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부적격 판정 ‘진명 감별’ 벌써 시작…이낙연 한 번 갔다 간 보고 돌아오는 스타일 아냐”
―친명계 의원 지역구를 노리던 비명계 인사들이 후보 심사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최성 전 고양시장, 김윤식 전 시흥시장)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왔다.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가 사적으로 오용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어쨌든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당직자다. (조 사무총장) 지역구 경쟁자를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공천 자격을 아예 박탈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 당을 누가 공당이라고 이야기하겠나. 사당이라고 이야기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다. 당뿐만 아니라, 국민적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친명계를 선별하는 ‘진명 감별’이 벌써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기 충분하다.”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됐다. 민주당 전·현직 당대표 모두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는데.
“비극적인 일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서 도덕성,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 등에서 앞서왔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재명) 당대표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 (송영길) 전 대표는 구속이 됐다. 민주당의 자랑인 도덕성이 무너지고 있다. 국민께 무엇을 내세워서 내년 총선을 치를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재명 대표가 ‘원칙과 상식’ 혁신안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혁신과 통합 두 가지를 해야 한다. 혁신에는 도덕성, 민주주의 회복이 필요하다. 통합을 위해선 전체 당에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중도층 지지자를 가져와야 한다. 이건 선거 때마다 어느 정당이나 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선 당에 공간이 생겨야 한다. 당대표가 선당후사 마음으로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그 공간에 다른 분들이 들어와서 당의 확장성을 확보해낼 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를 하는데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당 창당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 통합비대위를 빨리 꾸려야 한다. 이재명 대표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명낙회동’을 통한 당내 통합은 불가능할까.
“만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재명·이낙연 만남이) 예전에도 몇 차례 있었는데, 내용 있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이재명 대표도 분명한 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 안을 가지고 와서 설득해야 한다. 안도 없이 빈손으로 오면 만날 이유가 없다. 만나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
―비대위 전환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전권을 갖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가 지도부 총사퇴 선언 이후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공천권 등 전권을 부여한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실 통합비대위로 전환하면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많다.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도 계시고, 당내에는 우상호 의원도 있다. 이 분들이 맡겠다고 하면 어느 누가 뭐라고 하겠나.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인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칙과 상식’에서 제안한 혁신안이 당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일부의 주장이라는 지적이 있다.
“자신 있으면 통합비대위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해보면 된다. 선거법에 대해서 여론조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통합비대위로 가는 것이 맞는지도 설문조사를 해서 발표해봤으면 좋겠다.”
―‘원칙과 상식’이 공천을 받기 위해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통합비대위는 나눠먹기식 구성”이라고 했다.
“(정 의원) 이야기면 다 먹겠다는 것인가. 공천을 걱정했으면 이런 일을 하지도 않았다. 다른 의원들처럼 조용히 지역 가서 열심히 돌았을 것이다. 공천에 대한 미련을 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가 3개월 넘게 남았는데, 그 사이에 몇 번의 위기가 온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이재명 대표 얼굴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의석을 많이 가져올까. 통합비대위원장이 나서서 선거를 치렀을 때 더 많이 가져올까. 선거 이기는 방안은 자명하다. 이 대표는 당 지지자를 열광적으로 규합할 순 있어도, 넓힐 순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넓힐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혁신안 발표 이후 이 대표 측에서 연락해오진 않았나.
“전혀 없었다.”
―그동안 이 대표 측과 소통은 없었는지.
“이 대표를 1차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만났다. 잠시 만난 거 말고는 한 번도 없다. 누구는 비판하고 싶어서 하겠나. 당에 원칙과 상식이 무너져 내리고, 누가 봐도 원칙적이지 않은 일을 안 하니까 그런 말을 하게 된다.”
―이 대표가 12월 말까지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칙과 상식’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되나.
“의원들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어떻게 할 것인지. 각자의 실존적 문제 포함된 사안이라, 어떻게 하자고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 전에 당이 당의 총선 압승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숙고 바란다. (탈당 등의) 고민은 연말까지 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들도 많다.
“그렇게 신중한 이 전 대표가 저렇게까지 말을 꺼내놨는데, 과연 안 갈까.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일단 원칙과 상식도 12월까지 기다리기로 했고,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도 만나기로 했고. (이 전 대표는) 뭔가 돌파구 나올지 보고 계실 것이다. 거기에 가능성 없다면 (신당 창당) 하실 것이다. (이 전 대표는) 한 번 갔다가 간 보고 돌아오는 스타일 못 된다. (이 전 대표를) 너무 잘 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합류할 계획이 있는지.
“원칙과 상식 일원으로서 원칙과 상식과 함께할 생각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는 소통하고 있는가.
“소통이야 늘 한다. 그러나 (신당 창당 등은) 정치적 진로에 대한 결정이고, 무엇이 가장 바람직하고 옳은 길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신당이나 제3지대의 총선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무당층 (지지율이) 25~30% 초반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종의 마른 풀들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화성 물질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불은 붙을 수 있다. 그러나 제3지대 성공은 누가 그걸 하느냐, 어떤 전략으로 가느냐 등에 따라 달라진다.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실패한다고도 보지 않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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