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가십 소비 반성글’에 비난 세례, 시상식 ‘블랙 드레스 코드’ 논란도…연예계 “지금은 애도할 때”
고 이선균은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여성 실장 A 씨(29)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피의자 전환된 뒤, 12월 23일 세 번째 경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흘 만인 12월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10시 12분께 그의 매니저가 "(이선균이) 유서로 보이는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는데 지금은 되지 않는다. 차량도 없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20여 분 만인 10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이선균의 차량을 발견했다. 당시 차 안에 있던 이선균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구급대원에 의해 현장 사망 판정을 받았다.
유족의 요청에 따라 이선균의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남은 가족과 광고·영화 위약금 등을 걱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는 이 사태 이후 개봉을 연기했으나 그의 사망으로 일정 자체가 다시 불투명해진 상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한 광고도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아내 전혜진에게까지 피해가 간 상황인 데다 코로나19 끝에 겨우 개봉 일정을 잡으려던 작품들까지 줄이어 엎어지게 된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이처럼 갑작스럽고 허망하게 떠난 이선균의 빈자리엔 또 다른 논란이 남았다.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추모하는 연예인들에게 거센 비난이 날아드는가 하면 결국 이 같은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추모를 철회하는 일도 벌어졌다. 반대로 어떤 글도 남기지 않은 이들에겐 "왜 추모글을 올리지 않느냐"는 또 다른 공격도 나왔다. 연예인들이 떠날 때마다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 글 게시 여부를 두고 말 많은 대중들 사이에서 늘 벌어지는 갑론을박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비난하는 이들의 주장은 "이선균이 온전히 추모를 받을 만큼 떳떳한 상황에 있었나"라는 것이다. 마약 투약 혐의는 아직 수사 중이니 차치하더라도 가정적이고 로맨틱한 이미지를 셀링 포인트로 삼아온 그가 유흥업소를 방문하거나 해당 업소의 여성 실장과 미심쩍은 관계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실망한 대중들은 추모를 이어가고 있는 연예인들에게 불만 섞인 비난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클론 강원래의 아내이자 가수 김송이 인스타그램에 이선균의 명복을 빌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아직 걸리지 않은 사람만 있을 뿐이다. 누구나 다 환경에 장사 없고, 나는 절대 안 그래! 라며 장담할 인생 못 된다"는 글을 올렸다가 "누구든 털면 마약 나오고 불륜 나오냐" "누구나 털면 먼지는 나오지만 마약이나 성매매 같은 범죄는 실수가 아니라 범죄다. 죽음은 안타까우나 논점을 흐리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선균을 추모하면서 동시에 대중들에게 일침을 가한 유명인들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작사가 김이나는 이선균의 사망 당일 인스타그램에 "어디서 흘러 나온지도 모르는 녹취록을, 누가 그런 나를 볼세라 이어폰을 꽂고 몰래 들으며 '어머어머'하고 가십성 콘텐츠로 클릭해보고 자극적 기사 타이틀을 보면 슥 훑어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 기사 봤어?'라고 얘깃거리로 삼고"라며 "'실패한 수사로 보이지 않으려 너무 자극적 사생활 이슈를 흘리는 것 같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래 맞아 너무한 거 같네'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후로도 똑같이 뭐가 나오면 들여다보고 마지막에 '너무 사람 망신주기하네, 심하다'는 말로 스스로 면죄하던 내 모습이 선명해 차마 감히 추모도 못하겠는 마음"이라고 적었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수사에서 사생활 이슈가 함께 불거져 나온 것을 가십으로 여기며 소비해 온 자신의 모습을 자성한 글이었지만 대중들은 이 안에 대중들을 향한 '준엄한 일침'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이나의 글에는 곧바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연예인의 가십에 관심이 없다. 뉴스에 나오는 보도만 잠깐 보고 말 뿐이고 이어폰까지 끼고 녹취록 영상 찾는 사람은 김이나 씨 정도밖에 없으니 혼자 마음속으로 반성하면 될 것 같다" "일반 대중들은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사람이 태반이다. 자극적인 이슈를 적극적으로 소비한 본인만 자책하는 선에서 끝낼 일이지 먼저 반성해야 면죄부가 주어진다는 듯 위에서 관조하듯 대중과 사회를 내려다볼 일이 아니라고 본다" 등의 비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 김이나는 이 글을 삭제했다.
이선균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연말 시상식에 참석하는 일부 연예인들이 자발적인 '블랙 드레스 코드'를 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 역시 대중들의 불만을 맞닥뜨렸다. 마냥 즐거울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동료에 대한 애도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 곁을 떠난 많은 연예인들이 있었지만 이선균의 사례만큼 추모의 갑론을박이 뜨거웠던 경우는 흔치 않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 범죄 혐의가 드러난 상태에서 삶을 마감했고, 나머지 대다수는 자신 또는 다른 사정으로 인한 긴 고통 끝에 이 같은 선택을 했었다. 어느 한 쪽에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 이상 마냥 모든 것을 덮어놓고 추모하기에도,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을 보내기에도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대중들의 반응이 매서운 것은 이해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한 동료로서, 같은 업계인으로서, 선후배로서 지금은 추모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이제까지 알려진 그에 대한 모든 의혹이나 논란을 덮어두고 그를 온전한 무고의 피해자, 영웅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인간적인 애도를 하겠다는 것인 만큼 (장례식이 진행되는) 사흘 동안만이라도 대중들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운 뜻을 밝혔다.
한편 이선균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정재, 정우성, 조진웅, 유연석, 조정석, 설경구, 류준열, 김성철, 윤계상, 배성우, 문근영 등 동료 배우들과 영화 '킹메이커' '킬링로맨스' '기생충'으로 고인과 호흡을 맞춘 변성현 감독, 이원석 감독, 봉준호 감독이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었으나 12월 28일 오전 수원 연화장으로 변경됐다. 상주는 아내 전혜진과 고인의 형제들이며 발인은 오는 12월 29일 엄수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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