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의혹 제기에 이마트 측 “계열사 경영성과 포함된 보수”…책임은 안 지고 권리만 누린다는 비난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마트가 최근 조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주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인 이마트와 이마트에르리데이, 이마트24의 인프라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사무국을 신설했다. 지난 9월에는 강희석 대표이사 대신 조선호텔앤리조트 한채양 대표를 신임대표로 앉혔다. 한채양 대표 선임 후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그룹 경영전략 회의에서 “철저하게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 자신은 이마트 미등기임원 자리를 보전했으며 보수도 오히려 더 챙겨갔다. 본인이 강조한 '철저하게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 체계'에서 본인은 예외인 셈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에서 지난 상반기 보수로 17억 8000만 원을 가져갔다. 급여 9억 9100만 원과 상여금 7억 8900만 원이다. 지난 상반기 보수는 전년 17억 3900만 원에서 2.3% 증가한 액수다.
이마트의 최근 실적을 보면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에서 보수를 더 챙길 만큼 경영 지표가 우수했는지 의문이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393억 5105만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221억 원 영업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 순손실은 1005억 원을 기록해 전년 7427억 원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 측은 정용진 부회장의 보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뿐 아니라 그룹 전체 총괄부회장”이라면서 백화점·이마트 등의 성과가 반영돼 보수가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수체계에서는 배임 가능성도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총괄부회장으로서 거두었다는 다른 계열사에 대한 성과 보수를 이마트가 대신 부담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의 각 계열사는 100% 자회사·모회사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각 계열사의 경영 성과가 이마트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 회장(변호사)은 “실제로 이마트 측이 이같이 답변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이 같은 보수 체계는 배임 여지가 있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측은 악화한 경영지표에 전문경영인들이 물러난 것과 달리 정용진 부회장은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 “각 계열사에 대한 경영은 기본적으로 대표이사가 맡는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오너 일가로서 보수 등 권리만 챙기고 책임에서는 자유로운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정용진 부회장뿐 아니라 다른 오너일가도 이마트에서 미등기임원으로 고액의 보수를 챙기고 있다. 이마트가 발표한 지난 상반기 5억 원 이상 고액 보수자 명단을 보면 정용진 부회장의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회장도 보수로 각각 14억 7500만 원씩 받았다. 이마트 내에 이들 오너 일가보다 많은 보수를 챙긴 전문경영인은 없었지만 실적과 주가 부진을 겪으면서 물러난 것은 오히려 전문경영인이었다. 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한다는 이유로 보수를 높게 책정하면서도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때는 '미등기'여서 괜찮다는 것이다.
김규식 회장은 “실적·주가 부진으로 주주들에 고통을 안겨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CEO, 회장도 같이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정용진 부회장 등 창업주 일가가 고액의 보수를 챙기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주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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