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류 의사 밝힌 현역 의원 없어, 회의적 전망 우세…2030·수도권 지지 여론 상대적으로 높아
#험난한 이준석 신당의 미래
이준석 신당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양당 중심의 선거 제도 △현역 의원 부재 △취약한 지역 기반 등의 이유다.
거대 양당은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샅바 싸움을 하고 있다. 지역구에서 힘든 싸움이 예상되는 이준석 신당으로선 비례대표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규모 정당에 불리한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이준석 신당은 타격을 입는다. 준연동형으로 정해져도 양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면 신당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신당에 합류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도 아직 없다. ‘천아인(천하람·허은아·이기인)’ 가운데 천하람 전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탈당하고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1월 첫째 주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비례대표인 허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 전 대표 측은 줄곧 여야 현역 의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하람 전 위원장은 탈당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역 의원 중 허은아 의원 외에 합류 의사를 밝힌 분이 있고, 차츰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천 전 위원장은 “1000명 이상이 신당으로 출마할 의사를 밝혔고 즉시 출마에 손색없겠다는 분을 60~70명 추려놨다”며 “수도권이 많지만 전국 각지에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고 했다.
양당 체제 속 신당이 돌풍을 일으킨 전례가 있긴 하다. 다만 이 경우 확실한 지역 기반이 있었고, 현역 의원들도 합류했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끌었던 국민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 의석 대부분을 석권했다. 총 38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의당은 여러 계파가 갈등을 빚은 끝에 창당 2년 만인 2018년 2월 13일 바른정당과 합당했다.
그러나 두 정당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도 오래가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은 30석(바른정당 9석, 국민의당 21석)으로 출발했지만, 국민의당처럼 계파 갈등으로 당이 분열됐다. 안철수 대표가 탈당하는 등 이탈 의원들이 속출하면서 2020년에는 16명으로 당세가 줄어들었다. 결국 2020년 2월 24일 해산됐다.
12월 6일 대구를 방문한 안철수 의원은 이준석·조국 등의 신당 창당에 대해 “성공 확률을 굉장히 낮게 보고 있다”며 “첫 번째는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하고, 두 번째는 돈이 필요하고, 세 번째는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언제부터 안 의원이 정치 평론을 하는 것을 국민이 듣고 싶어 했는가”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준석은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 수도권에서도 표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민주당에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선거 제도가 어쨌든 양당 중심으로 가기 때문에 제3세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세를 형성해 구심력이 작동하는 양당제의 회오리에 빨려들지 않도록 원심력을 발휘해 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준석 신당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돌풍 가능성 살아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이준석 신당의 파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인지도가 높았던 한 위원장이 정치에 데뷔하자 이준석 신당에 대한 관심도는 줄어들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후원금이 쇄도했다. 국민의힘 중앙당 후원회에 따르면 한 위원장 임명 이후 27~28일에만 총 5억 7843만 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 국민의힘 1일 평균 모금액은 약 465만 원이었다.
‘천아용인’의 일원이었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잔류를 택했다. 김 전 청년최고위원은 “한 위원장 지명자의 스마트함과 똑똑함을 쓴다면 충분히 중도층 확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처음에는 이준석 전 대표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 우려했다. 그런데 한동훈이라는 태풍 때문에 이 전 대표의 탈당이 (가려진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국민의힘이 또 휘청거리면 이 전 대표의 존재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 안에서 당내 문제를 비판하면 전직 당대표로서 언론에 소구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갔다”며 “그러면 나간 사람이 비판한 것은 민주당이 비판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여론은 나쁘지 않다. 한길리서치가 아주경제 의뢰로 12월 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 지지율은 15.8%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 30대, 60대가 주요 지지층으로 나타났고,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18~20%대 지지율이 나왔다.
지지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층에서 10.9%, 국민의힘층에서 16.1%가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국민의당은 첫 지지율 조사에서 13%를 기록했다. 현역 의원이나 지역 기반이 없다는 차이가 있지만, 지지율만 놓고 보면 국민의당 돌풍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탈당 행렬도 관측된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민의힘을 탈당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탈당한 당원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집계된 것은 없다. 확인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민하 평론가는 이 전 대표가 대선까지 고려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당장은 성과가 크지 않을 거라고 본다. 총선은 아무래도 양당 중심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총선이 어렵다고) 본인도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표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또 “(저조한 의석을 얻어도) 우리가 지금 힘든 싸움을 하고 있고 그 싸움은 의미가 있다고 포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총선이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대선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말기까지 갔을 때 윤석열로 상징되는 권력의 모습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는 이준석”이라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전 원장은 “어차피 한동훈 비대위원장 공천 학살이 시작될 것”이라며 “정부 청와대에서 50여 명이 나왔다. 그러면 영남 지역 중진이나 수도권 후보들은 이준석 당으로 갈 수 있다. 그러면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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