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연구소 처음 들어보는데요”…오래 전 문 닫은 광주 분사무소 ‘돈 봉투’ 터진 후에야 폐쇄 등기
송 전 대표가 받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전 민주당)이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월~4월 당내 의원과 당 대표 경선 지역본부장 등에게 돈 봉투 20개로 6650만 원을 살포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다. 또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후원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불법으로 7억 63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송 전 대표는 구속 이전에 “먹사연은 공익법인”이라며 “검찰 수사는 모든 싱크탱크를 무력화하고 정치적 자유를 통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정치권에선 먹사연에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온다. 송 전 대표의 “한반도 정책 싱크탱크” “비자금 저수지” “향후 대선 외곽조직” 등 무수한 억측과 추측이 뒤섞여 있다.
이에 일요신문은 베일에 가려진 먹사연 실체를 추적했다. 먹사연의 전신은 사단법인 동서남북포럼이다. 송 전 대표가 당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2007년 3월 설립됐던 동서남북포럼은 2015년 9월 먹사연으로 변경됐다. 먹사연 주사무소는 서울 여의도동 국회 주변에서만 세 번을 이전했다. 현재는 국회 인근 D 빌딩에 있다.
일요신문은 2023년 12월 27일 오전 D 빌딩 3층에 있는 먹사연 사무실을 방문했다. 기자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으나 먹사연 관계자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엔 “아는 내용이 없다”며 거절했다.
먹사연은 여의도 주사무소 외에도 인천과 광주광역시 등지에 분사무소가 있었다. 인천 계양구에 있던 분사무소는 2007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세 차례(작전동→계산동→작전동) 이전하며 운영됐다. 일요신문은 2023년 12월 26일 사무소에 찾아가봤다. 폐쇄된 지 12년이 지나서인지 먹사연 활동을 확인할 순 없었다. 작전동 사무실 두 곳은 빌딩 관리업체와 경비원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확인할 수 없었다. 계산동 사무실 경비원은 “연구소가 있다가 이사 갔고 자세한 건 모른다”고만 말했다.
먹사연은 광주광역시에도 분사무소 두 곳을 운영했다. 광주 동구 동명동과 남구 주월동에 각각 사무소를 뒀다. 동명동에 2011년 10월, 주월동에 2014년 2월 사무소를 각각 설치했다.
등기부 상으로 광주 분사무소 두 곳은 2023년 8월 28일 동시에 폐쇄됐다. 현 시점에서 불과 4개월 전이다.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다. 특히 검찰이 송 전 대표를 이 사건 핵심인물로 정조준하던 시점이다.
일요신문은 2023년 12월 27일 광주에 있던 먹사연 분사무소 두 곳을 방문했다. 취재 결과 먹사연은 등기부에 적시한 폐쇄 시점(2023년 8월 28일)보다 훨씬 이전에 문을 닫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폐쇄 등기를 한참 뒤에 했던 셈이다.
먹사연의 동명동 사무소는 현재 법무사 사무소다. 해당 사무소를 운영하는 법무사는 “2년 6개월 전부터 이 사무실을 법무사 사무소로 쓰고 있다. 그 전엔 텅 비어 있었다. 건물주 얘기로는 송영길 대표가 과거에 이 사무실을 선거 캠프로 잠깐 쓴 적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주월동에 있던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등기부 상에 있는 먹사연 사무실은 지난 6월부터 지역주택조합이 임대해 쓰고 있다. 해당 건물의 건물주는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아느냐’는 기자 물음에 “2016년도 내가 이 건물을 샀는데 (먹사연은) 없었다”며 (먹사연은) 처음 들어본다. 아마 주소를 안 옮겨간 것 같다”고만 말했다.
이처럼 먹사연 광주 분사무소들은 등기부와 달리 이미 오래 전 폐쇄됐다. 그럼에도 그동안 폐쇄 등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 이는 먹사연 측이 무심하게 그냥 방치했거나, 먹사연 규모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그대로 놔뒀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광주 분사무소 두 곳이 폐쇄된 2023년 8월 28일엔 여의도 주사무소도 D 빌딩 12층에서 3층으로 이전했다. 주사무소 이전과 분사무소 폐쇄 신고가 같은 날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송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벌어지자 이에 대비해 먹사연 정리 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
먹사연은 회비와 후원회비, 찬조금, 각종 보조금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이 주목하는 건 기업인 후원회비다. 검찰은 이를 ‘불법정치자금’으로 의심하고 있고 송 전 의원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먹사연의 전·현직 임원은 주로 송 전 대표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이다. 동서남북포럼에서 먹사연으로 변경된 2015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송 전 대표가 대표를 맡았다. 이후 정범구 전 의원을 거쳐 2018년부터 김윤식 전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먹사연 이사는 인천 지역 정·재계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송 전 대표가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과 인천시장을 역임한 이력과 궤를 같이 하는 인사들이다. 광주 지역 인사들도 눈에 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중·고교를 광주에서 나온 송 전 대표 학력과 관련 있어 보인다.
송 전 대표는 ‘먹사연=공익법인’이라 언급했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서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慈善)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먹사연의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사업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방안 연구 △통일국가발전을 위한 미래 정책대안 제시 △통일 관련 학술·문화 활동 등이다. 요약하면 한반도와 통일 정책을 연구하는 통일부 소관 학술단체다.
하지만 먹사연이 사업 목적과 무관한 활동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먹사연은 사업 목적에 맞는 행사도 했지만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친목회나 행사도 많이 개최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송 전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가 임박했다. 송 전 대표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검찰 조사엔 굳게 입을 닫았다. 향후 법정 공방을 통해 그동안 먹사연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밝혀질지 주목된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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