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모창민 코치 타구에 머리 맞고 기절했던 다음 날도 훈련장 나와…정말 대단하다고 생각”
이 중 2023시즌 팀 타율, 타점, 출루율, 장타율, OPS, 도루 부문 1위를 이끈 타격 파트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1군 메인 타격코치였던 이호준이 퀄리티 컨트롤(QC) 코치란 새로운 보직을 부여받았고, 1군 타격 보조코치였던 모창민이 메인 코치를 맡는다. 아직 LG는 코칭스태프 개편과 관련해서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다. 코칭스태프 구성이 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 와이번스에서 선후배로 만나 같은 시기에 NC로 이적했고, 이후 코치와 선수로 활약하다 LG에서 타격 메인과 보조코치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호준·모창민 코치 이야기를 풀어본다.
LG 트윈스는 2021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었다. 팀 타율 2할5푼으로 전체 8위에 그쳤고 팀 득점도 8위였다. LG 구단은 타격 파트의 변화를 이끌 코치를 찾았다. 그들 눈에 들어온 건 3년간 NC 다이노스에서 ‘호준 매직’을 일으킨 타격코치 이호준이었다.
당시 이호준 코치는 2021시즌 마치고 NC 2군 감독 면접을 봤고, 면접 이후 발표 나기까지 3주가량 기다리는 동안 ‘이호준이 NC를 떠난다’ ‘마무리 캠프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팀으로 옮긴다’ 등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LG 구단은 이호준 코치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 코치는 LG 구단에 자신이 NC 2군 감독 면접을 봤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3주가량 지난 후 NC는 이호준 코치에게 팀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선수와 코치 생활 포함해 8년이나 몸을 담았던 이호준 코치로선 당시의 상황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후 LG 구단이 움직였다. 가장 먼저 차명석 단장이 이 코치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 코치는 다음 날 서울 잠실야구장을 방문해 계약서에 사인하게 된다. 혼자가 아니었다. 모창민 코치도 함께였다.
다음은 모 코치의 설명이다.
“2021년 4월에 선수 생활 은퇴를 발표한 다음 바로 NC 구단의 스카우트, 전력분석, 운영팀 등을 돌며 2개월가량 업무 파악을 했다. 그런데 시즌 마치고 이호준 선배가 같이 LG로 가자고 제안했고, 아내와 상의 후 곧장 호준 선배를 뒤따랐다. SK 시절부터 믿고 의지했던 선배님의 제안이라 거절하기 어려웠고, 그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호준과 모창민 코치의 첫 만남은 SK 와이번스였다. 모창민이 2008년 신인 2차 1라운드로 SK에 지명되면서 프로에서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모창민이 2012시즌 마치고 NC 다이노스의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팀을 떠나게 됐는데 이호준도 NC와 FA 계약을 맺고 이적하면서 NC에서의 동행이 이어졌다. 다음은 모 코치의 설명이다.
“2012시즌 마치고 이만수 감독이 SK를 이끌 당시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된 마무리 캠프를 소화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 룸메이트였던 김성현이 나를 흔들어 깨우더니 내가 NC 특별지명을 받았다고 발표됐다는 소식을 전하더라. 다음 날 한국으로 귀국해선 인천공항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켰더니 네이버에 ‘이호준 NC와 3년 20억 원에 FA 계약’이란 기사가 메인에 걸려있는 게 아닌가. 그때 절감했다. 이호준 선배와 나와의 질긴 인연을.”
그 질긴 인연은 지도자로 다시 LG에서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호준은 이미 NC에서 타격코치로 명성을 얻었지만 모창민은 코치 경험이 없었던 터라 새로운 팀인 LG가 낯설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호준 코치는 LG의 타격 파트를 맡은 다음 변화를 주도하기보단 모창민 코치와 그 팀에 스며들려고 노력했다. 모 코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LG에 친분이 있는 선수가 없었다. NC에 있을 때는 선수들 성향이 다 파악이 됐지만 LG는 모든 게 처음이라 선수들에게 거리감이 느껴졌고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때 호준 선배가 “우리가 뭔가를 바꾸려 하지 말고 선수들한테 스며들자”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다음부턴 호준 선배도 스스로 변하려고 노력하셨다. NC에서는 선수들과 친분이 있으니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는데 LG에선 꾹 참고 누르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이호준 코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썸타임즈’ ‘정근우의 야구이슈다’에 직접 출연해 모창민 코치한테 남다른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NC에서 코치할 때는 선수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서로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LG 1년 차 때는 말을 아꼈다. 내 스타일을 고집하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처음에는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2년 차인 올해는 모창민 코치가 종종 “코치님,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을 정도로 힘든 적도 있었다. 한 번쯤 터질 때가 됐는데 참는 게 보이면 모 코치가 이런 말을 해줬다. “코치님, 그냥 옆은 보지 마시고 앞만 바라보고 잠깐 지나가시죠”라고 말이다. 그럴 때면 나도 모 코치한테 삶의 지혜를 배운다.”
2023시즌 개막 전 시범경기가 한창일 때 모창민 코치가 실내 훈련장에서 타구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적이 있었다. 당시 이호준 코치는 다른 장소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 훈련장으로 뛰어갔더니 모 코치가 기절한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다행히 모 코치는 바로 깨어났고, 트레이닝 코치가 응급 처치를 해준 바람에 잘 수습이 됐지만 모 코치는 팀에서 휴식을 권유했음에도 다음 날 출근해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도왔다고 한다. 다음은 이호준 코치의 설명이다.
“선수들이 매일 야구장에 나와 루틴을 소화하는 가운데 타자들은 팀 단체 훈련 전과 경기 전 루틴이 있다. 모 코치가 홍창기 박해민 박동원 등 중심 타자들의 루틴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빠지면 선수들 연습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휴식을 취하지 않고 기어이 야구장으로 출근하더라. 그걸 보고 정말 대단한 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호준 코치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SSG 랜더스 감독설에 휘말렸다. 김원형 감독이 하차한 상태에서 감독 자리가 공석인 SSG는 여러 감독 후보군 리스트를 만들었고, 그중 이호준 코치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다. SSG 구단에서도 이 코치가 후보군에 있다는 건 인정했다. 문제는 한 매체에서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직전 이호준 코치가 SSG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단독 기사를 내보내면서 분위기가 복잡하게 흘러갔다. 이 코치는 당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감독 면접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감독이 될 수 있느냐”며 당황스러워했다. 무엇보다 소속팀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달려왔는데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모창민 코치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때는 호준 선배도 나한테 어떤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나 또한 SSG 감독 내정설 이야기를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독 내정 기사가 단독으로 나왔고, 그렇다면 호준 선배가 SSG로 가는 건 확실하다고 혼자서만 생각했다. 이후 나는 좀 다른 차원의 고민을 했다. ‘만약 호준 선배가 SSG 감독으로 가면서 이번에도 나한테 같이 가자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이었다. 살짝 마음이 복잡했지만 바로 결정을 내렸다. 불러주신다면 이번에도 호준 선배님 따라가겠다고 말이다. 그게 의리이고, 이치에 맞는 행동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호준 SSG 감독 내정설은 이후 이숭용 감독이 선임되면서 소문으로 일단락됐다. 모창민 코치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호준 선배님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제 모두 지난 일이다. 모창민 코치는 2년 만에 ‘보조’에서 ‘메인’ 타격코치로 올라섰고, 이호준 코치는 퀄리티 컨트롤(QC) 코치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다. LG 팬들한테 ‘호부지(호준+아버지)’ ‘모머니(모창민+어머니)’로 불리는 이호준, 모창민 코치. 의리와 우정, 신뢰와 믿음으로 점철된 선후배의 인연은 2024년에도 계속 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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