도 수감자들 사이에서 매우 위험한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가 불법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한때 개조된 총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렇게 위험한 인물에게 쉬밀로가 오히려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 쉬밀로는 법정에서 이런 취지로 일관했다. 풀렌이 전화번호를 건네준 후부터 ‘거의 매일’ 연락하겠다고 말했다고 했으며, 만일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른 재소자에게 해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쉬밀로는 하는 수 없이 그의 전화를 받아야 했으며, 다른 재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하루 종일 감방에 가둬두어야 했다고 말했다. 쉬밀로는 “나는 압박감을 느꼈고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풀렌의 어머니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 거절했지만, 풀렌은 어머니가 이미 손톱 손질까지 하고 기다리고 있다며 만나줄 것을 강요했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쉬밀로는 그에게 먼저 친구로 지내자고 통보했으며, 그에게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수감자에게 손키스를 날렸던 행동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어리석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쉬밀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코베 검사는 “그는 ‘덫’에 걸린 느낌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수감자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것을 포함해 다른 할 수 있었던 많은 선택지들이 있었다”면서 맞받아쳤다. 또한 전화번호를 거부하지 않았고, 관계를 끝내기 위한 ‘진정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상사에게 그의 전화번호를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비난했다.
현재 쉬밀로의 위법 행위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그가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영국인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카사노바 죄수, 간호사와도 부적절한 관계였다
‘카사노바 죄수’였던 풀렌이 연애 행각을 벌인 대상은 쉬밀로뿐만이 아니었다. 수사관들이 압수한 풀렌의 휴대전화에서는 놀랍게도 또 한 명의 교도소 직원 전화번호가 발견됐다. 이 여성은 당시 교도소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엘리제 힙스(25)였다.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 동안 ‘HMP 맨체스터’에 수감된 풀렌과 은밀한 관계를 맺었던 힙스는 “교도소 간호사, 즉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고의적이고 합리적인 변명이나 정당성 없이 죄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체포 후 힙스는 수감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다만 협박을 당해서 연락을 끊을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성적인 관계는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교도소 안에서 치료를 받던 중 힙스에게 호감을 느낀 풀렌은 어머니와 친구를 이용해 접촉을 시도했다. 친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으며, 둘은 교도소나 교도관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풀렌은 힙스에게 ‘사랑한다’고 구애를 했고, 힙스는 “당신은 나를 사랑할 정도로 나를 잘 아는 건 아니지 않냐”고 거리를 뒀다. 심지어 풀렌은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원래 사귀고 있던 애인을 버리고 당신을 선택할 생각이다”라고까지 말했다.
힙스는 12개월간 간호사 자격을 정지당했으며, 지난해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