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작아 급등세 연출 쉬운 ‘우선주’ 주타깃…이름 드러나지 않는 투자조합으로 움직여 수사 피해가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주가조작과 테마주가 기승을 치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테마주 광풍으로 뜨거웠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 종목’들이 테마주에 올라타 급등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드러났다. 한국거래소에서 2023년 초부터 12월 26일까지 투자경고종목 지정 사례가 220건을 넘겼을 정도다.
#엄벌 내세웠지만 급등한 한동훈 테마주
가장 역설적인 것은 한동훈 테마주였다. 한국거래소에서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대상홀딩스우, 덕성우 등이 대표적인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정치권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테마주’에 편승했다. 이들 종목은 모두 실적 등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한동훈 테마주’라는 이유로 폭등했다.
지난 10월 말만 해도 7000원 초반에 거래가 됐던 대상홀딩스우는 한동훈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과 함께 11월 27일부터 급등하기 시작, 12월 19일에는 6만 5300원까지 찍었다. 9배 넘게 급등한 셈인데 이후 급락하면서 12월 27일에는 3만 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덕성우도 유사한 흐름이다. 10월 31일 4510원에 거래를 마쳤던 주가는 11월 22일 급등하기 시작해 12월 5일 3만 2750원까지 올랐다. 이후 급락하면서 12월 27일 1만 4000원대가 무너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우선주 급등’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시가총액이 100억 원 미만인 경우가 많아 20억~30억 원만 가지고도 테마주 급등세를 연출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급등 전 대상홀딩스우의 시가총액은 70억~80억 원 수준, 덕성우의 시가총액은 50억~60억 원 수준이었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는 우연히 오르는 게 아니라 누군가 고의적으로 뉴스를 만들어 내거나 뉴스에 올라타기 위한 종목을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재미있는 점은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꾸준히 정치인의 흐름에 발맞춰 움직일 수 있는 게 정치인 테마주이다 보니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정재-한동훈의 사진 한 장은 우연일 수 있어도 그 사진을 보자마자 상장사를 찾아 뉴스를 만들며 달라붙는 세력들이 있다”며 “특히 우선주의 경우 시총이 작다 보니 10억 원만 가지고도 거래를 돌려 얼마든지 상한가를 연출해 낼 수 있어 주가를 띄우는 것도 쉽다”고 우려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세력들
흥미로운 점은, 한동훈 전 장관-이원석 검찰총장의 강한 수사 의지로 주가조작 세력들이 한 차례 대거 수사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검찰은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강종현 씨나 원영식 초록뱀 회장,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 배상윤 KH필룩스 그룹 회장 등 업계 큰손들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또, 카나리아바이오와 영풍제지 등 급등세를 연출했던 종목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 세력들을 대거 잡아들였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에도 주가조작은 계속되고 있다. T 사가 대표적이다. 코스닥 상장사로 통신 장비 제조사인 T 사는 11월 말까지 2000원이 채 안 되던 종목이었다. 하지만 최대주주 변경 공시와 함께, 사물인터넷 관련주, 양자 사업 진출 등의 뉴스가 나오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12월 20일 1만 3000원 벽을 뚫었다. 6배 넘게 오른 셈인데, 이들 배경에는 2세대로 대표되는 이들이 얽혀 있다고 전해진다. 리튬 테마주로 알려진 H 사나 L 사의 급등을 주도했던 이들이 고스란히 옮겨와 T 사를 인수했다는 후문이다.
한 M&A업계 큰손은 “A 씨가 주체가 돼 T 사 인수부터 급등까지 주도하고 있는데 A 씨는 이미 시장에서 리튬 테마주로 크게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라며 “이들의 특징은 이름이 쉽게 드러나지 않게 ‘투자조합’으로 움직이다 보니 검찰 수사를 받더라도 피해나가는 편”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검찰 수사관 출신들과 함께 움직이며 검찰 수사망을 피해 나간다고 한다.
CB(전환사채) 투자업계 전문가는 “예전에는 원영식 회장이나 김성태, 배상윤 회장에게 찾아가 투자해 달라고 했던 이들이 이제는 A 씨 등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으려고 하는 것만 바뀌었다”며 “잠시 검찰 수사로 주가조작 세력들이 주춤했던 것은 맞지만 이들의 자본력이나 세력은 절대 작아지거나 줄어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테마주 나올 때마다 기웃
2023년 여름 한국 증시의 핫이슈 중 하나였던 초전도성 물질 ‘LK-99’도 테마주 흐름 속에 세력들의 놀이터가 됐다. 수급이 쏠린 초전도체 테마주 중 몇몇 상장사들은 세력들이 달려들어 인위적인 주가 부양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후문이다.
앞서의 전문가는 “초전도체 사진이 나온 것은 절대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거꾸로 저런 호재가 나오면 가장 먼저 이를 주가에 반영시켜 띄울 고민을 하는 게 세력의 특징”이라며 “테마주가 기세를 탄 뒤에 관련한 사업 진출 공시를 만들어 내는 곳들은 모두 주가를 띄우기 위한 시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선 M&A 업계 큰손은 “검찰이 아무리 수사를 한다고 나서도 강종현만 해도 보석으로 나오니 다들 ‘1~2년만 고생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미국처럼 징역 20년 이상으로 양형이 올라가면서 동시에 보석이나 모범수 석방 등이 불가능해지지 않는 한 주가조작 세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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