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의심 메모 남겨” 매니저가 신고…수색 끝에 와룡공원 주차 차량서 발견돼
12월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2분께 이선균의 매니저로부터 "(이선균이) 유서로 보이는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는데 지금은 되지 않는다. 차량도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다. 당시 매니저는 이선균과 연락이 되지 않자 그의 강남구 청담동 거주지를 찾았다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접수 약 20분 뒤인 오전 10시 30분께 경찰은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이선균의 차량을 발견했다. 당시 차 안에 있던 이선균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현장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선균의 시신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선균은 지난 10월 19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조사 중인 강남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의 주요 수사 대상자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경찰은 인천항을 통해 유입된 마약의 유통경로를 수사하던 중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받았고, 이 업소의 여성 실장 A 씨(29)가 이선균과 수차례 연락을 한 정황을 발견해 그를 사건 관계자로 판단,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튿날인 10월 20일 이선균은 마약 의혹으로 내사를 받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A 씨와 신원불상의 인물로부터 지속적인 공갈·협박을 받아와 3억 5000만 원 상당을 뜯겼고,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라고도 밝혔다. A 씨는 지난 11월 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대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발표 후 나흘 만인 10월 23일 마약 투약 혐의가 특정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이선균은 10월 28일과 11월 4일, 12월 23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아왔다. 2차 소환조사였던 11월 4일 그는 "A 씨가 뭔가를 줘서 투약했지만 그것이 마약인지는 알지 못했다"며 투약 혐의는 인정하되 고의성은 부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시 그의 마약 간이시약 검사, 모발 검사, 체모 검사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이선균의 마약 투약 여부를 판가름 하는 것은 A 씨의 진술에만 달려있는 상황이었다.
12월 23일 3차 소환에서 19시간에 달하는 강도 높은 밤샘 조사를 받았던 이선균은 조사를 마친 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오늘 (공갈 사건) 피해자로서 고소인 조사까지 마쳤다. 이제 앞으로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조사에서 그는 자신이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수면제로 알았지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26일에는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하기도 했다.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A 씨의 진술뿐이라며 억울해 하면서, 누구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거짓말 탐지기 조사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처럼 앞으로의 추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사실 여부를 다툴 것이란 입장을 보여왔던 이선균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사기관은 물론, 연예계 역시 당황스러움과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예정된 tvN 새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제작발표회가 연기됐으며 배우 김성규 역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인터뷰를 취소하며 양해를 구했다. 이선균의 소속사인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공식입장을 내고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부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며 "장례는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로 데뷔한 뒤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무대에서 다양하게 활약하다 2007년 MBC 드라마 '하얀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 2010년 '파스타' 등으로 연달아 히트하면서 스타 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2018년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거쳐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해외에서까지 인정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유작은 지난 9월 6일 개봉한 영화 '잠'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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