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한소희, 일본 악플에 “사실인걸”…개봉 앞둔 ‘하얼빈’ 현빈, 일본 활동 우려에도 Go!
한소희와 박서준이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극본 강은경‧연출 정동윤)가 일부의 일본 시청자들로부터 날 선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작품은 특히 일본의 시청자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얻는다. 일본군에 맞선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사투, 패전이 임박해 악랄해진 일본군에 대한 선정적인 묘사 등이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경성크리처’는 광복 직전인 1945년 봄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패전이 현실로 닥쳐 위기에 몰린 일본군이 힘없는 약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잔혹한 인체 실험(마루타) 끝에 기괴한 괴물이 탄생한다. 드라마는 이를 막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리면서 겉으론 크리처 장르를 내세우지만 그 안에서 항일의 메시지를 진하게 풍긴다.
#안중근 의사 사진 SNS에 올렸다가…
‘경성크리처’는 공개 3일 만인 12월 27일 기준 넷플릭스가 집계하는 자체 콘텐츠 순위에서 글로벌 톱10 비영어 부문 주간차트 3위에 올랐다. 한소희와 박서준이라는 글로벌 스타의 출연, 넷플릭스가 총 제작비 700억 원을 쏟아부은 2023년 최대 규모의 작품이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성크리처’가 정작 더 큰 화제의 중심에 오른 계기는 주인공 한소희가 SNS에 올린 몇 장의 사진과 글이 때문이다.
한소희는 12월 24일 SNS에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사진과 ‘경성크리처’의 몇몇 장면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드라마에서 그는 만주와 경성을 오가면서 의뢰를 받고 사라진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찾아주는 주인공 윤채옥 역을 맡았다. 10년 전 실종된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일본군의 마루타 실험을 목격하고, 희생당할 위기의 사람들을 구출한다.
작품을 알리는 차원에서 SNS에 사진을 게재한 한소희는 함께 쓴 글에서 “경성의 낭만이 아닌, 일제강점기 크리처가 아닌, 인간을 수단화한 실험 속에 태어난 괴물과 맞서는 찬란하고도 어두웠던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하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으로 품어야만 단단해질 수 있었던 그해 봄”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 안중근 의사의 사진까지 올린 이유는 ‘경성크치러’에 그의 독립운동 정신을 상징하는 ‘단지 동맹’이 주요한 설정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작품을 폭넓게 알리려는 한소희의 ‘홍보 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들은 ‘한소희를 좋아하지만 이 글은 유감이다’ ‘한소희가 일본을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는 등의 댓글을 통해 반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한 일본 팬은 “(‘경성크리처’를) 보기 위해서는 일본인으로 용기가 필요하다”며 “한소희의 팬으로 슬프다”고 썼다. 배우는 좋아하지만 일제강점기 항일 메시지가 진하게 녹아든 드라마를 보려면 일본인으로서 ‘용기’를 내야 한다는 고백이었다. 일본 팬들의 반응이 잇따르자, 한소희는 다시 한 번 소신을 밝혔다. ‘용기를 내야 한다’는 일본 팬의 글에 그는 “슬프지만 사실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는 답을 남겼다.
#항일 메시지 작품 출연에 ‘각오’가 필요한 배우들
사실 한소희는 물론 박서준 역시 일본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는 스타다. 특히 박서준은 2020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배우가 일본 팬들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경성크리처’ 출연을 선택한 것부터 대담한 ‘도전’이다. 실제로 이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작품의 소재와 색다른 장르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 무엇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전 세계 팬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경성크리처’를 택했다.
한소희의 SNS글과 사진이 촉발한 논란에 그동안 독립운동을 알리는 데 앞장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023년 초 개봉한 ‘영웅’을 꺼냈다.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 영화로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서 교수는 “성황리에 영화가 상영할 때 일본 SNS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간주했다”며 “한소희 씨에 대한 댓글 테러, ‘영웅’에 대한 어이없는 반응은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행하지 않아 벌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총리를 지낸 스가 요시히데는 2014년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문을 열자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선으로 과거 역사를 바라보는 일본 내 우익의 프레임이 이번 ‘경성크리처’에도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안중근 역 맡은 현빈의 영화 ‘하얼빈’
그동안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한류 스타’가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에 출연하면서 고민에 빠진 경우는 많았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한류 붐이 일고, 히트 드라마가 연이어 탄생하면서 스타들 역시 일본 팬덤과 정서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했다. 일본 우익의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이나 활동으로 일본 입국 자체가 거부된 연예인도 있었다.
이번 ‘경성크리처’의 주인공인 한소희와 박서준 역시 출연 결심까지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이 드라마의 음악을 맡은 김태성 음악감독은 작품 공개 직후 SNS에 “박서준과 한소희는 촬영 내내 일본에 앞으로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촬영하긴 했다”며 “(두 배우와) 이런저런 말을 나누면서 이들의 진심이 느껴져 존경스러웠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항일 메시지를 다룬 작품은 2024년 새해에도 이어진다. 그중 배우 현빈이 주연한 ‘하얼빈’이 가장 주목받는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로 대표되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첩보 액션 대작이다.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가운데 안중근 의사 역을 배우 현빈이 맡은 사실에서 관심을 더한다.
현빈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배우다. 2020년 주연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제4차 한류 붐’을 일으킨 덕분이다. 일본에서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역을 맡은 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받는다.
영화계에 따르면 현빈 역시 ‘하얼빈’이 공개된 이후 일본 팬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일본 활동에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첩보 액션으로 풀어내는 영화에 의욕을 갖고 과감하게 출연을 결정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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